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 : 메이 언니는 언제나 명랑하고 잘 행복해 하는 것 같아서 감탄해.
언니의 그 낙천성은 어디서 오는 거야?
메이 : 글쎄. '나는 생산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 아닐까?
할머니들이 지지리도 말 안 듣는 자식들 보고,
그래봤자 너도 내 배에서 나왔다' 하는 기분 있잖아.
난다 : '나는 나를 사랑한다'는 자기애가 주는 힘?
메이 : 응. 그리고... 난,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모든 인간은 다 이렇게 살아...
이런 생각하면서 연대감을 느껴
난다 : 나는 언니가 좋은 가족을 가졌을 거라고도 생각해 봤어.
메이 : 아버지는 지금도 운전하시고 어머니는 탕재원 하시거든. 우리 부모님은
노동자 계급이야. 그런데 나이 먹고도 둘이 아주 사이가 좋아.
아빠가 밥 먹다가도 엄마가 예뻐서 볼에 뽀뽀를 한다. 그럼 우리 엄마는
소녀처럼 '어머' 그래. 둘이 애정 표현을 하는 것을 늘 봐 왔어.
아빠가 안 오면 엄마가 히스테리를 부리거든. 내가 늦게 들어오면 화 안내면서.
난다 : 언니가 집에 안 들어가도 어머니께서 화 안내시잖아
메이 : 하루에 한 번씩은 집에 꼭 전화하고, 거짓말이라도
어떤 이유로 못 들어간다고 이야기 해. 집에 중요한 일 있을 때는 꼭 챙기려고
노력하고. 여동생에게 편지 쓴 적도 있어. 여동생은 일년에 한 두번 외박을 하는
정도의 모범적인 애인데, 내가 그러니까 사이가 좋지 않았어. 그래서
A4 두장 정도의 편지를 쓴 적도 있어. 나는 너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고 존경한다.
그렇지만 나는 너와 이렇게 다르다...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잠깐.
메이 언니한테 했던 요 부분의 질문은 사실은 내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이었다. 내심 나는 언니의 짧은 답이 모자라다고 느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터뷰가 끝난 뒤에 언니에게서 메일이 왔다.
<난다, 안녕.
...중략...
나의 낙천성에 대한 니 질문 말이야. 내가 너무 관념적인 대답을 한 거
같애. 인터뷰 끝나고 나서도 내가 정말 왜 그럴까 하고 생각을 많이 했거덩.
결론이 나오더라고 그래서 그냥 너랑 나누고 싶어서 메일을 보낸다.
----> 배우는 것이 즐거워. 그것이 뭘 배우느냐랑은 상관이 좀 없고
단지 내가 나라고 한정하고 있는 것을 깨고 나가는 것이 즐거워.
그걸 배운다고 생각하는데 우선은 내가 우상이 없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
사람의 장단점이 쉬이 보이니까 장점만 보이면
우상을 가질 수 있을 텐데, 단점도 보이니까 우상이 없고 그리고
장점을 배우게 되는 거야. 그리고 그 장점이란게 기준이 애매하긴 해도
내 나름대로 이게 장점이구나 싶은 것은 배우려고 노력하지. 그리고
그걸 배운 날 보면 무지 즐거워. 하루라도 뭘 배워야
기분이 좋아. 오늘은 포토샵의 어느 기능을 알게 되었구나. 아이구 대견한
메이...하면서 말이지. 근데 일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이 아마 더 클꺼야
예를 들자면......아주 웃기는 예인데, 난 화를 잘 못내거덩. 아마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해. 여기서 화는 제대로 된 화 말이야.
징징 거리는 거 말고. 그런데 어느날 내가 화를 시원하게 그리고
제대로 내고 있더라구. 무지 하게 기분이 좋더라. 웃기지?
근데 그런게 날 즐겁게 하더라고 내가 변했구나. 하면서 말이지. 일을
배우는 것도 즐겁지만 그것 보다 오히려 이런 변화가 더 즐거워. 내가
완성된 인간이 되어 가는 구나 하면서 말이지.
이래서 변태라는 말을 듣나봐. 흐......
...하략>
난다 : 하라 언니, 언니는 결혼하고 싶어?
하라 : 신경 쓰이는 게 너무 많아서 그냥 팍 결혼해 버리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해.
고향 내려가서 친구들을 만났더니 나 말고 다 결혼했더라고.
가끔은 안주하고 싶어져.
메이 : 난 결혼 안 하고 싶어. 같이 살아도 결혼은 안 하려고.
애기도 될 수 있으면 안 낳고 싶고. 데려다 키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난다 : 의외야. 아기를 안 낳겠다고?
메이 : 지금은 서로 이런 저런 계획을 세워보거든.
지금 내 나이가 스물 여덟인데, 내년까지 뭐든 준비하지 않으면
수순대로 따라가 버릴 거 같아. 사실 나는 정보통신 쪽에 상상력이
별로 없는 거 같고 사실 하고 싶은 건 다큐멘터리거든.
아, 저번에...코소보 사태가 딱 터졌을 때. 미치는 줄 알았어. 내가 원래
분쟁에 관심이 많거든. 자기와 무관한 이유들로 사람들이 그렇게
죽어 나간다는 거. 내가 사귀는 형한테, 나는 지금 거기 가야 된다,
꼭 가야 겠다고 막 그랬어 (아무 것도 없으면서.) 그랬더니 그 형이, 그럼
생각해 보자고 그러더라. (그 사람이 그래. 어떤 이야기라도 진지하게
듣거든. 게다가 나만큼이나 허황된 사람이야, 나만큼.) 그래서 둘이
신문이랑 자료 찾고 조사를 했어. 형이 정말로 가쟤. 준비할 것을 적어 봤어.
그러다가 사진을 배워야 겠다는 걸 알게 되었어. 그래서 요새 사진 배우잖아.
분쟁은 언제나 터지는 거니까, 좀 참기로 했어.
어쨌든, 그렇게 생각해 보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으면
애를 낳으면 안 되겠더라고. 아니면 애 낳아서 떼어 주고 도망가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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