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콤플렉스>

            별 족

나의 '엉덩이'
나는 우리 과장님이 밉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의 자기중심성으로도 초연해질 수 없는
'미움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그래서, 미워하기로한 거다.
그렇지만,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과장님이 밉다-
나는 과장님을 미워하기로 한다-왜? 과장님이 날 미워하니까-
그건 내가 일을 다른 직원만큼 안 하니까-그럴 필요 없으니까,
또,,,난 여자니까-아니 이건 잘못 거슬러올라갔다.

다른 직원보다 내가 일을 못하는 이유는
우리과의 업무가 지금 막 자리잡는 단계라 현장을 도는 경우가 많은데
난 사다리 타고 오르는 것도 잘 안하고 배관을 오르내리는 건 더더욱 못하고 있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과장님이 밉다-
나는 내가 왜 이 과에 속한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지금 이 과에서 일을 할 수 없다-왜 나를 이 과로 불러들인거지.
과장님이 그랬댔지.-미워하기로 결심하자-
아니 이건 또 잘못 거슬러 올라갔다. 아니 이건 거슬러 올라간 것도 아니다.

나는 요 몇 주동안 배관을 이리 저리 타면서 -오르락 내리락-
청소검사를 할 수 없는 내 자신 때문에 심한 자기모멸에 빠져 있었다.
이러다간 이것 때문에 사표를 내겠다 싶을 정도로.
그런 자기 모멸이 생기는 건 내 자신이 육체적으로 지치지
않을 거라 확신하면서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물론 난 사다리도 잘 오르고 배관도 성큼성큼 오를 수 있다,
혼자 현장을 돌 때에는.
그런데, 청소를 끝마치고 검사를 바라는 무수히 많은 작업자를
뒤로 하고는 절대로 오를 수 없다.
'여자는 위험하니 오르지 말라'는 충고를 들으면
코웃음을 치다가도 그걸 부인하며 '난 할 수 있다'고 앞장서서 오를 수는 없었다.

그러니 내자신이 얼마나 구역질이 났겠는가?

난 학교에 다닐 때는 엉덩이를 가리느라고
한 쪽으로 메는 가방을 둘러 엉덩이를 덮고 다녔다.
엉덩이를 덮는 긴 셔츠를 입고,
허리선 위로 웃옷을 입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가방에 눌린 납작한 엉덩이가 부끄러워 다시 가리고.

모든 합리적인 이성과 자존심을 무찌를만큼
나의 엉덩이에 대한 콤플렉스는 심각한데,
어찌 자기모멸에 빠지지 않으랴.
경멸스러운 나의 감정....

엉덩이가 없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는데,
내 몸에 대한 이 지독한 수치심은 어디서 나왔을까?



PLAZA              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