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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빨강머리앤


이 난 다          
8월 22일 일요일 오후,
난다는 청소년을 만나기 위해 고딩들이 모여있는 곳에 변장을 하고 잠입했다.

고교생방(Hc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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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키워드  3/ 6  T5432    [               `잇.몸.지.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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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갈 방이 없었다. 계속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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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난 뭘 기대한 걸까? 모두들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방을 만든 거 같다. 나를 받아줄까? 몇 페이지를 더 갔다. 그러다 내 눈에 들어온 '희한한' 방제! 비슷비슷한 359개의 다른 방제들 가운데 가장 특이했다.

162  공개    1/4   XXXXXX  [ 양언니를 구합니다... (포항)                ]
여기 들어가 보자. 
#  난다(달나라딸세포) 회원이 입실하였습니다 !!

난다> 안녕?
빨강머리앤> 안녕하세요...
난다> 양언니가 뭐야?
빨강머리앤> 친언니처럼 친하고 좋은 언니.
난다> 왜 양언니가 갖고 싶은 거야?
빨강머리앤> 저는 언니가 없거든요. 언니처럼 이야기도 들어주고 그런 사람이...

(난다는 지금부터 몇시간 동안 빨강머리앤의 '양언니'가 되어주기로 결심했다.)

난다> 난 대딩 2학년이야. <달나라 딸세포>라는 웹진을 만드는데
이번호에 청소년에 관한 기획을 했거든. 그래서 고딩방에 왔어.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

빨강머리앤> 저는 고 1이에요. 포항에 살구요.

(우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언니가 아닌' 수많은 포항의 남자 고딩들이 우리 방에 기웃거렸다.
우리는 무시했다. )

빨강머리앤>언니 저는요, 어려서부터 꿈이
연예인이 되는 거엿어요~
난다> 아아 정말?
빨강머리앤>매일 거울보면서 연습해요
근데 가망이 있을까 모르겠어요. 나두 연기가 하고 싶어요
난다> 왜 연기가 하고 싶어?
빨강머리앤>난 끼가 엄거든요
그래서 자신이 조금이라도 잇는 연기를 해서 인생을 바꿔보려구요.
난다> 거울 속의 니 모습은 마음에 들어?
빨강머리앤> 아니요. 우는 연기도 해보고 화난 연기도 해보는데, 잘...
난다> 구체적인 계획은 생각해봤니?
빨강머리앤> 아직...
난다> 난 영화 학교에 다녀. 그래서 작년에는 싫을 정도로 배우노릇을
많이 했어. 그런데, 그게 정말 쉬운게 아니더라고.
나는 죽어도 배우는 못할 거같아.
빨강머리앤>왜요?
난다> 글쎄. 그건 좀 타고나야 하는 거 같더라구.
영화 찍을 때 배우가 연기하는 상황이란 상상하고 굉장히 달라.
한 1분짜리 한씬 찍기 위해 한 30분 정도 세팅을 한다고 치자.
도무지 감정이라는 게 유지가 안 되고, 뭐 유지될 감정도 별로
없었지만.
빨강머리앤> 언니가 부러워요.
하지만 전 하지 못하는거 꿈이라두 크게 꿔야겟어요
저 메이크업두 자신잇어요
난다> 그으래? 난 전혀 못해.
빨강머리앤> 언니, 언니는 고등학생이 담배피우고 화장하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난다> 글쎄, 나도 둘 다 하는 걸.

(여기서 어떤 남자애가 끼어들어서 '헝분'(경상도 남자애였다)을 했다.
그건 나쁜 거라는 거였다.
난다가 그 도덕적 딜렘마에 관한 몇가지 질문을 하자
대답을 못하더니, 나가버렸다. 빨강머리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

