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희 씨 마지막 글

 

    김진희 씨의 세 번째 글에 대한 답변



『서울대학교 통신 연구회-총학과함께 (go SCCR)』 3570번
제 목:[TO성정치위]논의를 마치며
올린이:선물가게(김진희 ) 98/09/25 22:58 읽음: 41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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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린 리포트를 처리하다보니 답이 늦었습니다. 이미 서로의 입장 을 확인했고 그 대안까지도 모색해 보았고 성정치위가 제 의견을 건설적인 방향으로 수렴해 보겠다고 하니 저 역시 앞으로 성정치위 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학 구성원으로서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며 참여할 수 있는 일은 미약하나마 참여하겠습니다.

   1. 개별 공동체에서 할 수 있는 일

   먼저 말씀드릴 것은 공동체에 관련된 것입니다. 이 부분은 워낙 입장 차이가 크고 또 제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대부분의 공동체가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맺어져 있고 이렇 게 된 이유는 술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비단 성문제 뿐이 아니라 대학의 아카데미즘 복원과 소비주의 척결, 그리고 이미 땅에 떨어진 학생 운동의 위상을 위해서도 모든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바로잡아야 할 문제입니다. 총학이 술 문화를 바로잡을만한 힘이 없다고 하셨는데 저 역시 동감합 니다. 하지만 총학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철저히 해줘야 합니다. 총학이나 단대학생회가 관여하는 행사에는 힘을 쓸 수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새터나 장터 같은 것 말입니다. 또한 비대 해진 동문회를 비판하는 대자보 정도는 하나 쓸 수도 있을 것 입니다. 이것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 인식이 없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라 봅니다.

   총학은 최소한 저 만큼은 술이나 동문회의 폐해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술은 성폭력의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단적인 근거지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쉽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같이 커피만 마시고 가볍게 헤어지는 집단과 새벽까지 자취방에서 술을 떡이 되도록 퍼 마시는 집단하고 어느 쪽이 더 성폭력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겠습니까? 술은 성폭력의 기본원인은 아니더라도 주요원인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동체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꼭 같이 밤새도록 술 마 시고 노래해야만 정다운 공동체는 아닙니다. 워낙 이런 문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다른 문화가 설 자리를 잃어버려서 그렇지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대안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술은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마시면 됩니다. 지금의 상황은 술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대학에서 무슨 일을 하려면 반드시 술 자리에 참석해야 합니다. 한국의 모든 사회가 다 그렇 지요. 외국의 바이어나 교포들이 한국에서 사업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접대문화라고 합니다. 간단한 계약서 하나 작성하는데 알콜 중독 수준의 술이 올라와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못하는 것이지요.

   저는 여성과 남성의 생리적, 심리적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60년대의 미국의 급진적 여성주의자들은 이를 인정 하지 않았습니다. 80년대나 지금의 한국 여대생들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남자와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 여성운동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그것 은 위험합니다. 술은 생리적으로 여성과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 여성들이 안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올바 른 방향입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여대생이 있다면 이제부터 는 뒤풀이를 커피샵 같은 곳에서 하도록 유도하십시요.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말고 칼자루를 쥐고 끌고 가란 말입니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을 여성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일면 맞는 말입니다. 여성들이 끌고 갈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으니 논의를 벗어나지만 조금 길게, 그리고 솔직히 쓰겠습니다.

   흔히 말하는 남성우월주의자들은 사실 대단히 나약한 존재들입니다. 여성을 비하하고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여성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부류들입니다. 여성들에게 욕 먹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합니다. 제 주위에 이런 남성들이 많은데(어디 제 주위 뿐이겠습니까.) 무슨 일만 하면 여자 한 명 끼울려고 안달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당근과 채찍으로 바꾸어내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차별대우를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성의 편에 설 수 있는 남성 들은 같은 편으로 묶으십시요. 그리고 그들을 이용하십시요.

   좀 더 저차원적으로 말한다면 '남자들은 다 똑같다.'면서 통밥으로 묶어버리지 말고 좋은 놈은 칭찬해주고 나쁜 놈은 욕해주면서 전체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 보라는 것입니다.

