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의 선택 ―취약한 위치에서 벗어나기     
  • 묘루

    ※ 이야기

    주인공은 글쓴이와 유사한 특징을 가진 젊은 여성이다.
    그녀의 고민 거리는 자기 이상과 맞지 않게 자질구레한 현실이다.
    거기에는 맞서 싸울만한 격하고 장대한 분위기도 없고 쟁취할 수 있는 멋진 미래도 없다.
    그저 먹고 자고 사는 일이 다반사인 삶의 흩어지는 조건들 사이를 헤집고 돌아다녀야 할 책무가 숙명처럼주어진다.


    연상 1.

    1920년
    근대 지식인 남편과 농촌 노동자 아내
    남편은 유학을 갖다와 '까페 프란스'라는 시로 문명을 떨치고
    예쁠 것도 없는 아내는 사철 발 벗고 고향을 지킨다.

    사람마다 성장기에 맘속에 품고 다듬고, 어쩌면 결국 버리게 되는 이야기나 이미지가 있다고 한다. 위인들의영광된 인생 기록, 나무랄 데 없는 매력적인 사촌의 멋진 근황, 격정적인 백일몽 로맨스 등등.

    이 아가씨에게도 반복적으로 상기되는 맘의 그림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이것은 언제나 분노의 감정을불러 일으켰다. 물론, 공포도 동반되어 있었다.

    '언제 내가 그 그림의 주인공이 되어 있을 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그림은 현실에서 허다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것이기도 했다. 나이 좀 있는 한국인들이 즐겨듣고 부른다는 한 노래 가사에 그 정수가 묘사되어 있다.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정지용, "향수" 중)

    그가 감상에 젖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그것
    아무렇지도 않은 그녀의 사철 고된 노동
    예쁠 것 없는 그녀의 이삭줍기
    줍기와 예쁠 것 없기
    그것에 무심하기

    남편의 향수는 이런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노동자 아내는 향수에 젖은 남편의 시에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한다.

    남편은 오늘날까지 비평가 사이에 현대 시의 선구자라고 평가받는다.
    그는 일본에서 유학하고 돌아와 아직 충분히 근대 물이 들이 않은 우리 언어를 시를 통해 다듬어 놓는다.
    하지만, 그는 이 시속에서 세련된 취향과 재능을 잠시 뒤로하고, 질화로니 황소, 실개천 등 아직 변하지않았고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들에 대한 질퍽한 감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것들에생계를 위한 노동의 굴레에 갇힌 아내의 일상을 포함시킨다.

    아내의 생계를 위한 노동의 굴레는 몇 십 년이 지난 아직도 존재한다.
    그녀의 공포는 바로 이러한 초상과 다를 바 없는 위치를 부여받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이러한 심리적 문제는 그녀의 소위 '지식인'이 되고자 하는 욕망과 무관하지 않다.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안해' 인터뷰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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