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문화, 복수, 그리고 전지구적 자본주의
Girl Culture, Revenge and Global Capitalism
: Cybergirls, Riot Grrls, Spice Girls

          캐서린 드리스콜 (C. Driscoll)
          (Australian Feminist Studies, Vol. 14, No. 29, 1999)
          번역 : 성은이

    이 논문은 소녀들을 대변하는, 아님 최소한 현저하게 소녀 지향적인―특 히, 라이엇 걸(riot grrl), '사이버걸(cybergirl)' 운동, 스파이스 걸즈 같은―최 근의 대중 문화 형식을 통해서, '소녀 문화'의 개념과,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대 중 문화 이미지간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는, 대 중 문화 형식으로서의 '소녀 문화' 형성에 대한 순응과 저항의 역학 관계, 다 양한 종류의 수용자와 이러한 형식들이 맺고 있는 관계, 그리고 90년대 대중 문화와 관련하여 소녀들에 의해 정해지고 생산되는 역할 등을 다루고자 한다. 이를 통해 나는 이 집단들을 둘러싸고 두루 퍼져있는 소녀 문화 그리고 '걸 파워(girl power)'의 의미에 대한 논쟁들이 대중 문화, 소녀들, 그리고 페미니 즘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생산하고 있는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스파이스 걸즈 (Spice Girls)

    이 연구에 착수한 1997년에 (스파이스 걸즈의 인기가 정점에 이른 시기이 다) 나는 국제화된 대중 문화 속의 한 현상인 소녀 문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내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사람들은 스파이스 걸즈에 대해 이렇게 물어왔다―게네들이 왜 자기들을 괴롭히냐고 묻지 않든가? 그만 좀 해라. 사람들이 대체 그들의 음악을 왜 사는지 설명해 줄 수 있겠느냐? 등 등. 그리고 스파이스 걸즈에 대한 의문점을 말하기 시작하면 반응은 거의 언 제나―그들이 좋다는 걸 말하려고 하는 거냐?―였다. 스파이스 걸즈가 소녀들 을 위해 혹은 음악적으로 좋은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문제는 아래와 같은 면 을 제외하고는 이 논문의 관심에서 제외된다.―대체 이런 문제에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고 있는가? 특히, 왜 스파이스 걸즈가 소녀들에 좋은 영향을 주어야 하는가? 소녀들과 스파이스 걸즈 사이에서 흔히 기대되는 관 계는 어떤 것인가?
    1990년대 후반에 사용되는 용어, 개념으로서의 페미니즘은 대중 문화에 초점을 맞추어 왔는데, 이는 페미니스트들이 현대 생활이 여성에 미친 영향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 여성을 둘러싼 이데올로기와 욕망 의 지도를 그리는 데 있어서 대중 문화가 중요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일반적 으로 일치를 보고 있으나, 대중 문화에 대한 실제 페미니스트 분석 상 과열된 논쟁들이 있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페미니즘이 여성에 관한 20세기 담론 안에서의 영향력 있는 존재로서 대중 문화 영역에 속해 있으면서도, 대중 문 화에 관한 페미니즘의 핵심적인 논의에 있어서 종종 연속극이나 팝 음악과 같이 페미니즘의 영향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나는 영역마저 간과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나는 소녀 문화를 대중 문화에서의 페미니즘의 한 형식이라 칭하고 싶다. 그러나, 이 논문의 배후에는 대중 문화에 대한 페미니스트 분석에 입각한 두 가지 지속되는 주제가 있다. 첫째로, 요즈음 대부분의 페미니스트 연구에 있어 서는 소극적인 것으로서의 문화 소비를 논하기보다는, 여성의 능동적인 대중 문화의 개발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 개발은 단순히 가부장제나 자본주의에 기 능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로, 이와 같은 분석은 여전히 빈번하게 왜 특정의 실 천들, 형식들, 텍스트들이 현저하게 여성에 속해있는 것인지, 그리고 여성이 원하는 것 또는 좀더 신중하게 제한된 형식으로서, 페미니스트들이 대중 문화 소비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1997년 MTV 시상식에서 사회자 크리스 록(Chris Rock)은 첫머리에, 엄 청난 판매고에도 불구하고 스파이스 걸즈의 앨범을 사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 을 만날 수 없었다고 빈정댔다. 사실 스파이스 걸즈는 방송계에서 음악성과 예술성, 심지어 분별력도 없다고 끊임없이 비웃음을 사는 놀림감이었다. 그들 의 재능이 논란의 표적이 된 것은 물론, 정치적 표어를 갖자는 그들의 주장조 차 무시되었다. 이 글은 이와 같이 무시를 당하고 있는 스파이스 걸즈의 측면 에서 '팝'과 걸 파워간의 관계를 정리할 것이다. 스파이스 걸즈에 대해 이야기 하는 수많은 '문화 평론가(cultural commentators)'들의 입장에서, 나도 묻고 싶다. 걸 파워는 페미니즘적인가 아닌가? 이것은 대중 문화에 대한 페미니즘 적 분석인가 아니면 이 자체가 페미니스트 대중 문화인가? 스파이스 혁명 (Spicey revolution)은 무엇에 대한 어떠한 반항인가? 하지만, 여기서 나는 크 리스 록의 질문에서 시작할 것이다. ― 누가 스파이스 걸즈를 사는가?
    일반적으로 아직까지는 스파이스 걸즈의 소비자가 십대 혹은 십대 미만, 그리고 확실히 여성이라고 추정되지만, 아직 까지는 짐작에 불과하다.*1) 더구 나, 이러한 추측은 그것의 기능이나, 정체성 형성에 대해서 아무 것도 설명하 지 못한다.*2) 반면, 스파이스 걸즈가 어떻게 시장에서 상품화되는 지에 대해 서는 논의가 더 진전되어 가는 편이다. 이 논의에서 지적하고 있는 점은 누가 스파이스 걸즈를 사든지 간에 이것은 소녀들을 위해 상품화되었다는 사실이 다. 스티커 모음집을 사거나, 걸 파워에 대한 잡지 퀴즈를 푸는 사람은 대부분 소녀들이다. 소비자가 스파이스 걸즈에게 즉각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스 파이스 걸즈 CD 안의 리플렛과 포스터집 그리고 비디오 테잎을 보면, 이를 소년들이 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기는 하지만 대게는 소녀들에게 소구된다 는 것을 알 수 있다. 질문들은 대부분 소녀 지향적이고 그 틀도 소녀 잡지 그 리고 음악/TV/스타 잡지 등, 비슷비슷한 연대감과 동일시에 대한 요구들로 흥분한 소녀들에게 팔리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러하다. 사 업주가 '스파이스 걸즈 모빌 인형(Spice Girls Action Figures)'이 소년들에게 팔리도록 고안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새로운 소녀적인 장난감 병정('GI Joes')이 아니라 소녀용 인형 대용으로 디자인되고 팔려나갔다.

