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움터 공부방]
* 야옹이 *
자고로 아이들이 재잘 되는 목소리보다 아름다운게 없는 것만도 같다. 도저히 이해 안
되는 부분에서 잠복했다 터져 나오는 아이들의 박장대소란. 차차와 완두가 "야옹이가 정신연
령이나 하는 짓이나 아이에 가깝쟎아?"라고 우기는 것에 대해 저항을 하다가(--*) 적당히 수긍하게
된(자신의 순수함에 대해 인정하게 된) 야옹이는 공부방에 들어가서 일일 교사를 하게 되었다.
참고로 과거에 야옹은 공부방 교사를 1년간 한 적이 있다.
공부방 할 때 아이들이 하는 가장 답하기 힘든 질문. "선생님 우리랑 언제까지 있을
거에요?" 나의 위치 혹은 공부방교사라는 어른들의 위치 - 언제든 '더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
빠져 나올 수 있다는 꽁수를 하나 뒤에 숨기고 있는 자리 -를 부끄럽게 파헤치는 질문. 하지만
언제나 제일 처음에 받는 질문이기도 하다.
공부방을 들어가면서 제일 두려웠던 것은 이 질문이 나오면 어쩌지 하는 것 때문이었
다.새움터 꽃가게방 옆에 있는 공부방에 들어갔더니 상근을 하는 선생님 한 분과 한 명
의 아이가 있었다. 선생님께서 학년별로 하교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은 학년 순으로 온다
고 하시며, 야옹에게 다음에 오는 5학년짜리 아이를 가르치라고 하셨다. 이 선생님은 공공근로차
원에서 오시기 시작하셨다가 지금은 이 일의 의미에 대해서 충분히 느끼시면서 자원활동가화 하셨
다고 한다. 선생님은 현재까지 두분. 이 선생님만 항상 근무를 하시고, 다음주부터 목요일에는
다른 자원활동가 선생님이 오신다고 했다. 동두천이 너무나 멀어서 자꾸만 공부방 자원활동가 선
생님이 그만두고, 바뀌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고운 흑요석 같은 피부의 친구가 (산수에 대한 어린이의 당연스런 태도인) 짜증을 내
며 산수문제를 풀고 있었다. 이 친구는 저 멀리 있는 외국인 학교로 다니고 있어서 봄방학 때만
공부방에 올수 있다고 한다. 외국인 학교에 다니는 것은 엄마의 배려이다. 워낙 동류의 피부색
만 보아왔던 아이들이 본의 아닌 질문과 말로 입힐 가능성 때문에 엄마가 선택한 배려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한 달에 약 40만원이 넘는 돈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클럽을 간신히 운영하고 있
는 친구의 어머니로서는 힘든 일일 것임에 분명하다.
굳이 학교가 아니더라도 공부방 내에서도 아이들이 자꾸 이 친구와 다른 친구의 피부
색이 왜 다른가 하는 질문이 종종 나온다고 한다. 단일민족임을 자랑스러워하게 하는 교육, 특
히 가시적인 부분에서 색깔에 관한 편견을 심어주는 그런 교육적 요소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니
까. 그러면 선생님은 "너는 왜 키가 크니? 갑은 왜 말랐고, 을은 왜 통통하니? 아무개는 왜 눈이
클까?"하며 모든 이들은 서로 다르게 생겼다는 것, 개성과 다양성을 강조하시면서 교육하신다고
한다. 공부방이란 곳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들의 학습능력 향상보다는 사회성과 인성
교육이라고 생각해왔던 야옹으로서 선생님의 이런 처신은 너무 훌륭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내가 가르쳐야 할 친구가 왔다. 선생님 말에 의하면 아주 활발하고 예쁜 선생
님을 잘 따른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는 야옹의 말을 '엄청' 잘 따르면서, 국어 공부를 수
월히 해낼 수 있었다. 이 친구는 백 번은 내게 "언제 다시 오냐고?" 질문을 반복했다. 언제 다시올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야옹은 계속 아이의 주위를 딴 데로 돌려서 스스로의 민망스
러움을 감추는 어른 특유의 외교적 제스츄어를 취했다. 얼마나 미안하던지. 하지만 예전에 지키지
못한 약속 때문에(6년전 아이들에게 자신들 졸업할 때까지 같이 있어주기로 해놓고 1년 여남은
달밖에 가지 못했다.) 아이들의 실망 어린 울음을 터뜨렸었던 기억 때문에 무슨 약속도 쉬울 수
없었다.
이 친구는 상근 선생님에게 급식이 얼마나 맛있는 반찬이었는지 자랑했다. "어제는
돈가스구요, 오늘은 카레였어요." "와우. 한 달에 급식비가 얼마지?" "만 3천원요." "왜 그렇게
싼데? 선생님도 너네 학교 가서 밥먹어야겠다." "난 생활보호대상자니까요." '의심'과 '의문' 두
단어의 차이가 애매한 5학년 학생이 '생활보호대상자'라는 어려운 한자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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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시로 선생님과 아이들의 공동 작품이에요.
처음엔 아이들이 싫어했는데, 채워가고 모양 만드는 재미가 있어서인지 나중엔 '오늘은 십자수
안해요?' 하던데요 머." "아이들이 했다고요? 대단한대요." "아 예뻐라. 그거 박스 바니네요. 그
런데 지금 뭐 만드시는 거에요?" "아이들 생일에 맞춰서 열쇠고리 하나씩 만들고 있어요." 선생님은
역시 훌륭했다.
마지막으로 5학년인 여자친구가 왔다. 아주 똑똑하고 예쁜 친구였다. 특히 국어는 너
무나 훌륭했다. 본문을 안 읽어 봤으면서도 문장에 대한 이해능력이 좋았다. 이 친구는 아까 친구
와 달리 일반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했으나, 피부색깔로 인한 아이들의 이상한 시선에는 익
숙해졌다고 한다.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하는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연신 재잘댄다. 보기 좋
은 모습이다. "선생님 오늘은 배가 아파서 *&$@$#, 오늘은 누구가 $%&^& 했구요, .." 깔깔거리며 웃
는 아이의 치아가 너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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