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적 돌꽃

인터뷰 대상자: 푸근이

 

모임은 언제 만들어졌나?

97년도 페미니즘 캠프를 갔었던 것이 인연이 되었어. 그 당시 셈은 졸업을 한 상태였

고, 나(푸근이)는 취직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였어. "우리같이 학생신분을 떠난(날) 상

태에서 들꽃모임도 열심히 할 수 없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만드는게 어떤가?"라고 짜투

리와 셈이 제안을 했고, 거기에 나도 동의했어. 페미니즘 캠프가 끝난 뒤, 네버앤딩

모임이라고 해서 뒷모임을 했었어. 이때, (돌꽃)모임결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지. 맨

처음에는 셈, 짜투리, 나랑 댄사랑 네명이었어. 모여서 뭐할까? 하다가 글을 써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 그 결과 나온 것이 카라오기, 카라오라, 카르오기라는 세 개의 잡

지야. 비정기 간행물이고, 내고 싶을 때 내는 것을 원칙으로해. 제목은 매번 바뀌어도

표방하는 것은 저열하고 편협한 페미니스트들의 잡지야.

저열하고 편협하다는 의미는 '내가 어떤 주의(ism)을 표방한다'고 하면, 너는 그에 따

라서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기준이 생기쟎아. 즉 바깥 사람이건 자신도, 시선이 고정되

게 되쟎아. 이런 시선에 대한 일종의 반발이지. 이를테면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공표하

면, 어떤 자리에서 여성비하적인 말이 나오게 되었다고 하자. 그러면 일제히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면서 제가 또 열받겠군... 이런 식으로 나오쟎아. 또, 여성주의를 표방하

는 나와 괴리되는 일상적인 나의 모습, 뭐랄까 보통 여자애들의 모습과 흡사한 모습.

이런데서 오는 괴리감들과 갈등들을 글로 표현해보고 싶었어. 그 여성주의라는 공간이

어느 측면에서는 날 자유스럽게 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 우린 행동하고 말할 때, 한

번 더 생각해야 되는 것. 뭐 이런 자기 생활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담고 싶어서

잡지를 만들었어. 세 번째 잡지는 우리가 했던 '지하철성추행방지운동'의 과정과 결과

들을 담고 있어. 지금은 네 번째 잡지를 기획하고 있어.

 

이 잡지의 배급 ?

돌꽃 주위에 있는 여성주의 사람들, 여성주의 공간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자기 친구

들에게 개인적으로 줘. 50-100부 정도 밖에 안뽑는다.

 

모임이 표방하는 것은?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단체형식을 갖는다기 보다는, 게릴라로서 어떤 일이 터졌을 때

조용히 물밑에서 활동하고 조용히 빠지는 그런 모임이 되길 원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급진주의를 표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드러오기도 하는데, 그런 것은 아니었어.

좀 더 넓은 의미에서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게릴라 조직이라고 보는 것이 옳지.

 

여성주의 혹은 여성주의 공간이란?

내가 여성으로서 갖고 있는 이 사회의 모순들을 파악하고, 그런 것들을 바꿔나가는 것

우리가 여성으로서 교육받으면서 배웠던 것이 많은 남성의존적인 부분들이 옳지 않

음을 드러내는 것. 또한 그런 남성의존적 사회규범에 따르면서 살아가는 여성이 힘들

어질 때, 그녀들이 올 수 있는 공간이 여성주의라고 생각해. 그런 이미지 전부가 여성

주의라는 생각이 들어.

 

모임의 구성? 조직형태?

주요하게 모이는 장소는 없고. 일주일에 한 번 고마에서 모여. 잡지내거나, 지하철성

추행같은 긴박한 상황에서는 일주일에 2번 내지 3번 모이기도 하고.

모임 구성에 있어서, 특별하게 대표는 없어. 모두가 동등하고 의사결정에서 참여하고.

 

만약 사람들이 더 필요한 사업이다 싶으면 들꽃이나 주위의 여성주의 공간에 있는 애

들에도 부탁을 하고. 민우회와도 연대하고.

 

주요한 사업

잡지 그리고, 이슈화되는 것에 대해 게릴라처럼 퍼포먼스와 같은 실천을 하는 것이지.

 

지금까지 활동 영역

상명대에서 데이트 강간 사실이 있었어. 이를 해결하고자 상명대에 자보를 부치고 그

랬었는데, 잘 안되었어. 지하철성추행사건이 우리가 했던 대표적 활동이구.

 

지하철성추행사건의 후속작업에 대해서?

'성추행'이 여성인권에 대한 침해라는 식으로 방송이 나가길 원했는데, 그쪽에서(지하

철공사) 성추행은 듣기 거북하다는 거야. 그래서, '불쾌한 행위'로 축소가 되었지. 그

리고 지금 방송회수도 적고, 아저씨의 우물거리는 육성으로 방송이 되고 있쟎아. 녹음

작업이 9월인가 11월에 들어가기로 했어. 그리고 스피커 제작은 들어갔고, 지하철 안

에 경보기 설치하고, 여자화장실 앞에 카메라 설치하는 것까지 해주기로 했어. 우리가

이 일을 처음 맡았을 때,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지 몰랐어. 언론도 되게 많이 타게 되

고, 이미 우리 손을 떠난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봤어. 우선 (결과를) 두고 보다가 개

선할 점이 있으면 계속해야지.

 

재정?

서로 다 떼우지. 처음 잡지는 그냥 무료로 배포했는데, 그 다음에는 우리가 복사비 정

도로 받기도 하고 그래.

 

왜 돌꽃모임은 구성원을 늘리지 않아?

