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단체 '장애여성공감'인터뷰
달리, 야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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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와 야옹은 장애여성단체인 '장애여성공감'의 운영위원들과 짧은 미팅을 했다.
만남의 장소는 정립회관(장애관련 전문시설)이었다. 한 분을 제외하고는 장애등급이 높으셔서 갈 수 있는 장소가 한정되어 있어서, 이렇게 '특수한' 장소에서만 만나뵐 수 있었다. 일반 건물은 대개 높고, 1층이라고 하더라도 턱이 있고, 주차장은 지하이고, 일부 지하철을 제외하고는 장애인용 리프트가 없으니까. 도무지 도시계획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한심하고, 자기 기준만 내세운 사람들이란 말인가... 너무 화가 난다.
약속시간에 늦고 만 야옹과 달리에게 언짢은 기색도 없이 공감 운영위원 네 분-박영희 간사님, 정영란씨, 안은자씨, 김은정씨 - 은 너무 열심히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우리 때문에 운영회의가 늦어졌음에도 불구하고..(--;)감사드린다는 말씀밖에 할 말이 없다.
*'장애여성공감'은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 원래 95년에 만들어진 '빗장을 여는 사람들'에서 1996년 만났어요. 거기서 나와서 98년 2월 즈음 '장애여성공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9명이 운영위원을 했는데, 지금은 6명이지요.
* 주로 하시는 활동이 어떤 것이에요?
- 매주 토요일날 한 번씩 운영회의를 하고, 매달 한 번씩 회원참여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작년부터지요. 이외에 회원관리와 외부 강의와 외부 집필도 공동으로 정하지요. 전화로 상담하는 것도 있고요, 소식지를 만들어서 보내고 이것을 모아서 '공감'이라는 잡지를 6개월에 한 번씩 만들고 있지요. 또, 이를테면 '이규석씨 리프트 사건'이나, '강릉 음촌마을 성폭력사건'과 같은 '정신지체여성에 대한 성폭력','장애인 참정권 문제' 같은 일에 대해서는 외부와 연대를 해서 활동하지요.
* '장애여성운동'이라는 것이 낯설고, 아주 특수하고 세밀한 영역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 그래요. 장애·여성이라는 단어를 생성하고, 이러한 정체성을 운동의 정체성으로 삼은 것은 공감의 오랜 동안의 화두였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사실 예전보다 장애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장애인, 여성과 어떻게 구분 지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요. 바로 두 개의 존재 자체가 장애여성의 정체성이라는 거죠.
(이런 점은 달딸도 마찬가지이다. 달딸을 왜 만들었는지, 어떤 문제의식이었는지에 대해서 어느 순간 우리 모두 다 알아버린 듯한 느낌 때문에 거듭 이야기하는 것을 잊곤 한다.)
- 여성운동계와 장애운동계의 틈새인 셈이지요. 저희의 활동이. 그래서인지 어떨 때는 일종의 왕따죠. 그들과 의견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니까, 어떨 때는 탐나는 사과처럼 보이나봐요. 자기편으로 편입했으면 좋은
* 그래서 말씀인데요. 입지가 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성운동과도 그렇지만, 일반적인 장애인단체들과도요.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요, 어떻게 해서 '빗장을 여는 사람들(이하 빗장)'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요.
- 음. 빗장은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의 분과로, 장애여성모임이긴 하지만, 운영이 장애여성에게 온 것은 아니었죠. 거기서 우리는 장애여성들을 대상으로 '집에서 한 번 나오세요!'라고 권하는 일을 했었죠. 빗장은 장애여성단체로서 처음이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예산도 많이 따고, 국제회의에도 나아가곤 했으나 주체적인 장애여성의 참여기회는 적었죠.
-우리들은 빗장이 독립하길 원했었어요. 장애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일회성 행사에 대해서도 흥미를 잃기도 해서, 우리 장애여성들이 빗장의 운영위원회를 꾸려보았어요. 하지만 그러한 우리의 생각과 맞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서, 빗장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 말씀을 들으니까, 기존 장애인 단체 내부에서 장애여성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 장애인단체라고 해서 여성에 대해 남다른 시각을 가지리라고 기대해서는 안되지요. 당연히요. ^장애여성의 문제는 100% 가려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대개 단체의 운영자는 남성인데, 장애여성의 경험을 전유하지 않은 사람이 그 이야기를 할 수 없을 테니까요.
* 지금 마악 떠올라 보니까, 매체 상에서 자주 드러나는 장애인단체 분들은 남성분들인 것 같네요.
