축구장   채팅인터뷰  구멍난도넛  콜라텍  아는 언니네

아직도 거기에 서 있을 열일곱의 나를 사랑한다.

그 때 나는, 젊었지만 나의 미래에 대해선 아무 생각이 없었다. 절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부정축재의 재단 위에 세워진 나의 모교. 그 안에 갇혀 있던
나. 커튼이 처진 창문 밖을 내다 볼 수 없었던 학교. 운동장에서는 같은 나이의 내
친구의 혼을 실은 영구차가 맴을 돌고 있었다. 그 당시, 나에게 존재하는 것은
분노와 굴욕감. 그것이 너무나 부끄러워 그 때의 나를 잊기로 했다.

밝디 밝은 '날라리' 고딩들을 만나고 싶었다. 엄마와 친하다는 가리봉동
콜라텍에서 만난 엄마와 친하다는, 귀여운 일진 소미와 은영이를 기억한다. 아무런
생각도 없는 애들이었으면 하고, 나는 바랬을 지도 모른다. 헤어드레서가 되고
싶다고 했다. 성적이 나쁘니까 인문고를 못 간다고 부끄러워 하지 않고
헤어드레서가 되기 위해 미용과가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로 가기로 결정했다는
아이들. 꿈과 희망을 찾으러 겨우 3일 동안 집을 나갔던, 결국은 엄마를 위해서
전문직을 가지고 시집을 잘 가겠다고 결심해 버린 해룡이엄마, 엄마한테 욕을 듣고
집을 나간 공주. 아는 형이 불러서 나갔다가 동생이 보고 싶어 집으로 돌아온
강타. 처음 보는 언니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던 정말 착한 아이들.

사회에 입문하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치부되어, 누구나 겪는 아무것도 아닌,
적당한 결과를 얻는 것 외엔 하루하루의 삶이라는 것은 그 결과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10년도 넘는 그들의 삶이다. 다들 십대를 경험했으니 모르는 게
없다고, 대학에 가기 까지 생기는 일들은 다들 그저 참아야 하는 거라고 말한다.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외나무 다리가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제대로
건너지 못했지만, 누구에게나 그 길을 걸어가라고 강요하는, 자신이 강요
받았으므로 강요하는 그 길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우스운 것들이다. 어른들의
경우, 문제가 아닌 것이 십대에게 문제가 되고, 십대에겐 문제가 아닌 것이
어른들에겐 큰 문제가 되기도 하는 그런 것들이다. 그것들은 어른들의 '바람직한 상상'
에서 기인하는 것들일 뿐이다. 혹은 어른들의 '정당한 묵살'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자신의 부끄럽다고 생각되는 기억들은 아무 것도 아닌 어린 것, 성장하지 못 해서
그런 것으로… 어른의 눈으로 다시 자신의 십여 년의 기억을 폄하하고 마는 결국은
우리 다음 세대가 가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불감할 수 밖에 없는 걸까?

비뚤어진 눈을 가진, 굴욕감으로 얼룩진 자존심을 가졌던 가진 모범생연하던
부끄러운 나를, 이제서야 조금도 기울어지지 않은 상태로 만난다. 중심도 없고
의미도 없어 보이는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소위
날라리들의 문화 안에서 모범생 열 일곱의 나와 쓸데 없어 보이던 내 친구들을
만난다. 지금의 내가 중요하듯 당시의 어린 내가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들을 안고 살지 만은 않았을 거라는 거 이제는 인정한다. 나의 올챙이 적 삶은
그 자체로서 소중했던 것. 중심이 없는 삶이었을지라도 말이다. 두루마리 화장지의
끝을 잡고 풀어가듯 그 때의 나에게로 근접하는 지금의 내가 결국 맞닥뜨리는 것이,
무, 혹은 공허라고 할 지라도, 중심이라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 없었던 시절일
지라도, 열일곱의 나를 이끌었던 그 열정의 방향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알 수
없게 되어버렸을 지라도... 마음 속에 불을 품고 살던 그 때의 나를 이제 더 이상은부끄러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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