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 :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사이버 스페이스가 지나치게 남성적이고 공격적이어
서 여성들의 참여가 적다는 얘기에, "그런 여성도 있고 안 그런 여성도 있다. 공격적
인 여성도 비공격적인 여성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사이버 스페이스가 다양해
져야 한다"고 하신 걸 읽고 반가웠어요.
미경 : 이번 사태 같은 경우에도 저는 공격형 전사가 활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모두 감정적으로 반응할 때 논리적으로 전사로 뛸 수 있는 여성이 많아야 하
고.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힘들어요. 날마다 한판 전쟁을 치루는 거 같애. 이렇게 싸우
고 그러는 거 말고 잔잔한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철학을 논하고 뭐 이런 게시판도 많
아져야 하고
난다 : 김부장님은 뭐랄까, 공격형 쪽에 속하지 않나 생각했어요.
미경 : 사실은 그렇지도 않아요. 그거는 내가 기자생활 11년을 했기 때문에 그런거지.
기자 일이라는 게, 저돌적이고 공격적으로 정보를 캐내는 작업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안하면 새로운 뉴스를 캐낼 수가 없거든. 누가 정보를 옛다 하고 주는 것도 아
닌데.
내가 지금 사이버 뉴스 브리핑이라는 새로운 일을 하고 있지만,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 정말 욕심은 특종을 올려야 한다구, 기자로서는. 어제 저녁에 행자부 해킹 당하고
그런 기사 쓴 거, 기자로서는 그게 정말 즐거운 거야.
난다 : 종이 신문에 기사 쓰실 때랑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요?
미경 : 난 정말 지금 해방감을 느껴요. 종이 신문에서는 (원고지) 4장안에, 이거 모르
는 단어를 설명하면서 쓰는 건데, 아무리 내가 중요하다고 해도 내 맘대로 길게 쓸 수
는 없는 거거든. 지금이야 뭐, 모르는 단어는 링크 달아서 보라고 하면 되는 거고 원
문은 여기가서 참조하라고 하면 되는 거고. 짧은 글을 써도 더 많은 걸 넣을 수 있고,
더 감정이 포함된 글을 쓸 수 있고.
난다 : 칭찬이나 격려도 많지만 비방이나 욕설도 많이 들으시는데 속상한 적은 없으셨
어요?
미경 : 글쎄. 별별 소리를 다 듣지만 나는 나 개인에게 욕하는 거에는 별로 화가 안
나요. 내가 제일 화가 났었던 것은, 내가 뉴욕 타임즈를 보고 기사를 썼는데, 어떤 사
람이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다며 오보라는 글을 올렸을 때 였어요. 그래서 내가 다시
뉴욕 타임즈의 그 부분을 찾아서 올렸지. 기자로서 팩트가 틀렸다고 하는데, 그건 정
말 화나지.
난다 : 여성신문에서 편집장으로 일하시다가 한겨레에 여성담당 기자로 오시게 된 거
죠? 어떻게 해서 여성학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미경 : 글쎄. 여성학을 시작할 때는, 딱히 말할 만한 동기는 없었어요. 그냥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내가 여성이고 여성학에 좀 관심도 있었고 하니까...그렇게 시작했
죠.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서 너무너무 빨려들어가게 된거지. 그 때 같이 공부하던
사람이, 오숙희씨, 여성신문 편집하시는 김효선씨, 그리고 박혜란씨... 그때는 정말
너무너무 재밌게 공부했죠. 내가 이대 앞에서 하숙을 했는데, 밥만 싸와 가지고 우리
집에서 반찬을 해먹고, 날마다 토론하고...
난다 : 인터넷과 페미니즘을 개인적인 화두로 삼고 있다고 읽었어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으세요?
미경 : 내가 지금 당장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기 보다는...내가 인터넷 한겨레
를 하는 동안은 이곳을 여성 네티즌이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 싶죠. 인터넷 한겨레
의 여성 네티즌 비율이 다른 곳보다 낮거든요. 내가 개인 홈 페이지를 통해서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고.
난다 역시 김미경 부장이 특별한 일을 통해 웹-페미니즘을 구현해내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웹상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하나의 여성 캐릭터, 의연하고 씩씩하면서 부
드럽고 현명한 이미지가 좋다. 때로는 선명하게 주장하고, 분쟁을 조정하고, 다른 사
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기의 의견을 수정하고, 웹 상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자리
를 만들고, 자기 자료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이렇게 다양하고 생명력 넘치고 꾸준히
변해가는 여성 이미지를 그녀가 계속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김미경 부장은 나이가 들면서 예전의 칼 같았던 태도를 버리는 대신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안티-페미니스트를 보면, 어떻게 저렇게 사나 싶었는데, 지금은 다
른 인간적인 면들도 보이고 사람들의 다양성도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대학 때는 보수
적인 아버지가 미웠지만 지금에 와서는 당신의 삶을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딸들을 강
하게 키워내신 그 분을 존경하는 마음도 든다고 했다.
페미니즘이 이론이나 원칙으로 존재해서 우리가 그것을 참조하며 살아가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과 매 순간의 선택들이 페미니즘의 내용을 채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난
다는, 김미경 부장의 삶에 더 더 많은 일이 일어나 그녀를 계속 긴장시키고 그녀의 페
미니즘을 보다 깊고 두텁게 했으면 좋겠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개인적인 화두라는
미디어와 페미니즘에 대한 그녀의 대답이 될 것이다.
난다는 김미경 부장에게 마지막으로, 남성화된 사회에서 여성의 성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여성이 아직도 여전히 더 출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김부장은
, 인터넷 한겨레의 뉴스 부장 자리가 어떻게 보면 방송국의 뉴스 앵커 같은 간판 같은
측면이 있다는 걸 다 알면서도 이 자리를 선택했다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인데 이미
지라고 못 팔겠냐며 그녀는 웃었다. "위에서는 내가 여자인데, 아주 못 생긴 여자가
아니라는 것도 다 고려한 거라고."
어쨌든 그녀는 기회를 얻었고, 조금씩조금씩 신뢰를 얻어가고 있다. 아슬아슬하게 균
형을 잡으면서 앞으로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난다는 계속 지켜보려고 한다. 아마도 그
녀는 성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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