- 그래요. 꼭 단체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그러죠. 장애인에는 여성에게나 어울리죠. 둘 다 약자이니까요. 남자인데 장애인이라면 그때부터 모순이 생기지요. 남자는 독립적인데, 장애인은 그럴 수 없으니까. 그래서 이를 극복하려는 모습들이 사회적인 이미지로 드러나고 있죠.
- 생각해보면, 난 내가 '여성'이란걸 이용하고 편리해 할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왜 소녀일 때는 자기가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통해서 현실에서 자기 위치를 잡쟎아요. 그래서 장애 여성들 대부분이 소녀적인 모습을 띠는 것도 같아요.
- 헤. 그래서 왜 장애여성들이 자기 주장을 내세우면, 이런 보호대상으로서의 이미지와 그 존재기반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지요.
- 이전에 국회에서 집회를 하는데, 전경들이 우리 휠체어를 번쩍 들었다가, 왜 두명이 양옆에서 들면 들리쟎아요, 저 한 쪽에다가 치워두는데 너무 무섭고 난감하더라고요.
* 맞아요. 들려나가는 것에 관한 공포적 상상을 해보기도 했어요. 그런 종류의 무기력함 같은 거요.
언젠가 장애 여성들에 관한 통계 자료를 찾으려 했는데, 되게 힘들었어요. 어떤 종류의 장애가 많은 것인지 알고 싶어요.
- 노령기에 장애가 된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지요. 가사노동이나 출산 등으로 인해서요. 예전에는 산업재해, 교통사고 등으로 장애대상자가 주로 남성이라고 생각해왔으나, 그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기에, 제대로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보통 통계라는 것이 장애종류별로 주욱 열거 된 다음에, 아동장애, 여성장애 이런 식으로 웃기게 구분되고 있거든요. 각 장애 종류에 해당하는 장애여성이 당연히 있을 것 아니겠어요?
* 어떤 방식으로 운동하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 우린 몸에 맞는 운동방식을 택해요. 장애인 단체가 주변화 되었지만, 아주 중요한 문제제기를 하는 집단이라고 생각해요. 생산성, 속도, 능력 이런 것들에 대해서요.
어떤 장애운동단체들은 일하는 분들이 아주 경미한 장애를 가지고 계시거나(혹은 이조차 가지고 계시지 않은 분들도 있었고요), 지하가 사무실인 경우도 있죠. 이것은 마치 사회에서 장애인에게 직업을 구해줄 때, 기준점이 비장애인이고, 여기에 맞출 수 있는 아주 (경미한) 장애인만 살아남게 해주는 경우와 같은 것이죠.
- 정말 싫은 것은 '극복'이란 단어에요.
- 나도 싫어. 너무 끔찍해.
(비장애인인) '우리에게 맞추어라!'는 식의 뉘앙스를 담은. 정신상태 운운하면서,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식의 것이요.
- 그래요. 물론 비장애인의 기준에 힘들여 맞추어서 훌륭한 사회인이 된 경우도 간혹 있지요. 그러나 제 생각에 장애는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날 장애인으로 보지 말라!'고 주장하는 훌륭한 장애인을 볼 때마다 끔찍해요.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그 주변의 가족과 그 사람은 얼마나 눈물겹게 노력했을까.
* 그런 조건을 갖춘 가정도 별로 없쟎아요. 자꾸 숨기려고 드니까요.
- 장애인을 보는 비장애인의 시각은 두가지 정도로 요약되는 것 같아요. 장애인을 피해의식을 가진 자로 보는 부류... 이 사람들은 과도하게 잘해주려하고, 우리가 손도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하지요. 또 다른 사람들은 너희 장애인임을 내세워서 받아먹지 말아라고 하는 부류지요. 앞선 부류가 경쟁은 우리끼리(비장애인끼리) 한다는 식이라면, 후자는 우리란 똑같은 선에서 (강하게 인내하며) 겨뤄라. 하는 부류죠.
- 내가 예전에 운전면허를 따려고 하는데, 제가 한쪽으로 기울거든요. 그래서 그것을 고려해서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그 선생님이 그러더군요. 나는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모두다 똑같다고 생각한다고요.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인데요.
*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장애를 인정하면서, 또한 어떤 지점에서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면서.
저번에 어떤 영화에서 봤는데요, 미국이 그렇게 장애인들이 살기 좋다면서요?
- 영희언니 저번에 미국 갔다 온 이야기 해줘요.
- 아 예. 미국의 장애여성들은 삶의 질 향상을 주장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는 '삶'조차도 버거운데 말이죠..(씁쓸하게 웃음) 제가 놀랐던 것은 그렇게 미국을 돌아다니는데, 한번도 안기거나 업혀본 적이 없다는 것이에요. 한층만 높아져도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저 뒷골목 중국집에도 들어가는데 문제가 없었어요. 심지어는 군대. 군대란 곳이 신체 건강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쟎아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혹시 군대 관계자들의 가족(장애자인)이 방문했을 때 불편할까봐, 시설을 갖추었더라고요.
