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한 시기를 비슷한 연령으로 지나면서
비슷한 느낌을 공유해서 가지게 되는 공감대라고 표현하면 맞을까.
어쨌든 내가 느끼는 단절감은 나와 맞지 않는 곳에 와 있을 때 느끼는 어색함,
불편함과 비슷하다. 예컨데 머리가 남보다 뛰어나서
다른 사람보다 대학도 일찍 가고 인생의 모든
다른 경험을 다른 이들보다 몇 년 빨리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런 이의 경우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가 평생토록 살면서 느끼는 것은
내가 느끼는 것과 비슷한 단절감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남자 동기들보다 3~4살이 적다는 것은
내가 그들의 또래가 아니라는 단절감 외에도
내가 지금 속해있는 '회사'라는 조직사회에서
그리고 동기들 내에서도 동기로 들어왔지만
서로 같은 동기가 아니라 '나이 어린' 동기로 나의 위치를 위치 지운다.
('연장 제'가 또 하나의 중요한 질서로 자리잡고 있는 이 나라에서
그 위치는 공식적은 아니지만 비 공식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그 속에서 '어린' 사람으로 위치 지워진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같은
위치일지라도 사실은 같은 위치가 아님을 말한다. )
이 상황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앞에서 말한 내가 느끼는
단절감과 더불어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내가 완전하게 동등한 입장으로 인정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4.
'군대'라는 것이 남자들에게는 그들의 청춘 중에 몇 년을 앗아가는
의무로서 그들에게 지워진 짐이었다면
'군대'라는 것이 나와 같은 여자들에겐
이 거대한 군대식의 사회에서 '소외'의 기제였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다.
그 사실은 때로는 '여자는 큰일을 못해. 봐, 여자는 군대도 갔다오지 않고….'
라는 식의 폭언의 모습에서, 때로는 '군대가산점' 으로 인해
아예 남성들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취업에 임해야 하는 여러 여성들의 모습에서 알 수 있다.
('군대 가산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둘것이다.)
내가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담해야 하는 것들은
나의 사회 생활을 가로 막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이러한 미묘한 '소외'의 구조속에서
사회 생활을 그만두게 되었을가를 생각해 본다.
내가 말하는 부분들이 미묘하고 사소해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사소하고 미묘한 부분들이 표나지 않게 틈을 내고
그 틈을 끊임없이 크게, 더 크게 벌려 '소외'와 '배제'를 낳는다.
나는 '소외'당하고 싶지도 않고, '배제'당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내 또래들과 있고 싶고, 그 또래 속에서 서로 동등하게 느끼고 싶다.
내가 나이가 적어서, 같은 것 같지만 같지 않은 이런 모호한 구분이
나에게 단절감을 부가 시키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