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버전으로 그녀의 살인 경위를 이야기해보면, 그녀는 일곱의 남자를 모두 같은 수법으로 죽였는데, 먼저 둔탁한 것으로 뒤통수를 친 다음에 예리한 송곳으로 심장을 단번에 찔렀다. 그리곤 그녀는 약 몇 분간 기다렸던 것 같다. 송곳을 뽑았을 때 더 많은 피가 솟구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면 그녀는 온통 피칠갑이 되었겠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버전으로 그녀의 살인 경위를 이야기해보자. 어느 날 밤길을 한 남자가 술에 취해서 걸어가고 있다. 알코올에 절은 남자의 흔들거리는 그림자가 가로등 불빛을 받아서 아스팔트위로 쓰러질 듯 걸어가는 가운데 그 옆에 한 여인의 그림자가 순간 겹쳐진다. 둘의 그림자는 아스팔트 위에서 엉킨다. 그리곤 뾰족한 무언가가 가로등 불빛에 반짝인다. 도로에 피가 번진다. 그녀는 집으로 뛰어 들어간다. 바바리코트를 입고 있다. 피가 번지지 않게 바바리를 목까지 감아 올린다. 동화책에 나온, 인당수에 뛰어들려고 치마를 그러쥐고 있는 심청이 같을 것이다. 화장실에 들어간 그녀는 거울을 본다. 거울 가득 피에 절을 그녀의 얼굴이다. 승리의 미소라도 짓는 듯 하다.

추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버전으로 그녀의 살인 경위를 이야기해보자. 20일에 걸쳐 모두 똑같은 장소에서 예리한 무언가에 심장을 찔려 잔인하게 살해당한 일곱명의 남성 희생자가 나타났다. 부검 결과 그들은 뒷통수를 얻어맞은 후 심장을 찔렸는데, 부검 결과 뒷통수를 때린 힘은 사실 그다지 큰 것이 아니었고, 이들이 살해당하게 된 주된 요인은 일곱명 모두 술에 취해 있는 상태여서 정상적인 반응을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들은 서로 전혀 어떤 친분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었고, 범인은 희생자를 계획적으로 골랐다기 보다는 그저 술취한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인 것으로 보였다. 범인을 잡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던 이유는 설마 자신의 집 바로 앞에서 일곱 남자를 죽일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제보가 들어왔다. 그녀의 빨래 중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자주 보았다는 뒷집 할머니였다. 처음엔 생리혈이 묻은 것으로 알고, 칠칠치 못한 여자라고 넘겼다 했다. 그러나 윗도리에 묻어 있는 건 이해할 수 없었던 중에 살인 사건에 대해 알게 된 것이었다. 그녀의 집에서는 피에 절은 송곳이 나왔고, 경찰은 그녀의 자백을 얻었다.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버전으로 그녀의 살인 경위를 이야기해보자. 그 남자들은 그녀가 아주 오래 전에 알았던 사람들이었다. 그 중 한명은 그녀가 고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바로 그 남자 아이였다. 나머지 남자들은 그녀가 어떤 이유로든 싫어하게 된 사람들이었다. 로맨스 영화에는 왜 싫어하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니 각설하고, 그녀는 어느 날 우연히 고등학교 시절의 동급생 남자 아이를 만난 것이었다. 처음에 그녀는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남자 아이를 만난 것이 반가웠다. 그래서 그 남자 아이 앞에서 웃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불행한 것은 그 남자 아이는 그녀의 웃는 얼굴에라면 침을 뱉아도 된다고 생각하던 남자였다는 것이다. 그는 그녀를 싫어했다.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찮가지로. 그녀는 나이 40이 되도록 로맨스를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래서인지 그녀는 영화 속의 모든 로맨스는 결국 다 거짓이고, 이 세상의 진짜 로맨스 영화는 포르노 영화밖에는 없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버전으로 라면? 그녀는 딱 한 번 집으로 뛰어가는 길에 그만 미끄러져 넘어지고 만다. 결국 그녀는 아스팔트 바닥에 피를 묻히게 된 것이다. 그녀는 당황한다. 집에서 일단 옷을 갈아입고, 하이타이와 걸레를 가지고 나온다. 그녀는 빨래가 정말 싫다. 빨래 뿐 아니라 모든 집안 일을 싫어하지만, 그중 유독 빨래는 구질구질해서 싫다. 걸레는 몇 개 안되었기 때문에 대문에 나있는 핏자국을 지우려면 턱없이 모자른다. 걸레가 다 피로 젖었으니 당연히 집에 들어가서 빨아와서 닦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면, 그녀에게는 그게 아니다. 집에 있는 모든 옷가지들을 하나씩 다 가져와서는 결국 한 번도 헹구지 않고 다 닦아내고야 만다. 그리곤 피묻은 옷가지들을 들고 들어가 세탁기를 돌린다.

포느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버전으로 이야기해 보자. 그녀는 술취한 남자에게 접근한다. 그리곤 그 남자의 목을 감아쥔다. 술에 취한 남자는 이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남자의 뒷통수를 치고, 그 남자가 멍해하는 사이에 양복 단추를 푸르고, 와이셔츠를 걷어 젖힌다. 물론 터프하게 단추따위는 뜯지 않고 그냥 후루룩 다 찢어 버린다. 그리곤 잠시 손으로 남자의 뛰고 있는 심장을 쓰다듬었을 지도 모른다. 변태적인 포르노의 전희와도 같이 말이다.

그녀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녀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정신 상태를 감정했던 정신과 의사의 말을 들어보자.

"그녀는 단 한번도 누군가의 호감을 받아본 적이 없었고, 누군가과 교감해 본 적도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그녀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원인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이래로 그녀는 사람을 사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식적으로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고 있고, 앞으로도 누구도 자기를 좋아하지 않을 것을 깨달았을 때, 그 사람은 자신의 무언가를 고치려 할 것이라고 우리는 쉽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경우는 그게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 내부의 문제로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의 전 인생을 그녀는 자신이 사람들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강박증의 확장과 변경, 말하자면 이렇다.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1. 사람들은 날 싫어해 - 2. 우리 사이엔 뭔가 문제가 있을 지 몰라. - 3. 그렇지 않고선 사람들이 날 싫어할 리가 없잖아. - 4. 내가 그들에게 위협적인가? - 5. 그게 아니야, 그들이 날 싫어할 리가 없어. 단지 우린 사이가 안좋은 것일 뿐이야. - 6. 우린 사이가 안좋은 거야, 왜냐하면 난 그들과 다르거든.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는 잘 지내지 못하거든. 난 그들을 나와 비슷하게 만들려고 싸우고 있는 중이야.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걸. 이라고." 그런데 전 인생에 걸친 싸움에도 그들이 굴하지 않는다면? 그리곤 밤마다 괴롭힌다면?

그녀의 감정의 연쇄작용은 결국 연쇄살인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을 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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