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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사랑하게 되는 건 *


별족


'널 믿는다'라는 말을 들으면 배신하고 싶어진다. 그게 어떤 식의 믿음이건, 그 믿음이 무엇에 대한 것이건, 그 말을 한 사람이 좀 더 고양시킬 의도로 한 그 말은 내 맘을 더 반대로 당긴다.

우리 엄마가 내게 자주 하는 말이다, 그 말은.

그렇다고 내가 못된 딸인 건 아니다. 난 아주 좋은 딸이다. 그건 내가 교활할 수 있기 때문인데, 난 엄마가 늘 내편이란 걸 알고 발언의 완급을 조절할 줄 안다. 게다가, 난 엄마를 보면서 보통 의 엄마이미지보다는 아줌마 이미지에 당겨놓았기 때문에 엄마 가 누리려는 허영이나 기대를 웃으며 대할 수 있다.

왜, 보통 엄마이미지에 사람들은 무한정 강한 절대 헌신의 결정 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아줌마라는 이미지에는 부끄러운 것 없고 진짜 얼굴 두꺼운 이미지를 만들어 붙이지 않나? 엄마와 아줌마가 다를 게 무어라고..

엄마와 아줌마의 이미지가 겹친다는 걸 자식된 입장에서 깨 닫는 건 좀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엄마탓이다. 아직도 두고두고 엄마를 놀려먹는 건 내가 막 고등학교에 가 서 하숙을 시작할 때 하신 조언이다. 3학년 선배와 방을 쓰게 된 내가 꼼짝 못하고 쥐어 살까봐 엄마는 내게 "방청소 네가 다하지 말라"고 하셨다. 옆 방의 친구 엄마는 "청소는 네가 해라"고 하셨다는데...

어쩜, 우리 엄마 얘같애!!!

자라면서, 또 떨어져 살면서 엄마에 대한 내 감정은 고마움과 안쓰러움이다. 내 비일관성, 불합리, 모순 그 모든 것에 동조 하는 엄마의 그 절대적인 믿음때문이기도 하고, 이웃집 아줌 마의 딸자랑에 솔깃해서 이미 자란 나에게 스무 가지도 넘는 바램을 비추는 어리석음 때문이기도 하고...

엄마의 이런 저런 존경할 만한 면모때문이 아니라, 엄마의 그런 면 때문에 엄마를 사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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