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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좋아하세요]





어머니의 두 번째 비극은 이러한 딸 때문에 다시 시작되었다. 결국 딸은 "지나칠만큼" 독립적이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고야 마는 "고집쟁이"가 되었다. 심지어 딸의 행동은 어머니가 보기에 정상적인 궤도를 넘어서는 것이었는데, 그 첫 번째 사건은 딸이 남자 선배 들과 술 내기를 하다가 과음으로 병원에 입원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딸의 방에 놓여있던 사탕통에는 사탕이 아닌 수북한 담 배 꽁초들이 들어있었고, 어느날 들여다 본 옷장 속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 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학교를 자퇴하고 무단 가출을 자행했으며, 도 저히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사내 아이들과 좋지 못한 소문이 있었다. 어머 니는 드디어 딸에게 배신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느꼈던 배신감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분노였지만 점차 절망과 후회, 스스로에 대 한 한탄으로 바뀌어 갔다.

사실 어머니가 나에 대해 느꼈던 배신감은 아주 일찍 시작되었다. 내가 중학생일 때, 어머니는 우연히 내 일기장을 보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나는 우리 엄마가 정말 싫다"는 문장이 있었다. 물론 나는 "왜 남의 일기장을 훔쳐 보느냐"로 맞섰지만, 어머니는 나와 싸우려 하지도 않았다. 그 한 문 장이 어머니에게 가져다 준 충격은 두고두고 마음의 상처가 되었다. 이 일 로 어머니는 남편 뿐 아니라 "자식"에게조차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사건에 대해서 나는 지금도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왜 내가 그 때 "일기장을 남이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놀랍게도" 나는 어머니를 성격에 있어 참 많이 닮았다. 괴물과 싸우다 가 괴물을 닮는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내가 어머니를 닮는 것은 그다지 놀 라운 일이 아닐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누가 내게 "어머니를 닮았다" 는 말을 하면 나는 기분이 좋지 않다. 어머니는 자존심이 센 것과는 어울 리지 않을 정도로 참 소심해서 주위 사람들이 자기에게 어떤 평가를 내리 는가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나도 그렇다). 어머니는 싸울 때 끝까지 자기 가 옳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고자 하고 절대로 지려고 하지 않는 다. (나도 그렇다). 어머니는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 했고, 최고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남들보다 뒤처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다). 어머니는 가족들에게 만족을 하지 못하고, 남들에게도 가족 자랑을 거의 하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어머니는 스스로 가진 능력보다 자기 자신을 더 초라하다고 생각하고 자신감이 없다. (나도 그렇다). 어머니는 다른 사 람에게 불만이 있어도 일단 참고 자기 역할은 다 한 다음에 이야기해야 한 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코 주위 사람들의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기분만 상하게 한다. (나도 그렇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독자들은 내가 이 글을 며칠 동안 썼다고 생각을 할까? 정말 거짓말 하나 없이, 이 글만 쓰는데 열흘이 걸렸다. 그만큼 어머니에 대해서 쓴다는 것이 내겐 참으로 힘들다. 글 쓰는 동안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이야기하자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데 어머니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와 화면을 보시는 바람에 나는 너무나 당 황해서 그만 "저장않기"를 누르고 윈도우로 나가고 말았다. 당연히 글은 하나도 저장이 되지 않았고, 나는 짧은 기억에 의존해서 처음부터 다시 써 야 했다. 내가 아직도 어머니를 얼마나 어려워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장 면이다. 그래도 이 글을 끝까지 쓴 것은, 적어도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을 통 해 내가 어머니에게 진 채무를 조금은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 다. 물론 내가 느끼는 가장 커다란 채무는 "내가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왜 나는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어느 책에선가 "아들"의 삶은 결국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비록 아 들 대신에 "딸", 아버지 대신에 "어머니"이지만, 혹시 나 역시도 어머니에 게 그랬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를 결코 인정해 주지 않는 어머니를 싫 어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친구의 이야기에 따르면, 나이가 들면서 어 느 순간엔가 갑자기 부모가 더이상 자신과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리 그 부모를 미워했다 하더라도, 그 때는 해방감보다는 오히려 짙은 허무감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이런 이 야기를 들으면, 난 그래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어머니는 아직은 내게 허무감을 줄 만큼 허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내가 어 머니를 아직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이 참 다행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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