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여자를 죽이는 남자가 많은 것일까? (남자 죽이는 여자에 비해서...) 여성학자와 가정폭력상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여러 이론들을 내왔다. 남성이 여성 에게 권위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이라거나 남성의 우위를 입증하는 수단으로 육 체적 폭력을 이용해 왔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남성의 우위와 여성의 복종을 찬미하는 문화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에로틱한 이성애 관계를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다." 뉴저지 루트 거 로스쿨 교수이며 가정법 전문가인 샐리 골드파브의 말이다.
배우자 살해를 연구하는 사람들 중 진화적 심리학자들은 '남성일반' - 개별적인 하나 하나의 남자가 아니라 - 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온타리오 맥마스터 대학의 마고 윌스 박사와 마틴 댈리 박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문화적 요인보다는 생물학적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폭력은 여성의 재생산 능력을 점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이에 반해 다른 심리학자들은 남성을 살인으로 유도하는 성격적 특성과 인 생 경험 등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이 러한 견해들이 타당한지 아닌지를 떠나서, 사회과학자들은 배우자에 의한 살인이 일어날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발견해 사전에 방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로, 최 근 몇 년간 배우자 살해를 좀더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연구들에서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바는, 여성들은 배우자나 애인과 헤어지 려고 할 때 특히 위험하다는 점이다.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학 공중보건과 교수인 베스 모라코는 91년부터 93년까지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일어난 293건의 여성 살해 사건을 연구했다. 42%가 연인이나 남편에 게 헤어지자고 말했거나 헤어진 직후에 살해됐다. 다른 연구자의 연구에서도 74년부터 90년까지 온타리오에서 죽은 551명의 여성 중 32%가 '이별 시도' 후에 죽었으며 11% 는 바람을 피웠거나 바람피운다는 의심을 받아 살해됐다.

연 구자들은 '여성이 떠난 직후'가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말한다. 윌슨 박사와 댈리 박사가 시카고의 살인사건들을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남편이 아내를 죽인 사건의 50% 는 헤어진 지 두 달 이내에 일어났으며 85%가 1년이내에 발생했다. "이별과 살인의 상 관관계는 매우 높다. 범인인 남편들은 아내를 죽이기 전에 '내 곁을 떠나면 죽여버릴 거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들은 아내가 떠나버렸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다고 진술한다." 살인이라는 행위가 감정의 폭발이었다고 볼 수 도 있는 것.
"분노와 절망의 범죄라고 할 수 있다." 90년부터 뉴욕시의 배우자 살해를 연구하고 있는 윌트 박사의 말이다. "아마도 '너는 어떻게 나 없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꿈에라 도 할 수 있었단 말이냐'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윌 트 박사와 그녀의 동료들은 90년에서 97년까지 뉴욕시에서 일어난 379건의 여성배 우자 살해사건을 조사했다. 46.7%는 총에 맞아 죽었고, 26.6%는 칼에 찔려 죽었으며, 8.2%는 몽둥이에 맞아 죽었다. 7.9%는 목졸려 죽었으며 10.6%는 질식당해 죽거나 창문 으로 밀쳐져 떨어져 죽는 등 기타 여러 방법으로 죽었다.
남편이나 애인에게 죽은 여자는 칼에 찔려 죽거나 목졸려 죽은 경우가 많았다. 윌트 박사는 범죄의 방법에서 감정적 상태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더 친밀했던 사람을 죽 일 때는 총을 쏘기보다는 칼로 찌르거나 목을 조르는 경향이 있다."
최근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복역중인 50명의 남성을 연구한 도날드 더튼 박사(브리티 시 콜럼비아 대학)는 "이러한 살인은 그 자체로 '과잉살해'인 경우가 많다. 예컨대 죽 이기에 필요한 정도보다 훨씬 많이 찌른다는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라고 말했다.
더튼 박사에 따르면 아내를 죽이는 남자들에는 두 부류가 있다. 소수파는 계획적인 살인을 범하는 사람들. 이들의 범죄는 매우 계산적이다. 미리 보험금을 챙겨놓거나 하 는 식으로 말이다. 보다 일반적인 경우는 심각한 정서적 충격을 겪는 경우이다. 그들 의 범행은 그들의 의존성이 극단적인 질투나 지배욕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로지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고는 아내가 자신을 떠날 것이며 그러면 자신은 살수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갈 데까지 간 절망감으로 그들은 종종 심각한 정서불안증 세를 보인다."
더튼 박사는 이러한 범인들은 살인 직후 거의 넋이 나간 상태가 되기도 한다. 버클리 에서 자기 아내를 죽인 한 남자는 뉴욕 라구아디아 공항을 통해 도망가려고 했던 모양 이지만 얼결에 피묻은 옷을 그냥 입은 채 헤매다가 경찰에 잡혔다.

