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좋아하는 친구를 하나 알고 있다. 겨울처럼 차분하고 말이 없는 그 아이가
아주 추울 때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는 것을 보았다. 겨울을 좋아하는 건
어쩐지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어서라고 했다. 살균된 투명함.
추위를 몹시 타는 난다는 추워서 어쩔 줄을 모를 때면
그 친구 생각을 한다. 아마 걔는 지금쯤 좋아하고 있겠거니 생각하면
좀 참을만 해지니까.
먼 산 나무들이 고양이 털 처럼 파르르 떨리는 걸 보면서
게으름뱅이 난다가 난로 옆에 담요를 뒤짚어 쓰고 앉아 있다.
"이렇게 추운데 누구를 만날까?"
/ 우리의 겨울은 모든 병원균이 단번에 소독될 정도로 순수하게
차갑고 투명하다.../ (최윤, <회색 눈사람> 중)
그래, 할 수 있다면, 최윤 선생님을 만나자.
난다는 소설가 최윤에게 겨울의 많은 이미지를 빚지고 있다. 아마
한국 문학 전체가 그녀에게 같은 빚을 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난다 : 겨울을 좋아하세요?
윤 : 겨울, 좋죠. 산뜻하고. 겨울의 소독되는 거 같은 추위가 괜찮죠. 겨울이 되면
사람들이 침착해지는 거 같애요. 그걸 느껴요. 추우니까 불필요한 행동들을 삼가하
지요. 가장 필요한 것만 하는 계절이 아닐까, 가장 본질적인 거. 인간이 가장 본질
에 가까울 때가 겨울이 아닐까 싶어요.
/ 겨울에 열리는 문도 있다. 너는 여섯 살의 겨울에 우울의 맛을 알았다.
달콤하기도 하지만 무한히 너를 네가 아닌 무엇으로 만들어 불편하게 하던
그 어둡고 끈적한 느낌. / (최윤, <집, 방, 문, 벽, 들, 장, 몸, 길, 물> 중)
<열세가지 이름의 꽃향기>라는 작품집을 최근 상재한 작가

의 독자가 된 것은 93년 부터였다. <회색 눈사람>을 읽고
어쩐지 그 작품의 몇몇 대목들을 잊을 수 없어서 가끔 가다
내 말처럼 중얼거리게 되곤 했다. 이 후로도 쭉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은 난다는
그래서 최윤 선생님을 처음 만나고도 아는 사람처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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