빨강머리앤>다들 제가 메이크업을 잘한데요. 시내에서 미용실을 하는
제 친구 고모도 잘한다고 칭찬해줬어요.
난다> 난 전혀 못해.
빨강머리엔> 언니 만나게 되면 제가 꼭 메이크업해 드릴게요.
난다> 고마워, 히힛
그런데, 만약 배우가 못 되면 뭐 할거야?
빨강머리앤>저요 아직 아무 생각두...
앞이 막막해요
저 지금 운동을 하고 잇거든요. 배드민턴 선순데...
난다> 음~ 멋쪄!
빨강머리앤>앞으로 가망이 없어서 뭘해야 할지...
공부도 늦구 운동두...
하지만 난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요
난다> 하고 싶은 거, 연기?
빨강머리앤> 연기랑 메이크업. 멋있게 살고 싶어요.
근데 돈이 마니 들잖아요...
난다> 연기가 하고 싶은 이유가 인생을 바꾸고 싶어서 랬자나
그렇지만 꼭 연기만 그런 거는 아닐거야.
여러가지로 잘 생각해 봐야 할 거 같아.
연기 같은 건 상처받기 쉬운 직업이고...
빨강머리앤>더 생각을 해봐야겟네요...^^ 하지만
난 운동만 하다보니 할 줄 아는게 없는 걸요. 성적도 엄고...
영어 수학 하나두 몰아요. 기초가 안 되었어요. 운동하느라고
수업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컴퓨터나 배워보려구요...
난다> 난 국민학교 때 이후로 도무지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
지금에야 조금씩 하고 있어. 조깅, 롤러 블레이드...시작해보니
넘 좋았어. 하지만 계속 운동 해온 너는 운동하는 거 힘든가봐?
빨강머리앤>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어요..
수업은 3교시만 하고 운동해요 하루종일. 방학 때는 지옥이죠.
중 1때는 운동하기 싫어서 서울로 집두 나갔는데...
난다> 정말?
빨강머리앤> 좋은 아줌마 만나서 집에 무사히 왔어요.
그 아줌마 아니엿음 난 지금 뭘하고잇을까?
아 생각두 하기싫다
난다> 그때 얘기 듣고 싶어. 무섭지 않았어?
빨강머리앤>배드민턴 하는 선배 언니2명이랑 같이갓어요
우린 아직 아무것두 몰랏거든요
그냥 막무간으로 새벽에 전주훈련간다고 짐 다 싸서 기차를 탔어요.
히히 그땐 다 싫엇어요. 운동이 젤 죽고싶을만큼..
서울역 앞에서 사람들한테 하숙집 많은 데가 어디냐고 물으면서 택시를 탓어요
난다> (호호 귀여워)
빨강머리앤>아저씨가 이대앞에 세워주더라구요.
그래서 우린 부동산을찾앗거든요. 근데 엄더라구요..
그래서 이리저리 다니다가 어떤 아줌마가 지나가길래 물엇죠
부동산이 어디냐구...
난다> (상상이 간다...)
빨강머리앤>그러니깐 이리저리 보시더니 아줌마가 가르쳐준다고
따라오래요. 그래서 우린 좋아서 따라갔죠.
부동산에 가서 하숙집이 잇냐고 물엇죠. 그러니깐 너희들 집 나왓지 그러면서
묻는 거예요. 부동산 아저씨랑 아줌마가요.
아줌마가 아시는 분이시더라구요 부동산 아저씨가
그때 마침 아저씨가 연설을하시는데 눈물이 핑핑 돌더라구요.
난다> 하하하하하 그래서 셋이 다 울었어?
빨강머리앤>아니 저만요.
그러더니 아줌마가 자기집으로 가제요
언니들이 싫다면서 우린 여관에 갈거라고 그러니깐 그럼 신고한데요..
우리는 겁나서요 갓죠. 산동네더라구요
그러더니 밥주고 귤주고 마니 주시더라구요
집이 어디냐고 물으셨어요. 전화번호랑 주소를요.
우리는 안 가르쳐 줬거든요. 그러더니 아줌마가 우리 도망갈가봐
빨래를 널러못가시는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이대구경이랑 노래방가고 싶다고 하니깐
아줌마가 데려 가주시더라구요
난다> 우와 그 부분이 정말 멋져.
그 상황에 이대구경이랑 노래방에 데려가 줬다니.
빨강머리앤> 그러고 집으로 오고 밥먹고
이제 전화번호를 가르쳐 줄래요, 우리가 하고싶은 거 다해줬으니 이제
아줌마한테두 알고 싶은 거 가르쳐 드릴래요, 그랬어요.
아줌마는 가요방은 정말 가기 싫어하는데 우리 때문에 갔데요
그래서 미안하더라구요. 사실은 도망갈려구 햇는데 짐 때문에..
제 삐삐 음성을 들어봤는데 엄마 칭구랑 감독 샘 연락이 왓는거예요
엄마가 저 집 나간거 알고 쓰러져서 닝겔 맞고잇데요
그때 막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아줌마가 울아빠랑 통화해서
새벽에 다들 왓더라구요. 무사히 집으로 왔죠. 그 뒤로 집은 안 나가요.
울 엄마땜에...
난다> 엄마랑 친해?
빨강머리앤> 네. 친구 같아요.
난다> 저..말야..내가 궁금한 건...이대랑...노래방 갔을 때 재밌었어?
그 급박한 상황에...노래방 가면 재밌나?
게다가....데리고 간 아줌마는 노래 불렀어?
빨강머리앤> 아줌마는 가만히 앉아서 박수만 치셨어요.


우리는 또 살면서 있는 일들에 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 수많은 남자애들이 들어와서 방해를 놨지만, 둘이 손을 잡고 있으니까 그럭저럭 잘 해나갈 수 있었다.

(이야기에 잘 끼워주지 않자 시비를 거는 놈도 있었고 '양누나'가 되어달라고 애원하는 애도 있었다. 그런데 빨강머리앤의 엄마가 중간에 전화를 써야 했기 때문에 그녀가 잠깐 나간 사이 만나게 된, '채팅 처음'인 내성적인 남자애와 어쩐지 마음이 맞아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달딸 게시판 상황이랑 비슷하다.)
빨강머리앤> 언니, 저한테 언니가 되어 주실래요?

헉. 나는 언니가 될 수 있을까?

난다> 음...그냥 친구 하자.
빨강머리앤> ^^ 우리 꼭 연락해야 돼요. 네?

빨강머리앤 아가씨는 그리고는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아직 연락은...없다.
그렇지만 가끔 끊는 전화가 오면, 혹시 빨강머리앤일까,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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