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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마 :언니 어렸을 때 어디 살았어?
열녀 :전라북도 고창. 은희경의 새의 선물에 나오는 동네야. 진짜루 똑같애.
=어렸을 땐 많이 아파서 기억이 별로 좋지 못해.
체육시간에도 늘 앉아 있었고 왜그런 애들 있자나
헤마 :난 어렸을 때 그런 애들이 되게 부러웠는데
열녀 :부럽긴. 상대적인거지. 난 운동장에서 메뚜기처럼 뛰노는 애들이 부러웠고.
헤마 :근데 언니 고향에서 담배피우다가 친척들한테 걸린 적 있다며...?
열녀 :세번 걸린 적이 있어.
=첫번째는 전주에서 학교를 다녔으니까 주말에 집에 내려간적이 있었는데
=그 때 밤이라 시골동네니가 아무도없겠지 하고 피웠는데
=동네 사람들이 본거라... 울 엄마는 그 날 내가 집에 안왔다고 우겼대.
분명 다른 년이라고.
헤마 :젤 무서운 사람이 바로 동네사람 아냐
열녀 :두번째는 서울에 올라와서 막내 삼촌집에 있다가 피웠는데
=막내삼촌이 나 바래다 주면서 말했어. "담배피우니?"
나 : 아니. 삼촌: 사실대로 말해도 괜차나
나: 진짜 안 피워. 삼촌: 다 알아...
나: ...조금 피워 삼촌: 집에다는 얘기 안할께, 끊어라..
나: 응...
다음에 집에 내려가니까. 할머니가 나를 보더니, "너, 담배 핀담서?"
난다 :호호
열녀 :그리고 세번째. 여름방학 때, 아버지는 일 나가시고,
바야흐로 집이 한적한데 담배 생각이 나드라고.
그래서 화장실에서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는데, 갑자기 문이 확 열리는 거라.
난다 :힉
열녀 :아빠였어. 담배를 얼른 감추고 아빠..했는데,
"아빠" 하는 입에서 연기가 줄줄 새는 거라. 미처 삼킬 틈이 없었어...
헤마 :미치겠다...
열녀 :근데 울아빠 왈, 불 좀 주라.
그 시기가 울 아빠가 엄마 몰래 담배를 피우던 시절.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 지금도 확인할 수 없지
난다 :나중에 아무 말 없었어?
열녀 :응. 나중에 행동으로 보여줬어. 담배를 치사하게 숨기기 시작했음.
암튼...이후로 나 땜에 집안이 뒤숭숭해졌지.
=내가 담배 피우고 술 먹는다고.
=명절 때 작은 아버지가 이 사실을 만천하에 공포했어.
난다 :으
열녀 :아,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근데 울엄니가 나를 구해줬어.
=이제 다 컸다, 그런 사생활을 식구들한테 얘기해서 어쩌자는 거냐...
난다 :박수...
열녀 :나는 이해한다. 내 자식 내가 이해한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냐
=그런데, 그 뒤로 담배 안끊으면 쥑인다는 협박을 수시로 함.
헤마 :엉
열녀 :엄마의 자존심이었던 거지.
자기 자식의 추악한 면을 남한테 보이기 싫은 허영심.
울 엄마같은 사람이 알고보면 더 무서운 사람이야
난다 :응, 알 거 같아. 울 엄마도 그런 식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많이 구해줬었어.
그 때마다 기분이 이상했는데, 엄마가 호랑이처럼 옆에서 나를 지켜준다고.
나를 구해줄 가장 의외의 사람이.
열녀 :그치..이건 적군인지 아군인지 구분이 안되지...
난다 :나 학교에서 퇴학 먹을 뻔했었던 적 있거든.
엄마가 학교와서 일 해결하고 와서는 아빠한테 큰 소리 쳤어. 선생님한테도
내 딸 잘못한 거 없다고 한 소리 하고.
열녀 :오우.. 너 그리고 그 뒤로는 엄마한테 왠지 좀 뭐랄까,
살살피하게 되지 않든.
난다 :근데 이상하게 엄마랑 나랑 둘이서는 그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
안하게 되더라.
마치 없었던 일인 거처럼.
열녀 :울 엄마는 그 뒤로 나한테 많은걸 요구했어. 첫번째로 요구한게 남자친구랑
헤어지는 거. 그거랑 그거랑 바꿀 수있다고 생각했나부지..순진하시니까.
그리고 그런 여지를 항상 남겨두지. 여기서 널 구할 사람은 나 빡에 없으니
이번 한번으로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난다 :근데 이상한 건 정말 위급할 때 구해주는 사람은 진짜로 엄마라는 거야.
열녀 :맞아. 엄마도 여자자나
난다 :그런데 또 요새 드는 생각은...엄마를 구해줄 사람은 나라는 생각. 엄마가
나이들수록 스르르 의지하는 거 같애.
무슨일 있으면 꼭 딸한테 말하고 시퍼하고.
헤마 :나도 그런 거 느끼는데 난 그게 너무 부담스러워.
엄마한테 내가 절실한 만큼
=난 엄마가 그렇게 절실하지 않으니까.
=꼭 그런 말로 나의 애정을 잡아두려 하는 것 같아서.
난다 :난... 이렇게 엄마랑 사이가 좋아진 게 믿을 수가 없고...그래서 대체로
엄마와의 의지 관계를 즐기는 거 같아. 권력 관계가 수평이 되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서서히 이동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더 권력적이 되지는 않았으면.
열녀 :울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질리는 구석이 있었대.
=이게 엄마가 할 소리냐.
헤마 :질리는 구석이라니?
열녀 :가족에 대해 너무 냉정하대. 어렸을 때부터 난 가족이
경제공동체 이상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지금은 그것조차 없어졌지만.
헤마 :어렸을 때 너무 많이 알아버렸군
열녀 :그런 셈이지.
=그래서 받아낼 수 있는건 받아내고 아니면 금방 머리에 뿔달린 새끼가 됐대.
=울 엄마 말론 꼬마 악녀같았대
헤마 :엉덩이에 달린 거 아냐?
열녀 :그런가..
헤마 :지금은 다 큰 악년가?
헤마 :앞으로도 다큐 계속 할거야?
열녀 :잘모르겠어. 지금은 이게 하고 싶으니까.
=그렇지만 다큐를 할지 극영화를 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
=그런거 없어 난. '죽어도 이거다..'가 없는 년이야
어떻게 그런 하찮은 신념에 목숨을 비하랴.
난다 :웅...그런데 아이디는 열녀야?
열녀 :난 뜨거운 여자니까
난다 :남비처럼.
열녀 :응.
헤마 :하지만 여름이라 덥자나.
열녀 :그럼 차가운 걸로 하든지. 팥빙수나...
얼음보숭이...머 이런 걸로.
헤마 :얼음보숭이, 좋다.
난다 :'벌거숭이'같아서 좀 야하지 않아?
헤마 :난 '보드라운 송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열녀 :다 끝났어?
난다 :대충...됐지?
헤마 :그럼 언니... 오늘 인터뷰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맛있는 거 사들고
사무실에 놀러가께요.
열녀 :그래, 안녕. 연락해...
난다 :맘대로 편집하께, 나중에 머라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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