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지 않는 남자
별족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도 늘 그 남자가 나타난다. 예의 그 짙은 눈썹에 선하게 생긴 입매를 하고는 '세이브 이코노미'하거나, '아침은 드셨냐'고 묻거나, '내 스타일 아니'라고 하거나, 아무 멘트 없이 눈을 크게 하고 바라보고 있거나....
난 가장 최근에 그 남자의 인상이 강한데, 그거랑 가장 가까운 광고는 대용식 광고다. 늦잠을 잔 데다가 한눈을 파느라 차를 보내버리고 다른 여자의 차를 타면서 "아침은 드셨냐"고 묻 는. 어색한 순간 가장 어색한 멘트를 꺼내는 엉뚱한 일로 무언 가를 놓쳐버린 바보같은 아주 진지한 얼굴을 한 남자.
그는 어떤 사람 같냐면 남성의 온갖 악덕을 박박 비벼 빨아놓은 사람같다. 때때로 장점으로 받아들여지던 터프함, 비장함, 후까 시- 이 말만큼 적절한 어감의 단어를 몰라서 좀 머뭇거리며 쓴다- 순정파 남자주인공이 보여주는 비장미까지 털어내고 나니 얼마나 심심했었는지 사실 조금 당황했었다.
'홍길동'에서 갈등하는 동안 그 비장한 운명의 분위기에 압도당 하는 듯하다가, '흐린 날의 편지'에서 모두에게 비웃음을 사며 미 용사가 되는 청년이었다가, '토마토'에서 그 '달리지 않는 남자'가 된 거다. 뭐, 내 인상이 그렇다는 거다. 별 볼일 없이 비장하거나, 진지하거나, 분주하지 않고, '기다린다'고 하고 기다리나 바람맞는, 오해에 몸을 떨며 달려가는 여자를 뒤에 서서 보는 , 달려가지만 잡지 못하는, 잡았어도 결국 여자의 처분에 온전히 맡겨져 있는 남자. 그런 '남자'를 드라마에서 것도 주인공으로 만나는 건 정말 어색한 경험이었다. 서로 사랑하고 있더라도 어느 순간 여자는 처분을 기다리는 형국이 되고 말던 그 많던 드라마에 오히려 익숙하여 이렇게 오래도록 기다리는 남자를 참으로 답답해했다. 왜 그 많던 그들처럼 달리지 않는거야. 결국은 적극 적인 사람에게 오게 되는 여자를 말야.. 으악!!!!사실 그러고 있었 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점점 그의 그러함은 답답함이 아니라 시원함이 되었다. 사실 그건 나만이 아니라는 게 광고를 보고 있 는 나의 생각이다.
진지하나, 위압적이지 않은, 때문에 서비스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비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신뢰를 줄 만하지만, 선택은 결국 당신이 하십니다'의 인상, '그렇지만 선택을 하신다면 정말 시원하다구요' 한다.
그 시원함은 허리를 조이던 벨트를 조금 풀어놓은 데서 오는 그런 거다. '남자'나 '여자'라는 전형성을 벗어나서 느껴지는 시원함. 남자가 '남자'의 강박에서 벗어나고, 여자도 '여자'의 강박에서 벗 어나야지. 아무것도 조이지 않고, 시원하게, 진짜로 바람에 옷자락 을 풀럭거리면서 말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