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 근데 언니들 앞으로는 뭐할거야? 여자들이 실험실에 계속 남는 비율이 떨어지나?
날아: 박사까진 비슷해. 교수부터 달라지지.
랄라: 노골적으로 남학생을 우선 추천하거든.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이 '솔직히 내가 남학생들 책임지기도 힘든데, 너까지 책임질 순 없으니 유학가서 네 길 네가 찾아라'. 고급 실업자 되는 거지. 교수 자리가 낫는데 남자 제자와 여자 제자가 있다면 보통 남자 제자를 추천 하게 되지.
헤마: 교수까지 갈 필요도 없지. 날아, 너도 실험실 들어갈 때 남자 아니라고 원하던 실험실에 못 갔잖아.(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우리 과의 과톱이었다)
랄라: 이번에 들어온 애들도 그런 애 있어. ** 실험실에 여자애 둘과 남자애 한 명이 가고 싶다고 했는데 정원이 두 명이었거든. 남자애 한 명은 자동으로 들어가도 여자애 두 명 중에서 한 명만 들어가게 됐지.
날아: 이번에 우리 실험실도 비슷했어.
헤마: 왜 그렇게 남자애들을 좋아하지? 너희 실험실에서는 여학생들이 일을 더 잘한다면서 말야.
날아: 남자애들이 딴 생각 안하고 오래 눌러 있는다 이거지. 남자애들은 군대도 걸려 있고 하니까. 여학생들은 유학 가버리는 경우도 많고...
랄라: 여자애들은 쫌만 힘들면 그만둔다는 인식도 있고...
헤마: 내 생각엔 남학생들하고는 정치적 관계를 형성하기가 좋잖아. 학자들도 뭐 다들 끼리끼리 모이는 분위기고 모두 자기 제자 교수로 앉히려고 하니까.
랄라,날아:맞아. 바로 그거야.
차차: 선생님에게 남자애들이 편하기 때문도 있는 것 같애. 아무래도 여학생들은 신경 쓸 것도 많고...
날아: 그럼. 선생님과 남학생들 사이의 친밀감은 정말 장난이 아니야. 같이 술마시고...
랄라:남학생들끼리도... 커피타임이니 담배타임이니 해서 여학생들은 교묘하게 쏙 빼놓고 지네들끼리 나가는 거야. 나야 뭐 그런데 가도 맨날 '선임하사가'로 시작되는 얘기밖에 들을 게 없으니 재미도 없고 담배도 안 피우니 가기도 싫지만 어쨌든 그런 식으로 배제되는 거야.
차차: 그럼 보람은 주로 어디서 찾아? 일이 좋아 여가가 좋아?
랄라,날아:당연히 여가지!!
차차, 헤마: 일이 적성에 맞는다고 그렇게 잘난 척 해놓고 왜 여가가 좋단 말이야!!
랄라: 아까도 말했지만 실험보다도 실험실 생활이 너무 스트레스거든. 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왠만하면 실험실에서 안해. 논문 수정하거나 공부하거나 하는 일들은 아예 집에 가져가서 해버려. 집에서 이러이러한 일을 해야 되니까 오늘은 좀 늦게 출근하겠다고 전화를 하지.
날아: 오홋! 그런 방법이 있었어!
차차: 실험실 생활이 힘들다고 하는데 뭐가 그렇게 힘든지 말해봐.
랄라: 실험실에서는 날 여자로 보거나 보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야. 며칠 전에 회식을 가서 고기를 먹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여자들은 돼지갈비를 잘 먹으니 그걸 시키라고 하시는 거야. 그러니까 주위 모든 남학생들이 '랄라는 여자 아니니까 그냥 삼겹살 시키면 되겠네' 하며 삼겹살만 시켰어. 난 돼지갈비 좋아하는데... 채집여행을 가서 선배들이 어느 여대 욕을 하는 거야. 사실 그건 바로 대학에 대한 욕이 아니라 '여자'에 대한 욕이거든. 나도 있는데... 그런데도 웃긴 건, 또 여대 애들과 자기 후배는 틀려야 하니까(그래야 자기들 지위가 높아지쟎아) 칭찬이랍시고 랄라는 여자가 아니니까 괜찮다고 하는 거야.
헤마: 그네들 얘기를 들어보면 여자 교수는 거의 싸이코 취급을 하더라?
랄라: 여자선배는 선배로도 인정을 한해. 실제로 우리 실험실 졸업한 여자 박사가 지금까지 다섯인데 그 중에 교수가 된 사람은 딱 하나야. 남자들은 82,83학번들이 벌써 다 교수 하는데...
헤마: 사수(실험을 가르쳐 주며 같이 일하는 선배)와의 관계는 어때?
날아: (한숨을 내쉬며) 한마디로 정말 더럽지 뭐.. 글세 괴로울 따름이야. 다른 데서 만났다면 좋은 사이일 수 있는데 실험실 내의 구조로는 절대 좋을 수 없는 사이야. 사수 입장에서는 자기가 옛날에 후배였을 때 그랬듯이 나도 그가 시키는 일을 다 하길 바라는 거고, 우리들은 또 신세대라고 그런 게 이해가 가지 않고.
차차: 거의 도제관계네?
헤마, 랄라, 날아:그렇지. 바로 그거지.
헤마: 나는 전에 사수는 매우 좋은 사람이었는데도 스케쥴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게 정말 힘들더라. 아침에 몇 시에 올 건지 언제 갈 건지 모두 보고 해야 하고, 자리를 잠깐 비울 때도 그렇고, 점심도 저녁도 맨날 같이 먹어야 하고.
날아: 그래, 그게 힘들지.
이전ㅣ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