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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의 의미와 효과(influence) 그렇다면, `페미니즘/여성운동'의 실상이라는 것이 그들의 호들갑스러운 공포를 유발할만큼의 힘을 아직 획득하지 못하고 있는 정도라면, 그들의 공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 다시금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가장 기본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공포'는 현 사회 체제(가부장제)의 지배세력(일반적 의미에서 남성)이 표출하는 `변동'에 대한 두려움이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지배세력이 현재 획득하고 있는 지위나 권리 - 흔히 `기득권'이라 부르는 - 의 박탈에 대한 두려움이다. 이는 19세기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대중'에 대해 사람들이 가졌던 공포와 매우 흡사하다. 기득권 있는 자의 기득권 없는 자에 대한 공포. 19세기의 사람들은 군중이라는 현상 - 구체적으로는 민중운동과 테러리즘이라는 현상 - 에 대해 불안하게 하였다. 그 무렵 그러한 주제에 대해 많은 책들이 출간되었으며, 특히 이탈리아에서 그러하였다. 그 책들은 `야만으로의 복귀'가 도처에서 자아내는 공포를 강조하였다. 집단으로서의 군중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이 당시 `군중/대중'은 공포와 결부된 이미지를 획득한다. 이 때, 군중이 `여성적인 것'과 동일시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시사적이다. 즉, 군중심리학에서 군중은 다음처럼 특징지워진다 : 변하기 쉬움, 쉽게 믿음, 심한 변덕. 이에, 군중심리학의 창시자 르 봉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군중은 어디서나 여성적이다.' 아이러니칼하게도 공포의 대상이었던 `군중의 시대'-세계의 대부분의 국가들을 뒤흔든 사회적 격동이 차례차례로 위세있는 인물(모택동, 스탈린, 무솔리니, 티토, 네루, 카스트로)들을 지도자로 받드는 체제로 귀착되었던 사실이, 군중들이 `실질적으로는' 그다지 많은 권력을 행사하지는 못했음을 보여주지만 말이다. 사실 남성들의 기득권에 문제제기하는 세력으로서 페미니즘에 대한 공포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관심이 가는 부분은 페미니즘에 덧씌워진 사회적 이미지로서의 공포가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 즉, `효과'의 측면이다. 어쩌면, 그들의 공포는 페미니즘을 특정한 방식으로 표상하고 그 표상을 고착화하여, 여성에 대한 통제와 배제의 기제로서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공포로서의 페미니즘이라는 이미지의 힘은 매우 큰 것이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온 여성에 대한 이분법적 표상(마리아/천사 對 마녀/악령)과 그것의 이데올로기적 이용과 유사하다. 19세기, 여성의 이미지는 여성에 대한 강력한 통제의 기제였다. 19세기 여성의 역사는 `여성의 이미지'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과연 어떠한 힘이 가톨릭 측과 세속 국가가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넘어 (여성에 대한) 의견의 일치를 볼 수 있게 해 주고, 또 사실의 영역에서 여성을 배제할 수 있도록 해 주었을까? ... 이미지의 힘이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즉, 여성에 대한 표상은 상상의 산물이었다. ... 그렇다 하더라도 엄밀히 따져 사회가 여성들에게 강요해온 여성상을 과연 이미지라 불러도 무방한 것일까? 오히려 그러한 모델로 인해 늘 생명력을 지녀야 할 남녀관계가 어떤 식으로든 하나의 표상으로 고정되어 버리지는 않았던가? 아무튼 이러한 표상의 지배력은 너무도 억압적이어서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 이미지는 하나의 사실로 굳어지고 만다. 더구나 그러한 모델(주 : 모성에 가득찬 성모 마리아의 모델)을 만들어내어 여성을 찬양하고 숭배했던 목적이 실은 여성의 암묵적인 동의 하에 여성을 남성에게 복종시키는 데 있었다는 것은 곧 여성을 백안시한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리하여 이미지가 지닌 온갖 활력은 남성들이 온갖 점잔을 다 빼며 어떻게든 정식화해 보려고 무진 애를 썼던 터무니없는 공식에 의해 시들어 버리고 마는데, 이를테면 여성은 성모나 천사 아니면 악령이라는 등식이 그것이었다. 이러한 이분법적 공식은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며 이어져 오고 있다. 어머니와 창녀, 요조숙녀와 노는 계집....... 사회는 모성이 넘치는 여성의 이미지를 찬양하고 그에 反하는 악녀의 이미지를 창조함으로써 여성을 통제하려 한다. 여성의 이미지가 천사로서 찬양되건, 약녀로서 배척되건간에 어쨌건 여성의 이미지는 `덫'이 되며, 그것은 실제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고려치 않게 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이분법적 공식의 한쪽 극단에 위치지워진다. 페미니스트들은 `바람직한 여성'의 반대로서의 모든 특질을 가진다. 통제 기제로서의 공포는 `현실 세계'에 영향을 준다. `언어'에서 우리는 그러한 메커니즘의 일단을 찾아볼 수 있다. 공포는 금기로 작용한다. 한 예로 남성과 여성의 언어 차이를 들 수 있는데, `여성의 언어'에 대해 연구한 한 학자는 남성이 `강한' 언어와 은어를 독점하여 사용하며 남성은 언어의 금기에 그렇게(여성처럼) 구애받지 않는다고 쓰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이 여성이 `본능적으로' 상스러운 말을 혐오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훈육의 결과가 아닐 까하는 의심을 표출한다. 남성과 여성의 언어의 차이에 대한 연구는 `공포'가 가부장제라는 현 체제 유지, 혹은 (남성의) 지배와 (여성의) 배제의 기제로서 작동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상기한 학자의 지적대로, `금기는 인간의 무의식 속에 침잠해 있는 조상 대대로의 뿌리깊은 공포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고' 금기사항의 가장 분명한 역할은 규제하고 보존하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기는 본래의 배타적 성격 때문에 그것을 초월한 인간들(부족의 제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무당, 여성을 지배하는 남성 등)의 격을 높여줄 수 있다. 또한 선택된 사람들 간의 유대감을 결속시켜주며, 금기 사항이 해제되는 상황에 예외적 성격을 부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