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논쟁, 김진희씨 3번째 글

 

    



제 목:[의견] 성정치위 세 번째 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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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사과의 말씀부터 올리겠습니다. 성정치위의 첫 번째 글의 잔상이 너무 강하게 남아있다 보니 두번 째 글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고 제 생 각대로 쓰게 되었습니다. 저의 두 번째 글은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고는 성정치위와는 별 상관없는 글이었습니다. 소득이 있었다면 저와 성정치위가 서있는 위치가 어느 정도 다른지에 대해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하이텔에서 오랫동안 글을 읽고 쓰고 논쟁에 참여했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은 입장차이 가 상당히 커보이는 두 주장은 사실 시간과 정도의 차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시간과 정도의 차이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성정치위와 저의 차이도 바로 같은 문제인식에 관한 시간과 정도의 차이 입니다. 좀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성정치위의 대자보의 문제점이 바로 시간 의 차이라는 것입니다. 성정치위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듯이 대자보의 순서가 바뀌어야 했습니다. 두 번째 대자보가 먼저 나오고 첫 번째 것이 나중에 나왔다면 제가 갖고 있었던 오해는 불필요했었을 것입니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이 시간과 정도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성정치위의 글을 직접 인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현재 제 컴퓨 터의 시스템의 문제상 불가능하니 제 기억으로 대체하겠습니다.

   1. 대자보의 미덕과 해악 첫 번째 문제는 성폭력 문제와 그리 상관은 없어 보입니다만 이미 언급이 되었으므로 간단히 정의하겠습니다. 우선 성정치위는 단호히 부인하고 있 으므로 더이상 왈가불가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성정치위에서 다른 대자 보까지 변호할 필요는 없습니다.

   학내에 붙는 대자보는 크게 학내문제와 학외문제로 나누어집니다. 물론 학 외문제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이 두 종류의 대자보에서의 문체와 어조는 상당히 다릅니다. 학외문제를 다룰 때는 선동적 문체로 마구잡이로 써댑니다. 특히 경제문제만 나오면 통계숫자가 10배까지 부풀려지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제가 단대운영위에 누차 지적을 했었는데 시정되지 않 았습니다. '자본의 구조조정에 국민세금 100조를 퍼붓는다...', '연간 금융 소득이 300조이므로 이를 환수하면 실업기금을 마련할 수...' 우선 기억 나는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

   반면에 학내문제를 다루는 대자보는 서정적인 문체로 애매모모하게 씁니다. 성문제가 그랬고 학기초에 붙은 인문대의 술문화 대자보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학력차별과 학연주의를 선도하고 있는 대학내 고교동문회를 비판 하는 대자보를 쓰자고 과학생회장에게 건의했더니 경로가 개척되지 않 았다는 애매한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세계자본과의 투쟁은 언제 경로 개척 하고 대자보 씁니까.

   이렇게 대자보의 내용이 부풀려지고 움츠려드는 이유는 읽는 사람을 설득해 보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 이 불편해하는 내용은 쓰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대자보가 유지되는 이유는 쌍방 소통이 불가능한 대자보의 한계 때문입니다. 잘못된 내용이 계시되었을 때 즉각적인 비판을 받을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누차 하이텔에도 대자보를 올리고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였지만 아직 묵묵부답입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제안하는 것은 나우누리에만 올리지말고 하이텔에도 올려주십시요. 총학과 정치단체 모두 에게 제안하는 것입니다. 하이텔에도 건설적인 비판을 할 인재들이 충분히 있습니다. 왜 하이텔 총학란은 비워둡니까. 아이디 하나만 만들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럼 하이텔에서도 총학및 성정치위의 글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 겠습니다.

   2. 성폭력의 해결방법에 대한 정도의 차이 저는 첫 번째 글에서 성정치위가 낭만주의자들이라고 비판하였습니다. 그것은 성정치위가 성폭력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들기 때문입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성의 배제와 침탈에 대해 확고한 인식을 갖고 타인의 인격을 서로 존중해주는 그런 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억에 의존해서 쓰다보니 조금 표현이 다른 것은 이해 해주십시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미군부대의 성폭력 해결방법도 같은 식으 로 접근합니다.

   '미군부대내의 평화가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무자비한 성폭력을 발판으로 삼고 있다면 이는 올바른 해결방법이 아니다.'

