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마: 난 예전부터 정말로 궁금한 게 하나 있었어. 너희들은 실험할 때 여성임을 자각할 때가 있니? 보통 과학이 남성적이라고 하는데, 나는 과학의 내용이 남성적인 건지, 과학 자체가 아예 남성적이라서 여성들과는 맞지 않는 건지가 매우 궁금했거든...
랄라,날아:글쎄, 별로 그런 것 같진 않아.
헤마: 내가 예전에 임신한 쥐에 스트레스를 줘서 배를 째고 애기 쥐의 스트레스 단백질(열이나 화학 약품 등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많이 만들어지는 단백질) 발현 정도를 보려고 한 적이 있거든? 근데, 난 그 때 너무 끔찍했어. 그 쥐의 배가 내 배 같아서. 난 보통 쥐를 잡는데 특별히 끔찍하다 는 느낌은 별로 없었거든.. 그런데, 같이 실험하던 남선배는 그리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더라구.
랄라:옛날에 우리 대학 때 발생생물학 실험에서 암컷 쥐의 질 속에 스포이드를 밀어 넣고 실험한 것 기억나니? (헤마, 랄라, 날아, 차차 모두 얼굴을 찌뿌렸다) 그 때 우리 조에서 쥐의 질 속에 밀어넣었던 스포이드가 부러졌었거든? 모두들 웃고 떠드는 데 그걸 보고 정말 괴로웠던 기억이 나. 그렇게 직접적으로 성을 구분해서 가해하는 실험을 할 때는 내가 여자라는 자각을 하겠지. 그렇지만 내가 요즘 하는 플랑크톤이야 뭐..(모두 웃음) 이 실험에서는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하고 내 스스로 계획해서 과정을 짰기 때문에 좋아. 힘든 건 실험이 아니라 사실 실험실 생활 면이지.
날아: 나도 실험보다는 실험실 생활이 더 힘들어. 청소를 하더라도 여자애들에겐 비이커나 플라스크를 닦는 일을 시키지. 또, 돈 관리나 선생님 커피타는 것도 여자애들에게 시키고. 반면, 남자애들은 컴퓨터를 관리하거나 고치는 일을 시키지.
헤마: 근데, 그렇게 일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나쁜 건 아닐 수도 있잖아. 서로 같은 양의 일을 한다면 말야.
날아, 랄라: 여학생들이 하는 일은 한마디로 잡일이야. 뽀다구는 안나면서 신경이 많이 쓰이는 잡일. 그리고 또 남녀의 차이를 강제적으로 각인시켜 주는 일이기도 하지.
날아:다 같이 신경 쓰이는 일이라고 해도 우리가 하는 것은 설거지의 연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차차: 일은 많이 해도 그 일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으니까. 컴퓨터 관리는 설거지에 비해 중요한 일처럼 느껴지잖아. 그런데, 그렇게 일을 나누는 분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야?
날아: 근데, 놀라운 것은 그런 분위기를 여자 선배들이 만든다는 거야.
헤마: 왜? 그렇게 하면 여자들한테 더 좋은 게 있나?
날아: 선배들이 일 분담할 때 하던 거니까 그대로 후배들이 군소리 없이 물려 받길 바라는 거지.
헤마:그래, 어쩜 오히려 알아서 먼저 해 버리는 것이 뒷말 안들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
차차: '선배가 시키면 무조건 한다!' 있어요?
날아: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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