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끝, 혹은 오래된 시작(8)

 

그녀가 그 남자와 같이 했던 그 날이 다른 날들과 틀렸던 건 단지 그녀가 천장 벽지의 규칙성을 발견하 는 데 실패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여느 때와 같이, 누워서 천장을 바라다보았다. 네모난 중심을 조금 비껴가서 달린 전구가 내뿜는 빛이 희미하게 천장 벽지에 윤곽들을 던져 넣고 있었다.

벽에는 수많은 사각형들이 있었다 서로가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제각각의 4개의 면들은 옆에 있는 다른 사각형의 4개중 하나인 면과 맞물려 벽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언가를 작동시키기 위한 사각형들의 톱니바퀴 같 아 보이기까지 했다. 첨밀밀-언젠가 보았던 어느 외국 영화가 생각이 났다. 그 촘촘하고 내밀하게 짜여진 운명의 바퀴들은 아마 저것들처럼 동그랗지 많은 않은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언제나와 같이 규칙을 찾기 시작했다. 대략 두 뼘 정도의 간격으로 작은 사각형 3개가 꼬리를 물로 반복되고 있었다. 즉 그 크기 안에 규칙이 있는 것이다. 남자는 그녀의 브래지어 후크를 한참이나 따지를 못 하고 있었다. 드라이 아이스처럼 차가운 손끝을 등 언저리에 느끼며 그녀는 사각형을 세었다. 가장 조그만 정사각 형, 중간크기의 조금 긴 직사각형, 그 둘 보다 조금씩 큰 정사각형, 이렇게 세 개의 단순한 도형이 서로 얽혀서 천 장을 옭아매고 있었다. 후크가 떨어져 열리면서 찬바람이 가슴께로 몰려왔다. 소름이 돗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 녀는 소름이 돋기도 전에 천장 벽지 무늬의 규칙을 벌써 알아내 버리고는 그 개수를 세거나 얼룩 등을 찾거나 하 고 있었을 텐데도, 왜냐하면 싸구려 방에서 쓰는 벽지란 대개 아주 단순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녀는 아직도 꼬리를 문 사각형들 앞에서 헤매고 있을 따름이었다. 저것들은 마치 화장실 바닥의 타일들 같구나 하고 생 각했다. 끈적끈적한 파도가 감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타일'이라는 소설이 있는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길쭉한 사각형 하나에 작은 사각형 두 개가 맞대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가장 큰 사각형이 있고, 그녀는 잠깐 생각해 본다. 매번 정해진 무늬를 반복만 하며 타일을 붙이던 타일장이가 어느 날 그 짓이 지겨워 지 멋대로 아무 사각형이나 집어들어 마구마구 불규칙하게 붙여대는 모습, 그것이 만들어 낸 것은 무엇일까. 커다란 숨소리가 벽지 를 타고 올라간다. 그녀는 점점 더 미로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큰 사각형, 직사각형, 작은 사각형 그러나 그 다 음에 나오는 조합은 그것이 아니라 작은 사각형, 큰 사각형, 직사각형...

자신이 그의 성기보다도 더 교감하고 있는 게 저 사각형들 안에서 길을 잃은 둥그런 알전구라면 ,,,웃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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