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인간적인' :
힘들지만 일단 거부하고 볼만한 신화

   앞서 이 책의 내용을 알레고리로 읽어도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 바 대로 나는 서평을 통해 인간 사회 폭력의 역사를 생물학적 기질과의 연관 성 속에서 풀어내려 한 저자의 논리를 중점적으로 비판해보는 것보다는 유인원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특질 중에서 인간의 성-관계와 유사한 패 턴을 정리하고 여기서 시사하는 점들을 정치적으로 되새겨보고자 했다.

   98년에 발행된 이 책을 지금에서야 새삼스럽게 소개하는 이유는 얼마 전 달딸과 내가 경험한 일련의 정말로 새삼스러운 사건들 때문이다.

   군 가산점 논쟁과 더불어 전개된 남성 집단-패거리들의 오프 라인 및 온라인상의 폭력은 그 집단 규모나 폭력성, 비열함의 정도에 있어서 매우 강력하고도 저급한 수준의 것이었기에 남성-집단 기질의 문제에 대해 재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것은 가정과 직장 혹은 길거리에서 규율과 도 덕에 가려져 은밀히 개개인을 긴장시키고 귀찮게 해온 어떤 기질의 진면 목을 거국적으로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기억되고 학문적으로도 분석될 만 한(온라인에 저장되어 떠도는 수많은 관련 문건들을 보라) 장관이었다.
   온라인을 생물학적 구속을 탈피한 새로운 성-평등 사회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이 사건으로 인해 이러한 상상 의 안이함을 질책하고 하루 빨리 견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 게 되었다. 온라인에서 신체는 그 기능과 힘을 증명할 길을 잃지만, 그 기 질만은 오프 라인과 다를 바 없이 존재한다.
   월등한 수적 우세를 과시하며 (아이디 혹은 어투에 의해 글쓰는 이의 성은 언제나 자연 점검된다) 온라인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남성-기질은 <우리>와 <그들>을 순식간에 나누고 (여기서 이들을 구분 짓는 합당한 논리는 없다. 이후 열광적으로 세워지는 전략적인 논리는 <그들>을 부수 려는 전투 병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에 대해 비속하고 폭력적 욕구 를 대변하는 언어를 남용한 비방과 오프 라인으로 연결되는 협박을 일삼 는 근원이다.

   이번 사태의 <그들>은 여성이었다. 가산점의 수혜자에 여성이 없다는 어설픈 이유로 수많은 남성들은 가공할만한 수의 즉흥적인 집단-패거리를 이루면서 여성을 적-<그들>로 규정하고 공격을 개시했다. 여성이 이들과 같은 수준과 기질을 지닌 집단-패거리를 이루었다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언제나 소수의 집단 혹은 개인으로 존재하며 기질에 있어서도 강하지 않 은 여성의 경우에는 모멸감을 느끼면서도 섣불리 대처하지 못한 것이다.
   성폭행, 가족 관계에 의한 여성 억압 등의 성-폭력뿐만 아니라 이렇게 집단 내-외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이기적인 지배 획득의 몸부림을 감내해 야 하는 환경 속에 던져진 나로서는 이러한 현상의 완전한 극복 가능성을 일단 부정하는 이 책이 혐오스런 현실을 어설프게 봉합하는 무수한 신파 조의 인간애에 관한 신화들보다는 생산적인 경험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인간보다 훌륭하게 권력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는 보노보의 사례는 최소한 정치적으로 공정한 미래를 꿈꾸는데 있어 효과적인 방법론 과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여성간의 연대가 그것이다. 지나치게 자의적 인 독해인가?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읽었는지를 알려주기 바란다.
모든 의미는 해석자에 기인한다.

[ 게시판  |  링크 모음  |  목 차  |  웹마스터   |  과월호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