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끝, 혹은 오래된 시작(4)

 

남자는, 섹스할 때 그녀의 머리카락이 자신의 얼굴을 간지럽게 하는 것을 못 견뎌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의 끝들은 사실 매일같이 해 대는 드라이질 때문에 전부 갈라져 있기 일쑤였다. 그 갈라지고 마른 끝이 남자의 볼에 와 닿을 때면 그는 얼굴을 찌푸리곤 했다. 그래서 항상 그녀는 남자의 밑에 있었다. 군대식 포복이라고 그가 농담 삼아 이야기하곤 하는 낮은 자세로 그가 그녀 위에 엎드리면,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언제나 그녀에게 있어서 섹스는 무거운 흔들림이었다. 단지 그의 몸무게 때문에 느껴지는 무거움이 아니라. 또 단지 그의 몸동작 때문에 느껴지는 흔들림이 아니라, 그 이외의 다른 것이었다고 말하기 힘든, 무거운 흔들림이었다. 가끔 그녀는 스트레이트 파마로 감추어진 자신의 곱슬머리가 구불구불한 뱀으로 되살아나, 그 무거움을 감아올리는 상상을 하곤 하지만, 그녀의 상상은 벌려진 다리만큼이나 무능했다.

남자와 함께 방에 들어와 누우면, 자신의 성기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는 남자와는 달리 그녀는 항상 그의 어깨 너머로 자신의 신경을 모았다. 그의 어깨 너머에는 언제나 새롭고 낯선 천장이 있었고, 그 천장의 경계를 감싸안고 있는 모서리들과, 방 한가운데를 대개 조금 비켜나서 있는 희미한 빛을 단 전구가 있었다. 그녀가 그 위를 응시하고 있는 그 순간, 그 남자는 자신의 얼굴을 비껴나 그녀의 가짜 생머리에 코를 박고 샴푸 냄새와 함께 풍겨 나오는 스트레이트 파마약의 비릿한 냄새와 세리 미용실의 후끈한 열기까지를 냄새맡고 있을 지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의 어깨 뒤로 펼쳐진 세상, 그러나 그 세상을 가로막고 있는 네모 반듯한 어둑한 천장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벽지의 무늬의 개수를 세거나 그 무늬 안에 있는 법칙을 발견해 내거나, 또는 모서리의 때와 거미줄을 긁어내고 싶거나 했다. 그리고 그녀는 항상 의아해 했다. 섹스를 하면서 느끼고, 보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의 가짓수는 이 작은 싸구려 방안에만 해도 이렇게 많은데 왜 그 많은 연애 이야기의 섹스에는 쾌감과 육체와 끈적임 밖에는 없는 것일까 하고... 그래서 그녀에게 있어서 제일 끔찍한 상상은 매일 같은 천장 아래서 섹스하는 일 이었다.

그녀와 그가 들어가는 방의 천장에는 덮개가 벗겨져 나가버린 알전구 하나만이 동그랗게 달려 있을 때가 많다. 그녀가 다니는 회사의 홀 천장에 붙어있는 샹들리에에 비하자면 아무 장식 없는 민짜 알전구가 쓸쓸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녀는 그 알전구들의 있는 듯 없는 듯한 곡선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 초라한 알전구의 중심에서 뿜어 나오는 빛줄기를 좋아했다. 이 거친 호흡의 소용돌이가 일고 있는 방안에서 벗은 온 몸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느끼고 있는 것은 그녀와 전구는 둘 뿐 인 것 같았다. 그녀는 전구를 알 것 같았다. 그녀가 만났던 모든 전구들은 하나같이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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