그렇게 법이 규정하고 있고요. 또 법이 그러니까, 의식수준도 그만큼 강제되는 것이지요.
조금 웃긴 소리를 하자면, 미국에서 장애인 관련 시설이 발달한 것 중의 하나는 원래 그 사람들이 몸집이 크쟎아요. 그러니까, 업히거나 안기는게 부담스러우니까, 그러지 못하도록 그렇게 했는지도 몰라요.
- 참 우리나라에서 장애여성이 살을 빼는 이유와 같은 것이지요. 시설이 없으니까, 업히기 쉽게. 며칠 전에 한 번 젊은이에게 안겨서 옮겨지는 도움을 받았는데, 그 사람이 그러더라구요. 살 좀 빼셔야겠네요... 속으로 너나 힘 좀 키워라 했죠.
- 미국에서는 장애문제가 소수인종문제와 같이 풀렸다네요.
* 단체의 운영비는 어떻게 해결하세요?
- 운영위원들이 돈을 내고요, 후원회원이 20분 정도, 한 달에 한 번 프로그램 할 때, 작게 비용을 받고요, 공공근로도 하지요. 그런데, 그렇게 돈 쓸 때가 많지는 않아요. '공감'지를 낼 때 몽창 들어가는 것 빼고요.
- 이제 사무실을 구하고 싶은데. 돈보다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더 문제에요. 적당한 크기다 싶으면 너무 비싸고, 조금 싸면, 2층 이상이거나 반지하에 있고. 예전에 우리 독립했을 때도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우리가 원하는 가격에 1층이고 문턱없는 곳을 찾기가 힘드니까요. 겨우 찾았을 때도 주인이 우리처럼 특별한 사람들에게 맞기기 싫다고도 하니까요.
* 왜 장애인들과 성을 연결시켜서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도 존재하쟎아요.
- 그렇지요. 특히 장애여성에 대한 편견이 많죠. 속된 말로 '밝힌다'고요.. 그런데 당연히 그렇지 않지요. 그런데 교육받지 않은 장애남성이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많기는 해요.
- 장애여성들이 접하는 남자는 대개 자원봉사자들이쟎아요. 그런데 성적인 일로 가끔씩 배신을 당하기도 해요. 그러면 믿었던 사람들이 그러니까, 상처가 더 커서 모임에도 안나오고 그러는 경우도 많지요.
- 장애남성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요. 어린 자원봉사 여학생들의 경우, 대개의 사람이 그러듯이 장애인들이 부탁하면 거부 못하쟎아요. 그래서 (성적인 것과 관련한) 무리한 부탁을 하기도 하더라구요. 모두 그런 것은 아니죠. 일부의 일이지만
*저 같은 경우(달리의 경우)는 제가 장애여성이다 싶으면, 제일 두려운 것이 장애 관련 시설에 대한 공포인 것 같아요. 좀 뜬금없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 며칠 전에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를 탔는데요. 저 말고 다른 남성 한분이 탔지요. 얼마나 두렵던지. 오히려 다른 사람은 이용하지 마세요, 하는 공간이 더 무서워요.
- 왜 장애가진 딸을 둔 어머니들이 교회 부흥회같은데 잘 보내쟎아요. 절에도. 그렇고. 아무리 잘 운영되는 시설이라고 하더라도 그런데서 여러 가지 폭력, 성적인 것을 포함해서요, 그런 것들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쟎아요.
- 사실 이런 장애인 관련 시설이라는 말이 '서비스'차원보다는 '격리'차원이 크니까. 감독이 아무리 잘되어도 인권이 완벽하게 보존될 수는 없지요.
- 그렇다고 집에만 두면, 그것은 엄마의 몫, 조금 있으면 올케나 며느리와 같이 그 집에 새로 들어온 여성들이 몫이 되니까. 사회가 공적으로 그런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니까, 다시 이런 보살핌 노동은 여성에게로 전가되는 악순환이 거듭되지요.
* '공감'은 어떻게 발간되나요?
 - 소식지와 한달마다의 프로그램들이 모여서 나와요. 그런데 주제는 별로 고민 안되요.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이 이미 한보따리니까요. 1호는 장애/여성의 몸에 대해서, 2호는 독립에 대해서 다루었지요. 처음에는 내 경험도 말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주변이 보이고, 객관화시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런 경험이 책이 되어서 나오지요.
긴 인터뷰, 성실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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