   우선 뒷 문장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논리의 비약이라고 말씀드리지 않 을 수 없습니다. 미군들의 부대내의 성적 평화가 기지촌 때문이라니요. 한 번 생각해보십시요. 일본의 문화부 기자들이 한국을 어떤 나라로 평가하는지 아십니까. 매춘의 천국이라 그럽니다. 성이 완전히 개방 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미국이나 일본도 한국처럼 매춘이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저는 반대로 한국은 성추행 천국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가 왜 '반대로' 라는 부사를 사용했냐하면 성정치위의 미군부대에 관한 문장을 보면 마치 매춘이 있기 때문에 성추행이 벌어지지 않는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단호히 말하건대 미군부대내의 성적 평화와 미군들 의 기지촌 여성에 대한 성적 폭력은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이것이 저만의 주장이 아니라는 것은 성정치위가 더 잘 알 것입니다.

   매춘이 성폭행을 막아준다라는 잘못된 전설을 비판해야 하는 곳은 바로 성정 치위가 아닙니까. 그런데 왜 유독 미군부대에 대해서는 다른 말을 하십니까.

   한국은 매춘의 천국이기도 하면서 성추행의 천국이기도 합니다. 대학생의 50% 이상이 매춘녀와 성관계를 맺은 경험이 있는 나라이면서, 실질 성범죄 발생률 세계 1위인 나라입니다.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매춘과 성폭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저보다 더 잘 알고 있을 성정치위조차도 민족문제가 겹치는 부분에 서는 심각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군을 비판하기 위해서 성문제 의 기초지식까지 뒤집으면 어떡합니까. 이런 오류가 발생한 이유는 성문제를 자꾸 확장시키려하기 때문입니다.

   구성원 개인들의 각성과 책임을 통해 성적배제와 침탈이 없는 더 아름다운 공동체 를 건설하려고 하십니까. 이것 역시 성문제의 확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낭만주의적 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저와 견해가 확연히 갈라지는 부분입니다. 성정치위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저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합 니다. 앞에서 말한 대로 정도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해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일 것입니다. 이것은 시간의 차이입니다.

   이왕 여기까지 이야기가 나온 이상 좀 더 솔직히 쓰겠습니다. 성정치위 도 인정하고 있듯이 개인의 성적 욕망은 죄가 아닙니다. 만일 죄라고 한다면 원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자신의 여자 후배를 보고 성적 욕망을 느끼던지 여교수를 강간하는 상상을 하던지 그것은 개인적 욕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제로 일을 벌이지 않는 한에서입니다.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바로 여기입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던간에 일단 성폭력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대단한 성적 의식 이 있어서 하지 않든, 아니면 처벌이 무서워서 하지 않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만 안 벌어지면 됩니다.

   성정치위는 모든 남성들이 성폭행 당한 여성의 고통을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그럴 수 있다면야 좋겠지요.

   제가 말하려는 논점은 모든 남성들이 의식을 깨치고 성적배제와 성적침탈을 거부하고 여성을 성적 동반자로 인정하는 유토피아가 건설되지 않더라도 빈번한 성폭행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먼저 번 글에서 누차 강조했지만 한국 대학내의 성추행 양상은 상당히 특이합니다. 성적 배제와 침탈, 이런 것들은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도 존재합니다. 미국과 일본 은 포르노 천국 아닙니까. 그런데 왜 미국 대학과 일본 대학과는 달리 한국 대학에서 만 성추행이 이렇게 빈번합니까.

   그래서 제가 주장했던 것이 성추행의 주범은 술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 대학인 들이 갖고 있는 성의식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고 해도 술문화만 때려 잡으면 성추행은 지금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것은 성정치위가 가지고 있을 통계자료 를 보면 잘 아실겁니다. 제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성추행사건 모두가 술에 취한 상태 에서 일어났습니다.

   성정치위에서도 술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 기에는 너무 소극적입니다. 의지 문제를 들고 나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술 자리에서 의 성적 농담이나 접촉을 엄중 경고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술자리 자체를 줄여야 합니다.

   어느 과학생회, 단대, 총학 혹은 정치단체등에서도 술자리를 줄이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는 후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던지 아니면 자신이 인사불성이 됩니다. 이것은 문화가 아닙니다. 꼭 문화라고 부르고 싶다면 성추행 문화라고 불러야 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성추행하기 딱 좋도록 돌아갑니다.

   3. 성정치위에 바라는 점

   첫째, 다음 번 대자보에 술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십시요. 술문화를 사회구조라 하고 그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서술하였지만 그런 식으로 쓰지 말고 직접적으로 '술' 이라고 언급하십시요. 성폭력 구조의 재상산이라 표현해버리면 술문화가 묻혀 버립니다. 술자리에서의 성적농담이 워낙 빈번해서 이것을 강조하였지만 사실 술문화 자체가 성추행문화입니다. 술 마시기 싫은 사람 억지로 자리에 앉혀놓고, 노래하기 싫은 사람 억지로 노래부르게 하는 일련의 과정속에서 타인에게 자신의 욕망을 강요 할 수 있다는 잠재 의식을 갖게 됩니다. 타인에 대한 자신의 욕망 강요. 이것이 바로 성추행의 기본구조 아닙니까.

