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라이더를 두려워할 것인가 혹은 두려움 없는 게임

풀하우스는 게임이다.

그러나 성공이 보장된 게임이다. 왜냐면 첫째 라이더는 늑대가 아니고 둘째 엘리는 돈을 주고 책을 사는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실생활에서 나의 남자 친구가 늑대인지 아닌지는 사실 구별하기 힘들다. 하지만 라이더가 늑대가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많은 순정만화의 남자주인공이 가지는 공통적인 점을 보여준다. 그는 잘생겼고 사려 깊으며 로맨틱하며, 확실히 근육맨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순정만화의 남자 주인공처럼 그의 외모는 여성적이다. 스포츠 맨임이 분명하지만 그의 남성성을 드러내는 근육은 좀처럼 볼 수 없다. 이빨과 발톱을 뺀 사자를 누가 두려워 하랴. 귀족 출신에다 형은 부르주아이다.(아아... 엘리는 평생 우아한 생활 수준에 하고 싶은 일도 하며 살 것이다) 게다가 그의 성격은 친절하다 못해 스캔들이 끊이질 않다. 그러나 너무도 순정파인데다 단호하기까지 해 한 번도 바람을 피워본 적이 없는 일편단심 민들레인 것이다. 평생 해바라기처럼 나만 보며 살, 돈 많고 잘생긴 '한 인품'하는 귀족, 게다가 나를 폭력적으로 관리하려고도 하지 않을 남자라면 누가 싫어할 것인가, 그 누가 두려워할 것인가.

#사랑의 맹세는 모든 두려움을 물리치는가

원수연이 뛰어나다라고 평가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다른 수많은 순정 만화들처럼 엘리가 라이벌인 미랜다와 죽은 재스민만 이기면 라이더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남자 주인공의 본성을 가리고 있던 오해 된 남성적 폭력성이 거세되자마자 문제가 해결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엘리의 목적은 라이더를 차지하는 것, 풀하우스를 되돌려 받는 것만이 아니다. 앨리가 아버지가 남긴 풀하우스를 지킨다는 몹시 모범적인 목적(여기서 풀하우스는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아버지 혹은 보호자로서의, 가부장으로서의 남성에 대한 필요성을 상징하고 있다) 이외에 라이더에 대한 성적 욕망이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 것, 자신이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는 자신을 가지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엘리가 스스로 그에게 채워진 족쇄를 풀고 바람직한(?:누구도 강제하지 않는) 혹은 즐거운 성생활을 하는 것으로 가능해진다.(이는 라이더와 엘리가 결혼을 했음에도 엘리는 아직 성생활을 즐긴 적이 없다는 것이 그의 친구들에겐 큰 걱정으로 남아 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표면적으론 라이더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느냐 혹은 라이더와 엘리가 '그들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에 합의하거나 확인하는가의 문제로 드러나지만, <풀하우스>의 쟁점은 엘리가 라이더와의 육체적인 사랑을 과연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혹은 자신의 스킨쉽 결벽증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 가이다.

이 만화는 남성 감독 혹은 남성 작가(만화 혹은 소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섹스가 사랑을 은유하는' 방식과는 정반대로 '사랑의 확인'이 '섹스'를 은유한다. 합법적으로 섹스가 보장되는 결혼까지 한 둘 사이의 조건은 은유를 더욱 확고히 한다. 엘리가 원하는 것은 단지 죄의식 없는 즐거운 성생활, 누구도 강제하지 않는 섹스를 하는 것이다(그래서 약혼으론 모자라 결혼까지 하지 않았던가). 엘리의 문제는 자신의 잘난 자의식과는 반대로 중요한 순간 마다 자신을 방해하는 강박관념, 강간의 두려움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에 있다. 우리들은 엘리가 라이더의 사랑의 맹세와 더불어 다행히도 그것을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풀하우스는 해피 엔딩일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우리들도 내심 안심하고 있으며 작은 만족감을 느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때 우리들은 엘리와의 동일화라는 꿈에서 깨어나게 될 것이며 엘리는 더 이상 우리들의 친구가 아니라 공주가 되어 밤하늘의 별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여전히 우리를 괴롭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문제는 엘리가 강간의 두려움을, 작가의 도움을 빌어 라이더의 이빨과 발톱을 거세시키고 라이더의 인간성을 믿음으로써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데올로기의 도움으로 덮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그렇담 우리들은, 만화책을 들여다보면서 가슴 졸이고 울고 웃던 우리들은, 라이더 같은 남편 없이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예정인가? 자신의 욕망을, 특히 성욕을 감추면서 언제 나타날 지 모를 라이더를 기다릴 것인가, 혹은 엄마가 점지해 준 남자에게 평생 강간당하며 살 것인가.

다음은 지혜안의 <에스할름 이야기>를 통해 강간의 두려움에 관한 방어법을 하나 더 살펴보겠다.

 

<<달딸 0호에 실린 순정만화에서의 강간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의 도피 전략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