작년 호빵이라는 친구가 작년에 들어왔지. 호빵이 지하철성추행사건을 물고 왔지. 호

빵의 경우는 이 일을 같이 하면서 들어오게 되었지. 폐쇄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

같은 여성주의 공간에 있었지만, 자기 영역과 생각이 분명한 애들이고 해서 친해질 기

회가 없었어. 같은 캠이나 그런 공간에서 활동하던 친구들이 아니기에, 서로를 열어가

는 과정이 상당히 길었었어. 그 과정이 워낙 지난하다 보니,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에겐 부담이 된 것이지. 그리고 게릴라 조직이라는 것이 사람이 많아지면,

게릴라 특유의 능률을 발휘하기가 어렵지. 또 사람이 많아지면 커뮤니케이션상의 문제

가 있쟎아.

아직까지는 그랬지만 앞으로는 모르지.

 

기존에 있는 단체에 들어갈 생각을 해봤어?

우리 중에서는 아직 없어. 게릴라로서의 마인드를 잡고 있거든. 어느 한 곳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어. 기존의 단체는 정치적 영향력을 더 발휘할 수는 있지

만, 단체운영비나 그런 실제적인 일도 생각해봐야 하잖아. 장단이 있지.

 

기존의 단체에 대한 의견(불만 등)

있지. 여연에서 3.8여성대회를 준비했잖아. 그때 우리가 퍼포먼스를 해주기로 했는데,

바로 전날 전화와서 10분 공연을 5분으로 줄이고, 순서 배치도 바꾸고 그랬어. 그래

서 안 한다 했었다가 결국 당일 날 하기로 했어. 지금 지하철 성추행이 중요하고,이런

데 대한 동의를 얻어내는데 중요하다고 결론이 나서지. 준비를 다했는데, 행사 진행측

에서 안 한다고 해서 행사에서는 뺐고, 대회 후 거리 행진중 그레이스 앞에서 하라고

그러더라구. 근데, 일정이 늦어져서, 허락받은 집회시간을 초과해서 식순에 있는 행사

이외에는 취소가 되었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일종의 권위라고 생각해.

그렇다고(권위적인 자세에 비해서) 급진적이거나 powerful하게 운동을 진행시킨다거나

영향력이 그렇게 많지도 않으면서 보이는 모습에서는 우리가 꽤 영향력 있는 단체라

는 식으로 나오니까 더욱 화가 났지.

 

기존의 여성운동에 대한 평가에 대해.

물론 여러 가지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데서 여성운동을 하기 위해서

, 또 지지기반을 얻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로 꺾고 들어가야 할 부분이 있었을 거라 생

각해. 그 안에서 그들이 이룩해 놓았거나, 자리를 잡은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평

가해 주어야한다고 생각해. 단지 약하다고 하는 부분은 언제나 시대에 민감하게 변화

하는 것이 운동의 생명인데, 변화에 대해서 둔감하다는 것이야.

여성들의 차이 뿐 아니라 여성운동내부에서도 내용과 활동방식의 차이가 인정되어야

할 것 같아. 여성운동이 하나로 뭉쳐야 할 당위는 없지 않을까? 필요한 상황에 대한

여러 여성단체의 연대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여성운동이 공존해야 할 것 같아.

 

돌꽃의 활동범주로서의 '여성'

우리는 대학이나 대학원을 나온 사람들이잖아. 이 사회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이 8%정

도라고 할 때, 여성은 그 중에서도 극소수쟎아. 우리가 여기 극소수에 속한 사람들이

지. 따라서 빈민여성에 대한 운동을 한다는 것은 우리 정체성과 맡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래서 결론 난 것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운동을 하기로

했어. 모든 여성들을 포괄하면서 운동을 하지는 말자고 했어.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고 .

 

돌꽃을 하면서 좋았던 것?

안식처와 같아. 서로가 모여서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는 것이 좋아.

 

돌꽃이 앞으로 가진 비젼

우리는 여성운동을 게릴라 방식으로 계속해서 해나갈 것이야. 그리고, 여성운동 안에

서 계속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제력까지 담보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경제적

으로 안정적이고, 어느 정도 수익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경제력 따로, 운동

따로로 하면 현실적으로 운동이 불가능하니까. 이런 고민도 하고, 같이 더불어서 살았

으면 좋겠어.

 

자신의 성적 정체성에 대해서?

삼반이라고 하지. 우리 모임 중 두명이 헤테로이고,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고 그래. 남

들이 농담삼아서, 모임에 헤테로가 두명이나 있는데, 무슨 급진주의자 모임이냐고 그

러지... (웃음) 우리가 급진주의를 표방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

어쨌든 푸코의 말처럼 성이라는 것들이 개인을 억압하는 억압기제로 사용되고 있쟎아.

그래서, 나처럼 성정체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레즈비언 모임을 가도, 헤테로 모임을

가도, 동떨어져 있따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그래서, 스스로를 이반도 아닌 삼반이

라고 이야기하지.

성정체성에 대해서 자유로웠으면 좋겠어. 어떤 성정체성을 가진 집단이라고 해도, 그

와 다른 사람이 어울려도 어색하지 않는 그런 모습으로 변화했으면 좋겠어.

 

돌꽃 하면서 제일 기억이 나?

술먹으면서 서로서로 고민을 이야기 하던 기억이나. 그리고, 지하철 성추행방지 운동

을 하면서, 밤새면서 찌라시 만들고 여기저기 학생회 다니면서, 복사하던 그런 기억들 ...

 

자유발언

여성운동으로 인해 세상이 크게 발전하거나, 크게 바뀌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아.

그런 거대한 변환 보다는 나의 이러한 활동이 내 주변의 여성들을 지킬 수 있는 것,

그리고 위안이 될 수 있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어. 여성주의 공간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그런 변환을 기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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