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의 선택 ―취약한 위치에서 벗어나기     
  • 묘루

    연상 3.

    2000년
    지식인 여성=미성숙 : 지독한 보통 사람들의 신화
    평생 물 한 번 안 묻힌 과년한 딸은 언제까지나 성인 자격을 유예한 학생이고자 하고
    어머니는 명석한 자식 번듯한 교수 직함이라도 얻기를 기대하며 얼마간 열심히 쓸고 닦는다.

    졸업할 즈음 그녀는 어머니가 열광하던 한 지긋지긋한 드라마로 인해 완전히 스타일을 구긴다.

    <보고 또 보고>

    '헛똑똑이' 여자 인물이야 드라마에서 세고 세다. 그나마 헛것이라도 똑똑한 척 하는 여자들이 나온다는것이 일종의 진보를 의미하기도 하는 기가 찬 TV 드라마의 실상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악의에 차, 소위 공부하는 여성 이미지를 조롱한다.

    명문대 국문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금주'는 그녀의 어머니처럼 헌신적인 어머니의 보필을 받으며 교수 겸작가의 꿈을 키운다. 그러나 그녀의 화려한 꿈과 생활에도 그림자가 있으니, 이것은 '은주'란 자매를 통해드러난다.

    은주는 없는 집안 살림에 '공주'처럼 자라는 언니의 후광에 가려 살림을 돕고 돈을 벌며 산다. 그러나 좋은신랑감을 만나 악착 같이 신부 수업을 받은 그녀는 급기야 금주의 시댁 형님이 되어 그녀의 생활을 간섭하기시작한다. 남편과의 계급 격차를 딛고 능란한 살림 솜씨를 보여주면서 시댁에 적응하는 은주는 금주가공부하는 여성의 위치에서 갖는 허점들을 노골적으로 꼬집는다. 금주의 내면 세계, 학업이 갖는 가치 따위는안중에도 없는 이 드라마가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인물 은주의 눈을 통해 비친 금주는게으른-이기주의-미숙아 그 자체이다.

    그녀는 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뜨끔한 심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모욕당하거나 오해받는 느낌. 이러한느낌의 원인은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리 그녀가 금주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는 금주와 자신이 다른 점을 열심히 변호하듯 찾아본다. 헌데 찾아낸 것이란 패션 스타일, 외모뿐이다.금주의, 화사하여 세련미가 떨어지는 공주 스타일의 외양과 미모를 제외하면 그녀는 집에서 소위 정글 같은사회 속에서 전형적인 금주다. 금주의 학구적인 열정이나 가치관은 알 길이 없다. 그리고 그런 것은 현실생활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이 드라마를 너무나 즐겁게 보고 계신다....
    세상의 은주들은 금주들을 언제든지 그런 식으로 다룰 수 있다. 은주들은 살림을 하고 살림에 저해가 되지않는 한도 내에서 돈까지 버는 한, 일상 생활의 규범 안에서 금주를 비판할 정당성을 갖게 된다. 금주는취약한 꿈꾸는 자에 불과하다.

    그녀의 취약한 꿈은 철저하게 조롱당하고 그녀는 모욕을 느끼며 다른 곳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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