   둘째, 총학과 더불어 술자리 줄이기에 나서십시요. 이것은 총학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신입생 환영회부터 개강파티, 학회 뒤풀이, MT, 대동제 까지 온통 술판입니다. 학생회의 공식행사에는 금주하도록 각 운영위원들에게 건의 하십시요. 술이 없다면 대학 공동체 무너질거라는 걱정은 하지 마십시요. 신입생들에 게대학 들어오기도 전부터 술부터 가르쳐주니까 이 모양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금주 때문에 공동체 무너진다면 애초에 그것은 공동체가 아닙니다. 학교 주위에 술집이 깔려 있는 대학은 한국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비단 성문제뿐 아니라 소비주의적 관점에서도 반드시 척결해야 합니다.
   술문제 해결하지 않고 성문제 해결한다는 것은 언론 내버려두고 정치개혁하겠다는 것 혹은 고교동문회 놔두고 학력차별 뿌리뽑겠다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러니 이를 시정하지 않는 학생회의 성폭력과 학력차별의 근절의지를 의심하는 것입니다.

   셋째, 단호한 처벌에 대해서는 표현만 다를 뿐 저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 처벌할 지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우선 공개 대자보는 위험합니다. 피해 여성이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여기저기서 쏟아뱉는 입담을 듣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제2의 성추행입니다. 단대 학생회에서 경고차원으로 사건에 대한 짤막한 대자보만 붙이고,실질적인 공개는 학교밖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면 가해자의 부모를 호출해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저와 공개 대자보에 대한 견해 가 틀린 듯한데, 저의 견해는 공개 대자보의 취지는 경고와 보상차원입니다. 구성원 의 의식을 깨치게 하는데 공개 대자보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난 학기 에 증명되었습니다. 성정치위에서는 순간적인 보상이라고 하찮게 생각할지 몰라도 제 생각은 그렇지 않습니다. 뺨을 맞은 사람이 때린 사람의 뺨을 때린다고 상처가 아물지는 않지만 그래도 때리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러니 구태여 학교에 계시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가해자에게 타격만 주면 되는 것이니까요. 또한 공개 대자보는 가해자에게 동정심을 유발할 우려도 있습니다.

   넷째, 제가 성폭력에 관한 단대 학칙을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추상적입니다. 여기 에 대해서는 미군법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하나 들어야 합니다. '친밀감의 표시로 머리를 치는 행위' 이런 식으로 열거하다보면 한 100가지는 나올 겁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있는가라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정해놓은 다음에 그대로 적용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서 해결해나간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다섯째, 성추행 사건을 단지 학생들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학교와 연대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도 아시는 대로 학생들이 도저히 해결할 수 없어 학교측에 넘긴 것입니다. 피해자가 원하면 학교측의 힘도 빌려써야 합니다.

   여섯째, 성폭력 사례에 관한 자료집을 만드십시요. 먼저 번에 보내 준 글은 성에 관한 학위 논문 수준입니다. 그런 것보다는 어느 대학 어디서 성폭력이 행해졌는데 어떤 식의 처리를 거쳐 어떻게 처벌되고 그 뒤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열거해야 합니다. 선데이 서울식의 가쉽거리가 될 우려도 있지만 문체를 강하게 하고 가해자쪽에 초점을 맞춘다면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선데이 서울은 주로 피해자에 초점을 맞추지요.

   일곱번째, 외국대학의 사례를 많이 인용해주십시요. 전에도 말했듯이 하도 성,성, 하니까 이런 것이 보편적인 것이라 오해할 소지가 많습니다. 외국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성추행이 빈번히 일어나는 미친 대학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4. 결론을 대신하며 제가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해보았습니다. 저는 성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적도 없지만 다만 이상하게 제 주위에서 성추행 사건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는 점과, 미군 부대에서 이와 관련된 일을 하던 장교밑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제 글을 읽다보면 아시겠지만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처방만을 제시하 게 되었습니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것이야 성정치위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성폭력이 근절된다고 해서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공동체가 건설되리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의 파리 대학에서는 자신의 과 동기가 언제 졸업하는지도 모릅니다.

   다시 한번 의지문제가 나오는데 이를 감수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성정치위에서야 두 가지를 다 잡으려 하겠지만 저의 견해는 다릅니다. 성정치위의 다음 글에서는 이에 대해 써주십시요. 문제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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