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은 집창에 관한 글 2탄.
지난호의 1탄 (일제시대 매매춘경관에 대한 답사) 과 함께 보세요...




공공장소의 도덕성? - 청량리 588 의 경관읽기




야옹이


    공공장소는 도덕적으로 善해야하는 것만 같다.
길거리에선 껌을 뱉으면 안되고, 싸움을 해서는 안되고, 새치기하지 말고 줄 잘서야하 고, 야한 옷차림으로 나다니면 꼴사나운 흘김을 당하고, 담배피는 여자는 쉽사리 꼴깝 이 될 수 있다. 공원과 광장, 행길가 등 공공의 장소에서 지켜야 할 덕목은 '공중도덕 '라는 이름으로 유년 시절부터 줄기차게 교육받게 된다. 이때 도덕 일반이 사람들 '끼 리' 지켜야하는 관계의 법도라고 한다면, 공중도덕은 '여럿'을 향한 보다 정확히 말하 자면 '여럿이 모인 장소 - 공공장소'에서의 예법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공공장소에서의 善이란 무엇일까? 누구는 공공의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는 혹은 해를 끼치더라도 피해가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 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혹 최소피해와 최대만족? 혹 다른 이들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홉스 식의 사악한 인간 본성이 잠재워진 것이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아마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청량리 속칭 588지역을 돌아다녀보면, 공공선이란 점 잖은체 하는 위선의 모양새로 다가갈지 모른다. 내게 그러했던 것처럼

    지난 번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매매춘경관에 대한 가상의 답사를 했었다. 오늘은 현재 로 깡총 뛰어 올라 이시대 최대의 매매춘집단밀집지역(이하 집창集娼지역)인 청량리 5 88로 가보고자 한다. '588'이란 말은 (심지어) 머리 굵은 초등학교 학생에게까지 그렇 고 그런 곳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나 역시 초등학교 5학년 때 옆의 짝놈이 뱉아내는 ' 588'이란 단어의 발음에서 얼굴이 발개진 적이 있다. (이건 상당히 웃긴 일인데... 일 종의 '성'과 관련된 모든 단어는 여성에게는 수치심으로 다가가는가 보다.)

    정확히 말해서, 청량리 588 지역은 588번 버스가 지나가는 전농 2동 620, 622, 623번 지 일대를 지칭한다. 588 집창지역은 남동쪽으로는 청량리역과 용산을 잇는 국철 철도 변 가로에, 남서쪽으로는 청량리 수산/청과물시장, 북쪽과 북서쪽으로는 왕산로변에 입지한 롯데백화점(호텔)과 성바오로 병원을 경계로 한다. 꽤 규모가 큰 곳이다. 우리 나라에서 매매춘이 불법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큰 곳이다.
상식밖의 것은 규모 뿐 아닐게다. 아까 말했듯이, 588 지역의 북쪽 경계는 성바오로∼ 롯데백화점인데, 정말 롯데백화점 바로 뒤편에 매매춘업소가 붙어 있다. 아래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청량리 전철역에서 내려서 롯데백화점 옆길로 들어가면 1-2층짜리 야트막한 건물의 매매춘업소들이 도열해있다. 거의 역공간 - 역공간이란 일종의 점이 적인 공간을 의미한다 - 없이 광장, 백화점건물, 그리고 집창지대가 연속적으로 전개 된다.


(여기는 지도자리)


    어디가 그 유명한 지역인가 '물어볼 수도 없고' , 무작정 롯데백화점 뒤쪽으로 걸어갔 는데, 터무니 없이 빠르게 588지역이 눈앞에 있다. 배꼽티와 네글리제 스타일의 옷을 입는다고 경찰의 단속을 받을 수 있는 바로 그 광장 , 행길가, 역 주변에 아니 바로 옆에 집창지역이 입지해있다. 공공/도덕적인 장소와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성적/비도덕적 장소간의 이웃하는 입지가 가히 역설적이다.

    매매춘업소는 상당히 노후한 건물의 1층에 있다. 전면은 유리창으로, 울긋불긋한 불빛 이 걸려있는 그런 동일한 형태의 업소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다. 가끔 일찍 장소를 나 온 언니들의 모습이 보인다. 언뜻 보기는 작은 건물이지만, 폭만 좁았지 업소 안은 깊 을 그러한 모양새이다. 일요일 이른 오후 햇볕은 따사롭고 간혹 교회에서 돌아오는 듯 한 손꼭붙잡은 가족들의 모습도 보였다. 비슷한 골목 골목을 지나다가 택시가 한 줄로 서있는 이상한 골목에 다다랐다. 당시는 눈요기하러 일부러 이곳을 지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그 길이 지름길이란다. 롯데백화점∼성바오로 병원에 이르는 도로에서 굴다리방면으로 좌회전이 되는 것이 버스 뿐이라서, 자동차와 택시는 588 집창지역을 가로지르는 지름길을 택한다고 한다. 그저 골목길이 아니라 상용화된 도로와도 같다.
광장과 백화점 바로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그 내부에는 '의도하지 않은' public spa ce가 있는 것이다. 성에 대해 특히나 터부시하는 공공장소의 속내가 드러나는 듯하다. 그 유명한 청량리 '역전 앞' 광장에서, 현대의 대표적인 소비공간 백화점에서, 개인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성의 성적 욕망은 몸가짐은 '도덕상' 바르게 추스려지지만, 여기를 벗어나 뒤켠으로 가자마자 주저할 것 없이 펼쳐진다. 백화점으로 병원으로 자 신의 채워져야만하는 욕망은 봉쇄되지만, 그저 눈앞에서일 뿐이다. 경찰의 눈에 사회 의 눈 앞에 보이는 만큼에서만 도덕적 고결함이 유지되면 된다. 안보이는 곳에서는 택 시들이 지나가는 588 지역안 도로처럼 '공공'이 상용하는 비도덕적 공공공간이 형성된 다.

    눈앞에서만 가리면 되는 그런 위선.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적인 여성착취의 공간 588은 그런 기만적인 공공성 옆에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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