때 로는 전혀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아내나 애인을 죽이기도 한다. 예컨대 로스콧을 죽인 남자는 전과가 없으며 주위 사람들도 그가 매우 선량하고 순한 사람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대체로 아내 살해자들은 몇 가지 징후를 보인다. 존스 홉킨스 대학 간호학과 자클린 켐벨 교수 등 연구팀이 11개의 도시에서 발생한 아내살해사건을 조사한 결과, 일종의 '위험 신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켐벨 교수 팀의 연구는 아직 완성되지 않 았고 진행중인데 몇몇 연구 결과들은 연구팀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켐벨 교수는 "아내나 애인을 살해한 남성은 평소에도 폭력을 종종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또 상당수가 살해 이전에 아내나 애인을 스토킹했다. 아내의 직 장에 불쑥 나타나거나 하루에도 수십번씩 전화를 해 그녀가 어디있는지 확인하려고 하 는 등으로 말이다. 그 밖에도 술이나 마약을 갑자기 많이 한다든지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려고 한다든지 욕설을 한다든지 하여, 아내는 '이 남자가 날 정말 죽일지도 모른 다'는 위기 의식을 느끼게 하는 것도 아내살해 전에 보이는 징후이다.
또 한가지, 켐벨 교수는 "아내를 죽인 후 자살을 기도한 남성들은 자살을 기도하지 않은 남성들보다 평소에 덜 폭력적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여러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아내나 애인을 살해한 남성의 25% 가량이 자살을 시도했 다. 자살할 때의 정서적 상태는 대체로 아내를 죽일 때와 비슷하다고 한다.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는 동물을 학대하는 남성들 중에는 아내살해를 저지르는 사람 이 의외로 적다는 것이다. 한 여성은 그녀가 몹시 아끼는 강아지가 목에 칼이 꽂혀 죽 은 채로 욕조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남편이 저지른 일이었다.
그러나 켐벨 박사는 "조사결과가 어떻든 간에 남자친구나 남편이 공포스럽기 시작했다 면 무조건 조심하라. 만약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기 시작한다면 조심하라"고 경 고한다.

남편이나 애인으로부터 폭력을 겪은 여성들이 '접근 금지' 등 법원이 남성에게 내린 판결에 의해 안전을 보장받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어쨌든 이건 사 후적인 조치일 뿐이고 여성은 여전히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루트거 로스쿨의 골드파브 교수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좋은 예방책은 깊은 관계로 발전하기 전에 잠재적 위험의 징조들을 주의하여 포착해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현재까지는 알아서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많은 소녀들이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사랑의 표현이라고 믿는 말들이 사실은 심각한 잠재적 가정폭력의 신호일 수 있다. "나에겐 너뿐이야. 너 없인 못살거야. 니가 내 곁에 없다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힐것 같아." 뭐 이런 말들을 하거나, 예기치 않게 남자가 여자의 집앞에서 밤새 기다리고 있었다든가 밤새 스무번쯤 전화를 한다면 위험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해봄직하다.
"동화속의 매력적인 왕자님의 멋진 대사처럼 들릴지도 모르는 그런 말들이, 여성을 다 른 모든 그녀만의 사회적 관계들로부터 단절시키는 소유욕의 표현 즉 지금 당장 그로 부터 될 수 있는 한 멀리 떠나는 것이 좋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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