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數 ::사랑할 수 있다면 같은 마음이다                                                달나라딸세포9


난다 : 나는 동성애자들을 생각할 때 신기한 게, 성적인 취향을 가지고 자기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였어.
희군 : 그렇지 않다고 말 했잖아요. 예를 들어서 이성애자가 있어요. 이성애자 중에서 아직 섹스를 한번도 안 한 이성애자도 있겠죠. 그 사람이 좀 젊으면. 그런데 그 사람 들은 여성과 섹스를 안 했으면서도 자기가 이성애자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섹스라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고 취향도 약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난다 : 성적이라고 말할 때는 섹스를 이야기한 건 아니잖아.
희군 : 일례로 정치적인 레스비언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들을 가지고 우리가 레스비언 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난다 : 아냐아냐, 난 그런 말이 아니야. 정치적인 레스비언이건 비정치적인 레스비언 이건 섹스를 하는 레스비언이건 안하는 레스비언이건 일단 레스비언이라는 개념 자체 는 '나는 여자가 좋아' ..라는 거잖아. 예를 들어 내가 레스비언이라고 쳐. 비정치적 인 레스비언이야. 그런데 내가 여자를 좋아한다는 사실 가지고 여자를 좋아하는 일 말 고 뭔가 다른 일들을 해나갈 것 같은 생각은 별로 안 들거든. 그러니까 내가 여자애를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레스비언이라는 정체성이 내 첫번째 정체성이 되고...
희군 : 제가 잘 이해를 했는지 모르겠는데, 만약 여성 남성 동성애자 이런 차이 없이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난다 : 그래,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너랑 나랑 차이가 뭐냐면 나는 내가 누구를 좋아한 다는 사실이 그렇게까지는 안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거야.
희군 : 아, 이제 이해를 했어요. 문제는 뭐냐면...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요. 이렇게 구분을 해서 나누는 것도 굉장히 운동적인 필요에 의해서 나누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 여성의...뭐 감추어진 이름을 찾자 라는 얘기를 왜 해요. 필요해서 그러는 거잖아요. 우리도 마찬가지고. 어쨌든 현재에는 인간이란 이름이건 간에 어쨌든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아,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 이런 이름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라는 걸 알 리기도 하고 자기 인식을 위해 필요하기도 하고...

이것이야말로 그녀의 동성애에 대한 가장 낭만적인 편견인지도 모르지만, 난다는 자기 가 좋아하는 것(이것이 바로 취향)으로 가장 첫번째 자기 정체성을 삼을 수 있는 사람 들이란 가장 문화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 거다. 여성, 남성 이라는 결정적인 생물학 적 정체성, 혹은 나이, 직업과 같은 사항들과 동성애라고 하는 성적인 취향(이것을 성 적인 취향이 아니라면 뭐라고 불러?)의 차이를 보라. 자기 소개를 할 때 나는 여성입 니다, 혹은 의사입니다, 노인입니다, 하는 것보다 저는 **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하 는 것이 훨씬 멋지잖아!

판단이나 의견이라고 하는 이성적인 활동야말로 그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결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알기 위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끊 임없이 자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난다가 묻는 것은 무엇보다도 내가 무엇을 좋 아하는가,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이다. 난다의 수많은 활동이 거기서 출발하고, 그 솔 직한 대답에 충실할 때 가장 잘 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 마 많은 동성애자 친구들은 난다보다 훨씬 먼저 그 사실을 알았을 거다.

난다 : 네가 남자를 사랑한다는 사실이 너에게 얼마만큼 결정적이고 또 얼마만큼 중요 한지 나는 잘 상상을 못 하겠어. 그렇지만 너는 결국 그 사실에 기반해서 니 인생을 어느 정도 결정한 거잖아. 예컨대 전에 니가 이야기한 것처럼 친구들 사이에서 불편해 진 적도 있고 가족들에게도 그렇고 다른 많은 것을 감수해야 했고 어떤 일들을 해야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어떤 기회를 얻고 어떤 기회를 잃고...
희군 : 나는 후회는 절대 하지 않아요. 그것 때문에 친구를 잃었다거나 그런 일도 있 었는데, 어쨌든 사람은 살면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고. 나 는 개인적으로 내가 이성애자로 남았더라면 분명히 잃는 것도 많았으리라고 생각해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를 택한 거죠.
내가 존경하던 형이 하나 있었는데, 우리 모임 선밴데, 죽었어요. 그 형의 죽음이 우 리 모임에 굉장히 많은 것을 변하게 했어요. 누가 그런 얘길 했는데, 그 형을 잃고 참 역설적으로, 더 얻게 되었다구요. 힘을 얻고, 서로 더 이해하게 되고, 아우르게 되고 . 그 사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 몫을 누군가는 해야 한 다는 생각도 하게 되고. 그냥 일이 그런 것 같아요. 잃는 거, 얻는 거 그게, 딱 떨어 지지는 않는 거죠.
요새는 꽈가 좋아지고 있어요. 예전에 커밍아웃 했을 때는 사람들이 갑자기 말을 안 하고 피하는 것 같아서 상처 받은 적도 있지만, 요새는 참 잘해줘요. 어떤 후배 하나 는 나한테 와서 오빠 때문에 앞으로 사람들이 너, 남자있냐 라고 물으면, 왜 내가 레 즈비언일 수도 있다는는 가능성을 생각지 않냐고 얘기하게 되었다고, 고맙다고 하더라 고. 나는 눈물났지.
이제는 아이들이 나를 그렇게 바라봐 주는 건 같애. 처음에는 동성애자 희군이로 봤는 데, 이제는 그냥 희군이로. 감사해요. 언제부턴가 그렇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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