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없이 / Without a Homeland
여성은 그녀의 자아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지는 않지만, 그녀의 정체성은 자주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이것은 우리와 같이 부부가 남편의 가족과 동거하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그녀는 가장 설득력 있는 사회 단위인 자신의 가족- 가장 일차적인 정체성- 에서조차 뿌리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남성에게 친어버이에 대한 정체성은 그들이 태어나고 자란 장소에 대한 그들의 뿌리만큼이나 불변의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이 두 가지 불변하는 정체성은 상당한 불안과 남성에 대한 체념적인 의존에 의해 말소되지 않는다면 제도적으로 약화되기 마련이다.
인도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딸들은 paraya dhan(외부인의 재산)으로
여겨지며 결혼 후에는 친정에서 배제된다. 그들은 전쟁이나 폭동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난민의 지위로 떨어질 수 있다. 결혼하면서 딸들은 그들의 근본적인 권리들이 남편의 가족에게로 양도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된다.
신부의 의무는 이제부터 시댁 어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녀는 결혼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관습으로 인해 뿌리를 잃고, 다른 이의 집, 다른 이의 마을에 이식되고, 그녀의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로부터 떨어져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살게 된다. 그녀는 남편 가족에 속하게 되었음을 나타내기 위해 그 가족의 이름을 쓰게 된다. 이러한 뿌리뽑힘과 정체성의 변화에 의해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더 순응적이고, 민감하고, 실용적이며, 뽐내거나 거드름 피우지 않고 고통과 불안정, 의심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적 관습의 부정적인 결과는 그들의 생존과 안위에 훨씬 파괴적이다. 이는 너무나 많은 여성들이 그녀 스스로를 남성에 비해 의존적이고 보잘 것 없다고 느끼도록 한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딸들은 결혼할 때 공식적으로 친부모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을 박탈당한다. 그들은 친가에 이따금씩 오는 손님으로서의 권리를 가질 뿐이다. 그들은 다시는 그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그 집에 거주하도록 허락되지 않는다. 이것은 그들이 남편 가족의 학대를 쉽게 받게 되는 취약점이 된다. 많은 경우 단순히 갈 곳이 없기 때문에 폭력적이고 열악한 결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은 남자형제의 결혼 후에 bhabhiyon wala ghar(올케의 집)이 된, 말하자면 출입 제한 구역이 된 자신의 친가에 돌아가게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학대를 계속해서 받아 들인다. 결혼한 집에서조차도 그녀의 권리는 허약하다. 그녀의 결혼이 깨어질 경우, 그녀는 그 집에서 쉽게 내쫓길 수 있다. 어쨌든 그것은 그녀 남편의 친가이지, 그녀의 친가가 아니다.
친정과 시댁 양쪽 모두에서 기본적인 권리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특히 그 자신의 명의로 재산을 소유하는 것이 금지된 사회 속에서의 여성이란 경험은 영구적으로 불안정하다.
상속권을 박탈당한 여성에게 국제적으로 난민의 지위를 인정해줄 수
있는 국제 기관(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 for Refugees)은 없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만신창이가 되어 심지어 죽어서 남편의 집을 빠져 나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나는 이러한 비참한 상황의 일차적인 책임이 그들의 부모들과, 자아에
대한 의식을 파괴하는 방법으로 여성의 결혼 이전의 정체성을 지워버리도록 하는 우리 특유의 가족 구조에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불안정한 상황은 종종 그녀의 시댁에도 대게 그 집안의 다른 여성들의 희생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남편의 집에서 자신의 입지를 얻으려는 노력으로, 여성은 시어머니를 밀어내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하거나 혹은 위험에 처하여 찾아온 그녀의 nanad(시누이)를 환영받지 못하는 불편한 존재, 잠깐의 손님으로 취급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결국에는 여성 스스로가 다른 여성을 정착할 곳 없는 난민으로 방치하고 남성의 보호에 의존하도록 하는 데 있어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가족 제도의 잘못된 규준이다.
Sita란 이름의 여성이 그녀의 다양한 정체성들을 지칭하는 이름들의 주인이면도 동시에 Mrs. Ramchandra가 되지 않고 계속 Janaki (Janak의
딸)이나 Maithili (Mithila의 딸)로 불렸었던 반면에(역주: 인도도 영국 식민
통치 이전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결혼한 여성은 그 자신의 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우리 현대 여성들은 예컨데 하룻밤사이에, Miss Sehgal에서 Mrs Kapoor로 변해야 한다. 우리의 식민 통치자는 관료적인 절차를 통해 여성이 자신을 그녀의 아버지 혹은 남편의 가족 이름으로 동일시 하도록 요구하는 문화와 관습을 인도로 가져왔다. 가정 안의 의존적 여성에 대한 이런 호칭법이, 여성에게 그녀의 친가로부터 받은 최초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기보다는, 결혼 후에 어떤 남성의 부인으로서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당시 문화적 욕망과 일치했기 때문에 우리는 노예 근성에 의해 그것을 퍼뜨렸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 후에도 미혼시절 이름, 즉 그들의 아버지의 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우리(MANUSHI)에게 질문해 온다. 그들은 이제부터는
자라오면서 가졌던 정체성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한다. 그들에게 현재 이름을 유지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란 것을 확신시키면서, 나는 그들의 아버지의 성을 유지해서 다른 권리를 얻을 수 없다면 그런 일은 다소 무의미하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그녀가 그 집에서 살 권리와 상속권이 거부된다면 아버지의 이름에 집착하는 것은 중요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여기에도 저기에도 속하지 못하는 것(dhobi ka kutta, na ghar ka na ghat ka)이다. 만약 그녀가 그녀의 남편 그리고/또는 시댁식구들이 그녀에게 일정 몫을 상속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경우, 그 가족의 이름을 택하여 그녀의 기반을 다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의 친부모가 제도에 기대어 그녀에게 경제적 안정을 줄 것을 거부하는데, 남편과 시댁에서 무조건적으로 새 신부에게 이것을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므로, 여성은 남편과 시댁에 전적으로 기대하기보다는 우선 친정에서 스스로의 권리를 다지고 강화해야 할 것이다. 나는 여성에게는, 그녀 자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지붕을 갖는 것이 안정된 정체성을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확고하게 믿게 되었다. 만약 여유 있는 부모들이 딸들에게 과도한 결혼지참금을 주는 대신 재산을 확실히 상속해 준다면 여성들은 결혼에서 학대당하기 쉬운 약점을 갖지 않게 되고, 결혼이 깨어지는 경우에도 자신을 쓸모 없다고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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