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을 한다고 꼭 음반을 내고 전문 음악가가 되는 것은 아니쟎아요. 어떤 계기로 전문적으로 음악을 하게 되었나요?
- 93년에 한국에 왔을 때 음반을 낼까 했었어요. '무슨 기준'을 제외하고는 고등학교 때부터 만들어 온 노래가 쌓여 있었거든요.
- 사실 한국에 오게 된 것은 다른 이유, 전시회 때문이었는데, 아는 언니가 죽어서 우울한 나날을 보냈어요. 그렇게 그럭저럭 보내다가 상은이(이상은 지금은 리채(Lee-Tzsche))가 조혜정 교수님을 만나러 갈 일이 있다고 같이 가자는 거에요. 교수니까 무섭다고. 조혜정 교수가 상은이한테 함께 공연하자고 했는데 바쁘다고 그러면서 "얘도 노래 잘해요" 하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그 공연을 맡게 되었어요. 또문 모임에서 노래 부르고, 구석구석 재미있는 작은 모임에 나가서 노래도 부르고 그랬던 거죠.

# 이상은 씨랑 친하신가봐요?
- 그렇죠. 젤 친한 친구에요. 미국 대학에서 학교 후배에요. 미술학교 후배. 얘기가 잘 통했어요. 점점 달라졌지만 궁극적인 건 되게 비슷해요. 되게 좋은 애에요. 엄청난 고집쟁인데 진실되고 노력도…

# 방송이나 전파 레이블보다는 공연에서 많이 봐서 그런지 음반이랑 공연이랑 상당히 다른 것 같아요.
- 왜 그러냐면, 제가 가지고 있는 건 목소리쟎아요. 음반 작업도 기타 하나랑 목소리 하나로 하는데, 작업을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색깔이 다르게 나오는 거에요. 1집 때는 되도록 많은 색깔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어요. 지금 2집 작업은 어어부의 영규형이랑 하고 있거든요. 이거는 지금 노래하고 다니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을 거에요. 그냥 파란색이면 파란색 하나만 묻혔으니까요.

# 신발을 벗고 공연하면 발 시렵지 않아요?
- 겨울에는 안 벗고죠. 나도 추워요(웃음) 발이 답답한 게 싫으니까 생긴 버릇이에요. 뭘 고정해놓는 게 별로 안 좋아요. 몸에 문신 안 새기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늙어서 살쳐지면 흉하잖아요.

# 음악하는 거 행복하세요?
- 별 생각 없이 음악시작 했는데 정말 좋구나 생각해요. 음악은 되게 직접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얼마든지 사람을 속일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좋아요. 특히 이런데서 공연하는 거 좋죠. 눈 높이를 맞추고 노래 부르는 거니까.

(여기서 이런 데는 대안 공간 루프다. 대안을 간판으로 다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게다가 대안 공간이라니. 그녀는 펑크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싶다. )

-저도 공연할 때, 이쯤에서 어떤 말하면 좋아하고 어떤 노래하면 좋아하는 거 알겠는데, 그걸 아니까 못 하겠어요. 제가 아는 공연이란건 음악을 들으러 가는 거지 온 사람들이랑 친해지려고 간 건 아니거든요. 음악을 들으러 간 거라면 말을 얼마나 잘하는지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라는거죠. 말을 왜 해? 도대체. 목적이 틀린 거죠. 저는 그런 거 못 하는 사람이에요. 뜰려면 그러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럴거면 안 뜨는 게 나아요.

# 어떤 음악하고 싶어요? 혹은 하고 있어요?
- 물 같은 음악요. 물이나 술 같은 음악. 필요로 하고 마시고 싶고.

# 미술 전공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림이랑 음악이랑은 어떻게 달라요?
-그림은 밥 같고, 음악은 술이나 물 같아요. 둘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틀려요. 한가지 제목을 가지고 그림을 그릴 때는 계속 생각해야죠. 공연을 할 때, 노래를 할 때는 길어봤자 5분, 10분, 짧으면 3분. 제목이 바뀌면서 30~20분. 같은 노래로 틀리게 연주할 때도 있고. 시간이 달라요.

#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게 두 가지나 되다니 너무 부러워요.
- 둘은 공통점이 있어요. 가사 같은 거. 많은 말을 안 하고 제시만 해 주는 그런 가사요.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듣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만 하는 그림과는 물론 틀릴 거에요. 그림 같은 가사 쪽에서도 그렇고.

(그래서인지 그녀의 가사는 수채화 같다. 너무 많이 덧칠하면 우스워지는 수채화. 적당한 만큼 단아하게 표현하는 수채화)

# 주로 어떤 재료로 그림 그려요?
- 유화를 많이 쓰는데 여행다닐 때는 이거 써요. (비행기에서 산 필통을 들고와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사인펜, 물감, 색연필, 잉크펜 다 있거든요. 이런 걸로 그리면 그림이 어떻게 나오냐면. (스케치북을 펼쳐서 그림을 보여준다)

# 저도 유화를 좋아해요.
-전 유화를 얇게 그려요. 전시회 가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두껍게 그리는 거 웃기지 않아요? 그거 돈많은 사람들이나 하는거지요. 필요한 만큼만 써야지.
저는 유화 물감 가지고 건물 밖에 안 그려요. 나무나 자연은 미안해서 못 그려요.

(어떻게 보면 자연을 그린다는 것은 굉장히 자신만만한 태도다. 세상에 자연만큼 껄끄러운 이음새 없이 아름다운 것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순도 만빵의 대상을 그리겠다고 나서는 것이 오만한 태도일 수 있다고 보령언니는 이야기한다.)

# 춤도 좋아하세요?
- 클럽 10번 가면 2번 춤추고 8번은 봐요. 보는 거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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