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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린이엄마가 된 혜란이언니


차차와 헤마가 만나다
정리: 차차*


혜란이 언니는 작년 가을에 결혼한 아줌마이다. 그리고, 6개월 전에 다린이라는 딸래미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사실 우리들과 혜란이 언니는 2-3살 차이다. 그리고 언니가 엄마가 되기 전에 이미 우리는 대학생이던 언니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언니가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계속 어색하게 느껴지기만 했는지도 모른다. 언니를 만나면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얼마나 그 안에 비춰보게 될까?
어느 토요일 늦은 저녁에 차차와 헤마는 서울 구석의 한 아파트에 있는 혜란이 언니네 집을 찾아갔다. 싼 집을 구하려고 이 동네까지 오게 됬다고 털털 웃으며 말하는 혜란이언니는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저녁을 '먹여주겠다'(^^;;)고 언니와 다린이아빠는 돈까스를 만들었다. TV에서는 축구경기를 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는 듯 했고, 언니는 돈까스에 빵가루를 묻히고 있었고, 다린아빠는 그것을 기름에 튀기고 있었으며, 우리는 이들을 따라다니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조잘대고 있었다. 또, 우리는 다린이의 오동통한 볼을 꼬집어주었고, 다린이가 가지고 노는 동물 울음소리가 나는 보행기에 신기해했으며, TV 리모콘으로 유혹하면 배를 비비적거리며 기어오는 다린이에게 잘한다고 박수를 쳐주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들이 서로에게 익숙해질 때즈음, 아빠가 다린이를 보기로 하고, 우리는 언니네 집에만 있을 법한 흡연방(언니는 서재라고 우겼지만)에 들어가 옹기종기 모여앉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헤마: 언니, 결혼하기 전에 오빠(-다린이 아빠를 말한다)랑 동거했잖아요. 얼마나 했어?
(역시 헤마의 관심사가 첫 번째 질문으로 떠올랐다.)

혜란언니: 95년 8월부터 했으니까... 3년정도.

차차: 언니네 집에서는 아신 거야?

혜란언니: 집에서는 기숙사에 있는 줄 알았어. 기숙사에 방을 구해놓고 사실은 다른 집에서 같이 살았지. 그게 최소한의 부모님에 대한 예의였던 것 같애. 아직까지 동거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그렇잖아. 집에 알린 건 97년 1월부터였어. 하지만, 친구랑 같이 3명이 방 3개를 얻어 쓴다고 했지. 실제로도 3명이 같이 살았긴 같이 살았어. 집 큰 거 얻으면 편하다는 것도 핑계가 되고, 기숙사에서 나오게 된 상황도 도움이 됐고.... 다른 건 다 진실로 얘기해서 믿음을 주었기 때문에 이걸 의심하지는 않으셨어. 어디 데모를 갔다왔네, 술을 얼만큼 마셨네 나는 이런 거는 다 사실대로 얘기했거든. 그래서 비밀이 없다고 믿으셨던 것 같애.
(-괜찮은 전략이다...)

혜란언니: 시댁에서는 결혼 전에 찾아가면 먼저 같은 방을 쓰게 해주시고 그랬어. 처음에 내가 너무 아팠을 때, 한 방에서 자게 됐는데..... 그 다음엔 그냥 별 얘기없이 같이 자게 됬지. 아무래도 아들이 남자인데다가 혼자 살고 있으니까 허락을 해준 것 같애.

헤마: 동거할 때랑 비교해서 결혼하고 나서 달라진 거 있어요?

혜란언니: 그럼. 동거랑 결혼은 정말 달라. 결혼은 집안끼리의 만남이잖아. 우리는 5년전부터 서로 집안끼리 알았어도 그런 것 때문에 싸움이 많았지.
결혼할 때는 예단 같은 거 가지고 말이 많았어. 당연히 우리는 예단 할 형편도 안됐구 예단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이 중간에서 얘기하는 역할을 잘 못하는 거야. 우리나라 남자들 다 그런 거 못해. 특히 효자는(우리 남편은 엄청난 효자거든). 그래서 내가 직접 전화를 드렸어. 예단할 돈 있으면 컴퓨터 한 대 사고, 몇 평이라도 넓은 데 가고 싶다 그랬지. 그랬더니 나중에는 알뜰하다고 칭찬들었지.
그리고, 사위는 손님이고 며느리는 일꾼이라는 인식이 아주 분명해. 우리 시부모님들이 참 좋은 분들이지만, 당신들이 다 하시던 일도 꼭 며느리도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거야. 나는 손님대접 못 받는데 반대로 신랑은 우리집에 가면 상도 못 들게 한다. 사실 어른들에게는 이렇다 저렇다 말씀 드리기도 어렵더라구.

차차: 응.. 근데, 결혼은 왜 하기로 했어?

혜란언니: 아기를 배려하는 마음이었다고 생각해. 아이가 기쁘고 반가워하는 상황에서 새로 태어난 세상을 맞이하게 하고 싶었거든. 아무래도 주위 가족이라는 상황을 생각하게 되지. 안 그랬으면 아이에게나 나에게나 불편했을 거야.

사실 결혼하지 않고 사는 동거 부부와 그 자녀에게는 법률적으로나 사회보장 면에서 여러 가지 불이익이 있을 뿐 아니라, 온갖 이상한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옛날부터 아기를 꼭 갖고 싶어하던 언니에게 결혼은 일부를 양보하고 선택하게 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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