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리고 이렇게 짜여진 구조안에서 나는 순간 순간 '나'를 잃어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곤한다. 그저 위에서 떨어지는 명령만을 기다리며, 아무 생각없이 살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동생이 느끼는 감정은 내가 느끼는 감정보다 어쩌면 더 강한 것 일 것이다. 군대식의 문화가 극단적으로 집약되어있는 곳이 말 그대로의 '군대'일 테니까. 그러나 그 밑바탕은 공통 분모가 존재한다.)

나는 앞의 문장에서 현재형을 사용했다. 그것은 과거형을 포함하지 않는 현재형이다. 그렇다. 나에게 그것으로 인해 느껴지는 억압은 현재형이다. 전에도 이런 질서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때는 학생이었던 내게 그것이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사회에 막 나온 지금 나에게 그것이 갑자기 다가오는 것은 이제는 나에게 그것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취직을 하려고 했을 때 난 별로 생각이 없었나 보다. 대부분의 남자 동기들이 나보다 3~4살이 많다는 것을 알고 나는 깜짝 놀랐던 것이다. 그것은 '군대'의 차이였다. 사회 상황상 남자는 보통 군대를 갔다와서 복학했다가 졸업하고 취직을 한다. 그때에는 그냥 졸업해서 바로 취직을 하는 여자들과는 군대 2~3년과 복학할 때의 학기가 맞지 않아 보내는 시간으로 인한 반년~1년 정도까지 해서 3~4년 정도의 갭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앞에서 말했던 '직접적인 영향'의 한 부분이며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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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군대…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내가 적응을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낯설음이 오래갔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서 느끼는 낯설음만은 아니었다. 갑자기 내가 3 ~4살은 늙어버린 느낌, 그 3~4년에 대한 상실감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3~4살이 어린 사람들과 같이 동기가 되어야 하는 남자들도 그런 상실감을 느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말하자면 사회에서는 새파란 새내기 신입사원 이라고 들 하지만 30이 얼마남지 않은 나이에 직장에 처음으로 들어와서 자신보다 3~4살 정도 어린 여자들과 같은 위치에 있다면 갑자기 3~4년(군대로 인한)이 공백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 3~4년이 너무나도 아까운 시간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들과 어떤 공유감을 가질 수는 없었다. 나와 또래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묶여 그 또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을 그들 있는대로 나를 내가 있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나를 똑같은 또래로 묶으려 하기에 그 결과로 상황은 오히려 묶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내가 사라지는 것,
바로 그들과 나 사이의 단절이다.
그들을 이해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글쎄,,, 세대적 공감대는 그 속에 있지 않으면 느낄수 없는 설명할 수도 없는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