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림 : 초창기에는 뭉크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무표정한 인물들이 중세 그림 같다는
말은...그럴 수 있겠네요. 나도 무표정한게 좋아서 그려요.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 '오메가'나오는 단편의 그림이 클림트를 닮았다구요? 글쎄... 무늬가? 제가 워낙에
무늬를 좋아해요. 장식적이고 예쁘게 꾸미는 거요. 그런 거 그리고 있으면 일단 마음
이 안정되고 편해요. 일단 하나에 몰입해서 거기 빼져드니까... 어쩔 때는 A4 한장에
한 가득 정신없이 무늬만 그리고.
난다 : 어떤 게 예쁜데요?
애림 : 밝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그런 거 말고 어딘가 이상한데도 예쁘게
보이는 거 있잖아요.
난다 : "기괴함만이 유일한 아름다움이다?"(이애림 씨 단편 에 나오는
대사)
애림 : 하하하
난다 : 저는 이애림씨 만화의 나레이션 형식에 흥미가 많아요. 아주 신선했거든요. 보
통 주인공의 심리를 장황하게 묘사하는 순정 만화의 내레이션와 다르고. 또 문자만으
로 이루어진 매체에서 불가능한 효과들을 발하는 거 같아요. 그림에 대해 독립적이고
명쾌하죠.
애림 : 일반적인 순정만화에 자주 나오는 긴 나레이션은 그런 긴 호흡이 있는 연재 장
편에서는 충분히 얘기 구조 안에서 풀려나갈 수 있지만, 나같은 경우는 4페이지 할당
을 받았고, 얘기할 거는 많고, 스토리가 길면 안되니까요. 저의 나레이션은 어떻게 보
면 그 4페이지를 위해 내가 선택한 서술 방식이죠. 누가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있다
더라, 하는 옛날 이야기 해주는 것 같은 서술 방식은 원래부터 좋아했구요. 이야기 속
의 이야기 같은 구조요.
난다 : 어떤 책들 읽으세요?
애림 : 저요? 저 철학 책 같은 거 읽어요. 아무도 안 믿겠지만. 고전을 많이 읽거든요
. 단테 <신곡> 같은 거. <장 크리스토프> 되게 좋아하고... 로망 롤랑의 책을 많이 읽
는 편이에요. 내가 철학 책을 읽는다는 것은 거창한 것은 아니구요. 그냥 인생을 어떻
게 살아갈 것인가, 삶 하고 죽음, 혹은 신념, 이런 거에 관계된 것들...
난다 : 인터뷰 한 거 중에 악몽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더 듣고 싶어요.
애림 : 어, 저도 제 인생에서 제일 인상적인 게 그거예요. 사람 성장 과정에서 어느
한 기간은, 크기 위해서 악몽을 꾼다고 들었어요. 근데 저는, 그게 굉장히 길었거든요
.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끝날 때까지. 지금도 가끔 그러지만. 꿈이긴 한데 너무
현실감 있는, 환각 비슷한 악몽을, 하룻밤도 안 거르구요. 좋은 꿈을 꿔본 적이 없어
요. 계속 쫓기고, 피나오고, 죽이고, 강간하고, 강간당하고, 여자가 남자가 되고, 남
자가 여자가 되고, 친구의 치마를 들췄더니 거기에 꼬추가 있고, 재단 가위로 푹 찌르
고, 그리고 뭐 똥 많이 나오고, 오줌 많이 나오고, 더럽고 누르끼리한 거 많이 나오고
. 가장 끔찍했던 꿈은, 어떤 창고에 들어갔는데 문이 잠겨버리고 온통 벽과 바닥에 가
죽이 벗겨진 사람들이 매달려 있고 쌓여 있고 피가 흐르고...나는 거기 가운데 딱 서
서 나가지도 못하고...있던 거였어요. 꿈 내용은 그다지 슬픈 건 아닌데. 그런데 그런
것 보다도 공포심이 끔찍하죠. 식은 땀을 흘리면서 쫓겨다니고 살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는 그런...그런...공포심이요. 꿈속에서 너무 살기 싫다 하는 마음이 들죠. 완전히
극한까지 극한 저끝까지 가는...그런 마음은, 정말 자기 아니면 잘 모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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