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사건, 성정치위 1차 자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성폭력 사건의 완전한 해결인가



   인문대 성폭력 사건은 이것이었다.

   지난 5월 20일 인문대 독문과의 일일호프가 끝난 뒤, 독문과 97학번 남 학우가 그날 처음 알게 된 98학번 여학우에게 성폭력을 가했다. 그것을 성폭력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동의에 근거하지 않은채 일방적인 판단에 의해서 피해 여학우의 성적 자율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다.

징계에 이르기까지
   사건이 발생한 후 일주일 후에 인문대 내에서 중재위원회가 구성되었으 며,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중재위원회는 인문대 내의 성폭력 학생회칙에 근거하여 구성되었다. 그러나, 인문대 학생회칙 조항으로는 이 사건을 해 결하는데 무리가 있었으므로, 전문 기관에 상담을 요청하게 되었다. 전문 기관 중에서 여학생부는 사건 해결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기 때문에 사건 해결에 대해서 여학생부에전적으로 위임하게 되었다. 그러나, 진상조사가 마무리되었다 하더라도 여학생부에는 징계권이 없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여학생부에서 도움을 주기는 어려웠다. 이미 인문대 학생회의 중재위원회 에서 진상조사가 다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진상조사를 시작하지 는 않았으며, 사건 해결과정에서 여학생부의 역할은 이 사건을 행정적으 로 처리하도록 연결시켜준 것 뿐이었다. 그리하여 인문대 학생회에서 여 학생부로 넘어간 이 사건은 학생처를 거치며 행정적인 절차를 따라 인문 대 교수회의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여학생부에서의 상담과 진상조사는 약 두달 동안이나 계속되었으며, 교수회의에서 징계 결정에 이르기까지는 약 3주가 걸렸다.

징계 : 피해 여학우 졸업연도까지의 무기정학과 자퇴 권고
   인문대 교수회의는 각 과의 학과장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그 자리에 서 징계를 결정하지 못하고 다시 새롭게 인문대 교수 5인으로 구성된 '인 문대 성 관련 학생 징계위원회'를 구성하여, 징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 리하여 지난 8월 11일 피해자의 졸업연도까지의 무기정학과 자퇴 권고중 택일이라는 징계가 사건 가해자에게 통보되었고, 다음날인 8월 12일 그는 자퇴를 선택했다.

대학본부의 무지와 오만을 우리는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한 징계 과정을 바라보며, 이것이 무엇을 위한 징계였던 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과연 대학본부는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 왔던가? 또한 동시에 신정휴 교수퇴진 문제에 대해서 대학본 부와 교수사회가 보여왔던 태도를 떠올리게 된다 신교수 문제에 대해서 뿐 아니라 작년 약대 구교수 사건에 대해서도 그들은 마찬가지의 태도를 보여왔다. 그들에대한 제대로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퇴진을 요구했음에 도 행정기관에서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며그러한 문제를 입에 올리기를 꺼 렸으며, 신교수 사건의 경우 사건이 발생한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 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한 마당에 어떻게 한 학생 의 '징계'는 이토록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것 은 명백히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 대한 행정적인 징계 이외의 어떤 것도 아니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성폭력'은 사라지고 '서울대'라는 권위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그들의 무지와 오만이 낳은 결과다.

