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유인원 집단
남성에게서 월등하게 나타나는 폭력 기질의 근원-?
......남성이 길고 긴 폭력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남성이 기질적으로 폭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어졌고 그 때문에
폭력을 멈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우리에게 자각되는 우
리 자신보다도 우리의 유전자에 이롭게 작동하고 있고 우리 자손 모두의
운명을 무심결에 위태롭게 만드는 이 체제의 모순성을 깨달으면 아마도
놀랄 것이다.(p.284)
저자는 인간과 비교적 최근까지 공통 조상을 가지고 있었던 네 종류의
유인원,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보노보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다양한
시대, 지역, 문화를 지닌 인간 사회와 간략히 비교함으로써 특히 남성에게
서 자주 목격되는 폭력적 기질의 '기원'을 찾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오류인, 현재의 가부장제 남성 지배 구조를 정당
화하는데 이용되어 온 기존의 '생물학적 결정론'의 논리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진화론 및 인류학, 페미니즘을 비롯한 여러 가지 기
존 논의에 대해 고찰하고 비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기습, 살해, 강간 등의 근원이 되는 남성의 폭력적
기질이 시대와 지역을 떠나 전 인류에 공통적이며 일반적인 생물학적 특
성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이것이 인간의 문화 발달에 의해 혹은 교육을 통
해 개선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들의 비현실성에 대해 경고한다. 오히려
유인원의 상대적으로 월등한 지능과 상대의 성격에 대한 인식 능력이 이
러한 폭력의 전략을 탄생시킨 근원 중 하나임을 주장한다.
여기서 거론되는 유인원의 모습은 사회의 복잡다단한 환경들, 도덕과
법제, 기술 과학이라는 변수들을 상당수 제거한 인간의 생물학적 기질을
대변하는 실험 대상이며 이들의 행위는 인간의 여러 가지 기질 중 생물학
적으로 부여받은 특성을 극대, 단순화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책의 논의에
찬성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면, 이러한 유인원의 행태를 인간 특징에 대한
일종의 알레고리로 보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고찰되는 유인원 폭력의 유형은 수컷 패거리간
의 권력 싸움으로서의 기습-살해뿐만 아니라 같은 집단-패거리 내 수컷의
암컷에 대한 강간, 상습 구타, 유아살해 등이 있다. 이러한 폭력 유형도
유인원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 특징인데, 저자는 이러한 차
이는 집단 안의 구성원들이 맺는 관계 유형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대게 새끼 양육으로 인해 집단 활동에서 뒤쳐져 홀로 고립되어 있
는 침팬지 암컷의 경우 강간이나 구타에 쉽게 노출되지만, 한 수컷을 중
심으로 암컷들이 무리를 지어 사는 고릴라의 경우 구타나 강간은 거의 없
다는 것이다. 이때 고릴라는 침팬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암컷에 대한 지배
권을 획득하는데, 영아 살해가 그것이다. 일단 암컷의 새끼를 죽이면, 암
컷은 그 수컷에게 의존하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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