    스파이스 걸즈는 그들의 팬들에게 있어 소녀 전형(every girl)으로 표현된 다.
    그들은 압박 받고, 저녁 혹은 주말이나 기다리게 되는
    학교나, 따분한 일자리의 고역에서 탈출한 소녀(Every Girl)
    의 거울이다. 그들은 유행에 따라 멋스럽게 차려입는다. . .
    그녀들이 점심 시간에 쇼핑 나가, 보는 옷들을 사람들은 도
    심가 상점에서 매일 매일 사들인다.*3)

    스파이스 걸즈와 그들의 수용자간의 관계에 대한 대부분의 언급들은 이 소녀 전형성, 이 '팝'의 순응성이 한 시기에 불과한 것으로, 스파이스 걸즈를 좋아하는 소녀들은 성장하여 그들 그리고 이에 따르는 상품을 멀리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스파이스 CD(the Spice CD)'에서는 가장 좋아 하는 스파이스 걸즈는 누구인지를 묻고 있으며, 겉면에는 'Spice'를 안쪽에는 'Girls'를 새긴 금반지를 보여준다. 그들의 과거 공식 웹사이트(1996년과 97년 사이트로 들어가는 주 아이콘이 스파이스 걸즈 필통이었는데, 지금은 부속 페 이지가 되어있다.)는 현재보다 훨씬 어린 소녀 지향적이었고, 사이트의 정보는 여전히 소녀 잡지의 관습을 따르고 있다. 여러분은 어느 스파이스 걸을 가장 좋아하는 지를 알아내기 위한 퀴즈들을 풀고 '스파이스 견습생(Spice Cadet)' 으로 입회할 수 있다. 1997년 말미에는 호주 MTV에서 포트만(the Portmans) 부띠끄의 협찬으로 '6번째 스파이스' 경연대회가 개최되었다. 여기서는 헤어스 타일링권, 화장품, 개인 코치 그리고 '스파이스 걸즈와 함께' 라는 유럽 MTV 대회를 위한 로마행 여행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기존의 소녀 경연 대회와 다를 바는 없지만, 이것이 스파이스 걸과 함께, 혹은 한 명의 스파이스 걸로서 동일시하도록 한다는 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파이스 걸즈의 팬이 되고자 하는 열망은 곧 동일화에 의해 성취된다. 스파이스 걸즈의 팬들은 스파이스 걸즈다. 이는 홍보물에 의해서도 반복 유포 된다. 그리고 스파이스 걸즈의 팬들은 그들이 스파이스 걸즈이길 원한다. 이 것도 홍보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물론, 이 그룹을 좋아하는 소녀들은 그들이 스파이스 걸즈와 같지 않으며 그렇게 되지도 못하리란 것을 분명히 알고 있 다. 그러나, 그들은 스파이스 걸즈가 그들과 같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 더구 나, 스파이스 걸즈는 그들이 '워나비(Wannabe)' 비디오 클립과 같이, 사교 모 임에서 테이블 위에 올라 발 차기를 하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소녀들이 하지 않도록 금지되는 행동을 할 때 특히, 모든 소녀들의 입장에서 그런 행동을 하 는 것으로 보여진다. 동일화를 구축하지도 이에 반응하는 것도 아니지만 둘 다를 필연적으로 수행하는 이러한 전술들은 그 과정을 고려해 보건데 이를 배척하거나 흠모하는 것 보다 훨씬 생산적이다. 나는 이 동일화와 소녀 사이 의 팝 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주요 모델을 비교하고, 스파이스 걸즈의 팬 문화와 직접적으로 소녀를 겨냥한 다른 종류의 대중 문화를 교차시킬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젊은 여성들이 필연적으로 긴밀한 동일화 과정 하에 있다는 가 정, 대부분을 청중과 소녀들에 대한 논의로 채우는 가설들로부터 스파이스 걸 즈 혹은 비 스파이스 걸즈 동일화 현상을 분리시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