그들의 무지 - 성폭력을 행한 개인에 대한 처벌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우리는 성폭력의 문제를 단순히 한 개인의 잘못된 행동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성폭력은 어떤 우연한 순간에 일어나는, 개인의 실수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성적 배제, 성적 분할을 바탕으로 성억압과 성폭력을 구조화 시키고 있는 현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성폭력 문제의 해결은 공동체 내에서의 자기정정 과정에서 시작해서 성폭력 담른을 포함하는 현 사회의 구조에 대한 투쟁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보여준 장장 세 달에 걸친 문제 해결과정에는 어디에도 그러한 인 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들은 그 긴 시간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이번 사건의 두 당사자에 대한 중재와 어떠한 처벌로써 이 사건을 마무리할 것 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성폭력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될 수 없 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동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조금도 사고하지 않 은 채, 성폭력을 행한 개인에 대한 '처벌'로써만 사고했을 뿐이다. 그들에 게는 저 위대한 '서울대'라는 곳에서 성폭력이 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그러한 성폭력에 대한 '무지'가 두 사람 모두를 엄청난 피해자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들의 오만 - 교수 사회의 권위주의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했다.
   사건은 징계로 마무리 되었다. 학생의 잘못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근 거가 충분한 반면, 그것이 사회적으로 인정되었다 할지라도 교수에게는 그러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달리 말하면, 교수는 성숙한 존재이며, 학생 은 아직도 미성숙한 존재이며 무언가 교화해야할 대상이란 말인가? 올해 2월 교수윤리위원회가 발족했으며, 윤리 강령을 제정하는 등 교수 사회 내부의 자정의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왔다. 그러나, 윤리위원회에 또한 징 계권이 없다고 한다. 스스로의 자율성과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그러한 반면, 이번 사건을 처리해 온 과정에 서 그 남학우에게 그러한 기회들을 충분히 제공해 주었는가 하는 것이 의 문이다.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책임을 인정할 기회들. 처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의 가능성은 징계라는 벽에 의해 차단되었으며, 더 이상 무언가를 배울 기회조차 박탈당한 것이다. 여기에는 어떠한 교육적 의미 도 없다. 단지 서울대에 오점을 남겼다는 사실이 그를 학교에서 몰아낸 것이나 다름 없다. 스스로의 잘못 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신교수가 여전히 대학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도덕적 우월감이란 어디에 서 오는 것인가? 그들은 그들이 보인 자신감 만큼의 자정의 노력도 없이, 단지 그들의 권위에 대한 위협을 느끼며, 스스로를 방어하고 있을 뿐이다.

교수회의, 그들에게 무엇을 맡길 것인가
   그들의 오만은 개인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사건 해결 과 정에 있어서도 드러난다. 이것은 사실 그들의 무지의 결과이다. 성폭력 문 제는 분명 처벌 받은 그 학생만의 문제는 아니며, 이것은 오히려 공동체 전체의 책임과 판단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성폭력에 대한 전문적인 기 관의 중재조차 없이 징계는 이루어졌다. 단지 어떠한 근거도 없이 구성된 인문대 교수 5인에 의해서. 언제나 대학 사회의 문제는 그들의 손에 맡겨 진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들은 대학이라는 공동체의 구 성원이 합의하는 어떠한 조항이나 기준도 없이 단지 그들만의 기준과 관 념, 어쩌면 우리 한국사회의 지배적인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 을 그들의 생각에 의해 '일방적으로' 판단내린 것이다. 물론 조항이나 학 칙이 있더라도 언제나 문제의 해결은 모두의 문제제기와 논의를 거쳐 이 루어져야 하지 그들에게 그 조항의 집행을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이 모든 무책임한 과정에 대하여 반대한다.
  우리는 그동안 성폭력 학칙제정 운동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우리는 결 코 한 개인을 처벌하기 위한 조항을 요구해온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성 폭력 문제가 우리 대학 사회 구성원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에 의하여, 그 리고 논의와 합의를 통하여 해결되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구체 적인 성폭력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개인에 대한 징계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공동의 책임이며, 가해자에 대한 재교육이 다. 성폭력이 특수한 개인의 잘못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기에, 가해자 스 스로 함께 공동체를 바꾸어갈 책임과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재교 육인 것이다. 이에 우리는 이러한 방식의 징계 중심의 논의를 반대하며, 대학사회 모든 성원의 책임과 의지로 성폭력으로 가득찬 대학 사회를 바 꾸어 내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모두에게 제안한다. 이는 권위주의적 인 교수 사회와 대학본부에 대한 투쟁이며, 대학 사회의 민주적인 자치질 서를 구현하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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