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치위] 김진희 씨의 세번째 글에 대한 답변

 

    김진희 씨의 세 번째 글에 대한 답변



   김진희 씨의 세 번째 글을 잘 읽어보았습니다. 지속적인 관심에 감사드 립니다. 또한 이동영 씨와 시타 씨의 논쟁 참여 글도 반갑게 읽었습니다. 이 논쟁이 정말로 드문 유익한 논쟁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먼저, 일반적인 대자보에 관련한 논의는 우리도 어느정도 김진희 씨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이 부분은 더 이상의 언급이 필요없을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미군부대와 기지촌에 관련한 논의는 시타 씨가 우리보다 더 잘 답변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김진희 씨와 시타 씨의 입장 에 동의합니다.

   마지막에 김진희 씨가 우리에게 바라는 점 일곱 가지를 언급하셨는데, 그에 대해 답변하겠습니다. 첫째, 술자리가 성폭력의 온상이 되어왔다는 김진희 씨의 올곧은 지적 에 감사드리며, 이에 대해서는 저의도 동감합니다. 또한 우리가 말한 '성 폭력적 사회구조'가 김진희 씨가 비판하신 것처럼 공허한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술자리 문화를 비롯해서 구체적인 우리들 삶의 양태들에 대해 서 구체적으로 문제제기 해야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원칙이라고 생 각하며 이에 대해서 정당하게 지적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앞으 로 왜곡된 술자리 문화를 비롯한 여러 가지 대학의 성폭력에 대해서 구체 적으로 문제제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시타 씨와 이동영 씨가 지적 하신 것처럼 술자리는 성폭력의 '조건'이지 '원인'은 아니라는 판단에는 우 리도 동의합니다. 술자리가 성폭력의 '조건'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구체적 고 대안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에 모두가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두 번째의 제안은 첫 번째와의 연장선상에서 술자리 줄이기를 총 학과 함께 진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에는 조금 무리가 있 습니다. 첫째에서 말한 것처럼 성폭력 근절을 위해서 술자리를 금지한다 는 것이 우선은 대단히 문제가 많습니다. 전혀 성폭력적이지 않은 술자리 도 충분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폭력적인 술자리를 없애기 위해 서는 술자리를 금지하는 다소간 파쇼적인 방식이 아니라, 학생회칙을 통 해서 문제가 발생한 술자리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책임을 추궁하는 방식으 로 진행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총학생회가 술 자리를 금지할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도 무리한 생각입니다.

   셋째, 실명공개사과라는 방식이 다소간 무리가 있었다는 점은 우리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명공개사과와 재교육은 우리가 놓칠 수 없는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른바 대자보논쟁으로 실 명공개사과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할지언정, 문제는 실명공개사과문을 보 면서 '가해자가 불쌍하다', '저런 나쁜 놈'이란 반응을 보이는 대중들의 여 전히 성폭력적인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들은 끊임없이 자신들과 가 해자를 구분하고 그를 영원한 성폭력 가해자로 낙인찍음으로 자신만은 성 폭력과는 아무런 관련없는 사람으로서 규정하려 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이중 기준이 정확히 현실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공 격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지점이 우리가 지금까지 가장 부족했던 것이라고 반성하며 앞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넷째, 학생회칙에 대한 지적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학생회칙이나 학칙의 제정과정에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다섯째, 필요하다면 학교의 힘을 빌어야 한다는 지적은 대단히 중요한 몇 가지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는 앞 으로 있을 학칙제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어야 합니다. 이부분 은 시타 씨가 지적하신 부분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미묘한 문제가 함께 얽혀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논의에서 꼭 함께 논의해 봤으면 합니다. 본 부측 학칙 가안과 그에 대한 우리의 간략한 비판을 올려 놓았습니다. 그 것을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시켰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김진희 씨의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 다.

   여섯째, 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사례 목록도 꽤 있습니다만, 이것이 대중적으로 유포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것 을 작은 자료집의 형태로 관악여성모임연대와 함께 배포하도록 추진하겠 습니다.

   일곱째,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한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 다. 우선 김진희 씨가 갖고 있는 자료나 정보를 우리에게 복사해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진희 씨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하신 공동체를 감수하고도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은 대답하기 정말 곤 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는 그러한 딜레마에서 우리가 고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우리는 너 무나도 정당하게 둘 다!라고 대답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 둘의 가치 판 단을 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그것은 성폭력을 근절하겠다 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글에서 추상적으로나마 밝혔듯이, 우리는 성이 발현되는 것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성이 발현되는 그 즉시 그것을 성폭력과 포르노로 변질시키는 현 사회구조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다시 사회구조란 말이 나와서 안됐습니다만, 우리는 성폭력이 아닌 성의 발현, 성폭력적이지 않 은 공동체를 너무나도 바라는 것이며, 그러하기에 그것의 가능성에 대해 서 의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성폭력이냐 아니면 공동체의 해체 즉 개 인의 고립이냐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이 극악한 사회가 너무나도 싫은 것이며, 그에 대해 너무나도 무력한 우리 스스로가 싫은 것입니다. 우리는 성폭력이 아닌 성의 발현, 성폭력적이지 않은 공동체를 끊임없이 지금 이 자리에서 실험해야 하며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소박한 관계맺음에 의 욕구, 소박한 공동체에의 욕구를 갖고 있으며, 그것을 끊임없이 왜곡하 고 변질시키는 성폭력이 근절되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물론 우리에게 그러한 욕구 혹은 그러한 가능성이 소멸된다면, 가시적인 성폭력은 사라 질지 모르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물론 우리는 현재의 관계맺음과 공동체가 충분히 성폭력적이라는 판단에는 변 함이 없지만, 우리는 김진희 씨의 질문이 너무나 가혹하다고 생각하며, 그 것과는 다른 방식의 질문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학칙 제정과정에 대한 김진희 씨의 견해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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