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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언니네 - " 희망을 찾으러 잠시 나갔다 온 것 뿐 이에요."

딸기 정리

지하철역에서 나왔을 때, 예상치 못한 비가 내리면, 매일 같이 가지고 다니는 하늘색 푸우 우산을 펴며, 가끔 난 여학생과 사귀는 상상을 해.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여고생, 혹은 여중생들의 비를 가려주는 언니가 되는 상상. 목적지까지만… 비를 좀 덜 맞게 해주는 정도의 작은 우산을 가졌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동행인이 되어 주는 언니.

해룡이 엄마: …. 집 나간 적 있거든요.
딸기: 왜?
해룡이 엄마: "꿈과 희망을 찾으러" 잠시 나갔다 왔어요.
(다들 큰 소리로 웃었다. '해룡이 엄마'는 얼굴이 빨개졌다)
친구가 가출을 했어요. 걔 찾으러 나갔다가 … 그 때, 편지 쓰고 나왔는데 거기다
그렇게 썼어요. 꿈과 희망을 찾으러 간다고… 일주일 정도 생각했었는데, 3일만에 잡혔어요. 고 1때.
딸기: 가출해서 어디에 있었어?
해룡이 엄마: 아는 언니네. 밤새도록 놀고 싶어서요. 집에 있으면 외박이 안 되니까. 결국 3일만에 잡혀와서 꿈과 희망은 못 찾았어요.

신천에 있는 어느 콜라텍에 가서 만난 고딩들과의 대화 중, 가출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딸기 : 니 네는 가출한 적 없어?
껄떡이: 여자 친구 땜에 집 나갔어요. 하루 정도

이걸 가출이라고 본다면 너무 한 거다. 우리는 훨씬 더 쑈킹한 대답을 원했다. 그래서 껄떡이를 무시했다. 더 묻지도 않았다.

강타 : (중3때)저는 1년 반 정도 나갔었어요. 처음에는 아는 형네 있었는데…. 그 형이 중국집을 소개 시켜 줘서 한달 반 동안 거기서 일했어요. 근데 사장이 맘에 안 들어서 관두고… 중국집에서 배달할 때 오토바이 고쳐주던 정비소 형이랑 친했거든요…. 그 형이 거기서 인정도 받고 있고.. 그래서 (중국집 관두고) 그 형을 찾아갔어요. 그 정비소에서 일했는데 … 원래 제가 한 곳에 오래 못 있는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그 형 때문에 나간다고도 못하고… 그러다 보니 성격이 바뀌었어요. 정비소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그 형한테 이야기 했더니 용역회사를 소개 시켜줘서 2달 정도 일했어요. 오토바이 타고 그래서 좋았는데… 친구가 집 나왔다고 전화하는 거에요. 갈 때 생길 때까지 같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중국집에 취직하고 나서 나랑 같이 일하고 싶다고… 그래서… 또 중국집에서… 초봉이 70만원 이었어요. 중국집은 워낙 할 일이 많거든요. 아침 9시에서 밤 9시까지 일하고… 나중엔 80만원 받았어요. 그래서 돈을 모아서는 오토바이를 샀는데, 막상 그렇게 사고 싶던 오토바이를 사고 나니까 일하기가 싫잖아요. 그래 가지고 좀 놀러 다녔는데, 나중에는 기름 값도 떨어지고 해서 다시 일을 했는데… 어느날 친구 때문에 싸움이 났거든요. 경찰서에 갔더니 가출 신고가 되어 있어서 부모님이 오셨어요. 친구는 부모가 포기해서 신고조차 안 되어 있어서 그냥 갔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차에서 내리기 전에 오토바이를 타고 도망을 쳤어요. 그런데, 또 일 안 하고 가만히 있으려니까 교복 입은 애들이 부러웠어요. 동생 생각도 나고…그래서 집에 갔어요.

여기서 난다와 딸기가 엄청 호들갑을 떨면서…. 호밀밭의 파수꾼이랑 똑 같잖아. 그 책 읽어 봤어? 아뇨… 그럼, 우리가 사줄게…. 엄청난 약속까지 하게 된다…. 근데 아직 못 주고 있다… 게으른 년들.

강타 : 동생 학교 가서 수업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동생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집에 갔어요. 원래는 그냥 동생 얼굴만 보고 오려고 했는데 동생이 울어서…. 집에 갔더니… 야단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해줬어요. 그래서 다시 나간 적이 있어요. 집에서 잘해주니까 자꾸 나가는 것 같아요, 다시 돌아와도 야단 안 칠 것 같으니까, 그게 문제에요.
강타, 특히, 이 끝부분엔 굉장히 진지하게, 시사평론가 같은 말투로 말한다. 우리는 당황했다.

난다 : 근데 왜 나갔었어?

강타 : 집 나간 선배가 있었는데… 일진에 있는 형이, 나오라고 해서…(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 형이, 자기는 놀고먹고 나는 일 시키려구 그랬던 거 같아요.

아까 해룡이 엄마가 잠깐 나가더니 그 가출했던 친구를 데려온다. 생긴 게 완전 공주다. .
모두들 : 얘가 걔에요… 우하하

공주는 잠깐 당황하는 듯 하지만, 역시 공주답게 무시한다.

난다 : 통금이 있어? 언제?
공주 : 없어요. 들어가기만 하면 돼… 엄마가 나가라고… 자꾸 나가라고 해요. 부모랑 말은 하는데... 필요 없어요.
굉장히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공주… 엄마가 싫어서인지 원래 공주라 그런지 잘 모르겠다.

딸기: 무남독녀인데도 그래? 왜 가출했었는데?
공주 : 급식비 삥깐 거 들켜 가지고… 학교에서 집에 전화했어요(담임이 진짜 나쁜 놈이라고 했다.) 집에 전화했더니 엄마가 갑자기 욕했어요. 원래 욕 한 번도 안 했는데… 이 죽일 년아, 집에 들어오면 보자….. 하고… 그래서 집에 안 들어갔어요. 30일 정도.
공주는 더 이상 자신의 가출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없을 수도 있고…

엄마가 담배 피우는 양을 줄이라고 말할 정도로 친한 가리봉 오거리에서 만난 소미(가명)와 은영 (가명), 중학교를 자퇴하게 되자 엄마가 벌집에 방을 얻어 주었다는 정아(가명), 엄마한테 잘못 한 게 많으니까 결혼해서 현모양처가 될 거라는 해룡이 엄마, 엄마랑 이야긴 한다는 엄마한테 처음 욕을 듣고 가출한 공주… 거의 '이것이 인생이다' 같은 드라마에 나올 정도로 많은 경험을 한 호밀밭의 파수꾼 강타보다, 엄마의 품에 있거나 혹은 어설프게 손 잡고 있는 그녀들에게 마음이 쓰인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안다. 딸들이 엄마에게 가지고 있는 그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말이다. 잠깐 세상을 구경하러, 아니 잠깐 학교와 가정이라는 사회를 피해 '아는 언니네'에서 쉬다 온 여학생들. <아는 언니>는 이들에게 어떤 사람일까? 아는 언니들이 없는 여학생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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