   막판이니까 좀 더 위험한 주장을 하겠습니다. 성정치위의 두 번째 대자보를 보니까 마치 모든 남성들이 성폭력의 주범이자 공범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써놨더군요. 당연한 말이기는 한데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속으로, 혹은 남성들끼리 있을 때야 음담패설하면서 히히덕거리는 것은 당연지사이니 모두가 주범이자 공범이 될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실제로 일을 벌일 가능성은 천차만별입니다.

   제가 익명을 쓰고 있기 때문에 솔직히 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성폭력이나 성추행 죽었다 깨도 안합니다. 무서워서 안 하는 것입니다. 만일 발각 됐을 때, 제가 부담해야 할 고통을 미리 계산 하고 있는 것이지요.

   대학내에서 성폭력 벌이는 놈들은 이것 계산할 줄 모르는 애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해자를 4명 알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전혀 예상치 못 했지만 다른 3명은 그 이 전부터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되었 습니다. 언젠가는 그럴 줄 알았다는 말입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시겠지요. 통밥으로 모두가 공범자고 예비 가해자라는 말보다는 어떤 유형의 남성들이 가해자가 될 가능성 이 더 높은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소득이 있다는 것입니다.

   성폭력 문제에 있어서 피해자에 대한 연구는 많은데 가해자에 대한 연구가 너무 부족합니다. 이것은 페미니즘에 있어서 여성에 대한 연구 는 많은데 남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제가 성정치위에 제안한 것 중 성폭력 사례집을 가해자를 중심으로 만들어보라고 한 것이 있습니다.

   성정치위나 개별 집단의 여성들은 어떤 남성형이 성폭력을 가할 가능 성이 높은지 정리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성폭력을 사전 예방하고 당근과 채찍으로 꾸준히 바꾸어 나가는 노력을 해보라고 감히 제안해 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2. 여학생부 학칙에 대해

   밑에 안은정님과 성정치위에서 자세히 정리한 것에 동의합니다.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것이지만 워낙 중요한 문제이기에 다시 지적 하겠습니다.

   첫째로 전문성 부족입니다. 여학생부장을 제외하고는 여성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위원회에 있으니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둘째는, 사실 이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바보들이 들어앉아 있다 해도 규정만 확실하고 바보들이 규정을 읽을 줄만 알면 별 문제 없 을 것 같은데 규정이 애매하다는 말입니다. 이번 학칙의 가장 중요 한 것은 당연히 '성폭력예방지침서'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제가 이를 볼 수 없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런 것들은 예방지침서가 아니라 처벌규정으로 되야 합니다. 제가 누누히 노래를 불렀듯이 하나부터 백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화하여 개별사안에 대해 처벌의 정도까지 적어놔야 합니다. 그래야 일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해결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증언을 되풀이 해야 하는 고통도 줄일 수 있고 사전예방도 할 수 있습니다.

   항상 법이 애매하니까 가장 확실한 기준이 될 수 있는 성기 삽입 여부나 피해자의 저항 여부만을 따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 규정안이 만일 수정되지 않는다면 결국 2가지 기준을 갖고 일 을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학생부에서 처벌이 가능한 것은 그 쪽으로 넘기고(아마 성기 삽입정도는 되야 할 것입니다.) 성적 농 담이나 신체접촉 정도는 학생회에서 맡아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공개대자보를 꼭 쓰겠다면 그와 더불어 가해자의 부모님이나 종교 적 대부는 반드시 호출해서 피해자에게 같이 사과하는 것도 병행 해야 합니다.

   3. 논의를 마치며

   이번 글은 조금 저열한 수준인 것 같은데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것에 집착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 대해 더 깊게 쓰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편견에 빠질 위험이 있어 그만 마치겠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더 정리한 다음에 개별 공동체 내에서 성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여성들의 전략 전술에 대해 다시 한 번 글을 올리겠습니다.

   성실하게 답변해주신 성정치위에게 마지막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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