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 번 글: [동화] 오징어 튀김 |
| 글쓴이: 하늘 |
글쓴날: 2000년 02월 22일 23시 3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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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내용은 황당하지만 찬찬히 나의 내면의 일상들을 말해주는 사건들이었다. 나는 검사였고 군정도 되는 작은 시골마을에 '지도자'로 와 있었다. 나는 부임되자마자 익숙하게 선과 악을 골라 당근과 채찍을 주는 나의 작업을 시작했다. 나의 권한은 '상부'에서 위임받았고 아무도 토를 달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은 퀭한 눈으로 내가 하는 일들을 퀭한 외경의 눈빛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당'하고 있던거다.
나의 기준은 단 하나 "이쁘고 잘생긴" 얼굴과 "못생기고 빈티나는" 얼굴이었다. 먼저 사람을 이렇게 분류한 뒤 앞선 사람들에게는 ' 선'이라는 딱지와 우리편 그리고 나의 사랑 이라는 보드라운 옷을 입혔다. 다음편 사람들애게는 일단 '혐오'와 '미움"의 얼굴로 "배제"외 "타박"이라는 굴레를 씌웠다. 모든 것은 내맘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맘에서 비롯된 말과 행동은 한치도 의심의 여지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도 묵묵히 그러한 사실을 받아들이는듯했다.
내가 '맡은'이 마을은 워낙에 가난한 마을인지라 마을 사람들은 외지사람들이 지나가다 벗어버린 신발들을 가장 맛있어했다. 그들은 그것을 커다란 대야에 담은 물에 불려 신발에 박힌 못들을 빼고 커다랗게 만들어 썰어 나눠먹었다. 하지만 '그짓'은 사람들을 쉬이 늙게하고 병약하게 만들며 결정적으로 못생기게 만들었다. 물에 불린 신발을 먹은 사람들은 새하얗던 얼굴이 듬성듬성 거뭇거뭇해지고 퀭하니 말라 눈이 튀어나오벼 볼살이 빠져 움푹해져 버린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걸 맛있다고 야단이었고 맛있는 곡식을 안겨줄 농사보다는 신발을 주으러 들로 산으로 헤메고 다녔다. 하지만 그건 내가 싫어하는 거였다. 아니 정확히 '상부'는 그것을 묵과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여기에 이름만 들어도 근엄한 '수장'이라는 감투를 씌워 여기에 보낸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게 무기를 하나 달려보내주었다. 그것은 약간의 '오징어튀김'이었다. 잘 튀겨진 바삭바삭한 튀김옷을 이빨로 깨물어 그 안의 쫄깃한 오징어를 씹으면 입그득 맛있는 단 침이 베어 나왔다. 침은 이빨을 통해 속속들이 튀김속의 쫄깃한 오징어에 베어들어 삼키기 좋게 물컹한 상태로 만들었다.
이러한 '오징어 튀김'은 사람들을 살찌게 만들었다. 피부를 곱게하고 다시 '예쁜'얼굴로 돌아오게 만든다. 볼에 생기가 돌게하고 숨소리를 차분하게 고른다. 의심과 주눅든 눈빛을 부드럽고 사랑스런 편안한 눈빛을 바꾼다. 나는 이 오징어 튀김을 이 마을 사람들에게 먹일 것이다. 그리고 이 마을을 부유하고 여유넘치는 마을로 만들 것이다.
내가 이 마을에 당도했을 때 마을은 떠나갈 듯이 시끄러웠다. 소위 배불룩나온 유지라는 작자들과 어린 아이들이 모여든 가운데 빵빠레의 호위속에 나는 행진했다. 무엇보다도 내주위에는 어린아이들이 많이 있었다. 검은 머리의 말라서 목이 길어보여 처량해 보이는 아이도 있었다. 그 뒤편에는 나를 따라오는 아이들을 말리는 음습한 검은 베일을 쓴 30대 아이엄마들이 있다. 다들 마르고 여위고 거뭇거뭇했다.
나는 곧 내 임무를 수해하기 시작했다. 다들 못먹어 처량해 보였지만 게중에 눈이 맑고 귀여운 아이들을 골라냈다. 큰 눈망울이 무언가를 바라는 듯 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편에 내 눈에 미운 이들을 모았다. 내 눈밖에 난 사람들중에는 아이 엄마인듯한 사랍도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특히 얄미웠다. 그 여자는 무엇을 먹었는지 모르지만 툭불거진 눈빛엔 의심과 배반감이 서려 있었다. 살아온 삶들이 너무나 야속했던지 아무도 못믿는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런 표정으로 나를 '해
꼬지할 벌레'마냥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싫었다. 나도 그녀가 나를 의심하는 만큼 증오해주고 있다. 하지만 행진은 계속되었다. 어차피 다 '나의 마을 사람'들이었다. 내가 끌고 같이가야할 마을 사람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에게는 오징어 튀김이 있다.
나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자랑스럼게 약속을 하였다. 나의 오징어 튀김이 그대들을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고.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진 마을에 분홍빛 꿈들을 아이들의 웃음을 심어줄것이라고. 그러기 위해 내가 왔으며 여기 오징어 튀김이 있다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우선 마을 사람들이 더 이상 신발을 먹는 것을 금지하고 오징어 튀김 조리법을 보급했다. 모든 바에 오징어 튀김을 메뉴로 설정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이제부터 오징어 튀김만을 급식받게 했으며 오징어튀김의 영양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르고 비썩마른(그래도 내눈에 그나마 이쁜)아이들을 골라 오징어 튀김만을 먹이고 그들이 변하는 모습을 사람들이 관찰하게 했다.
나의 아이들은 상부와 나의 정책으로 있게 매끄럽고 윤기있는 피부를 가지게 될 것이며 사랑스럽게 변할 것이다. 나는 그 아이들을 곁에 두고 사랑하며 오징어 튀김의 기적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것이다.
프로그램 시행 몇일째... 나는 오징어 튀김만을 먹은 그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의 바에 들어갔다. 바는 조금 어둡고 음침했지만 많이 밝은 분위기를 되찾았다. 바를 둘러보고 있는 동안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웅성웅성 ... 오징어 튀김을 시켜먹고있는 우리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나의 이쁜 아이는 오물오물 비쩍마른 사람들의 눈빛을 게의치 않고 오징어 튀김을 먹고 있었다.
앗 그런데, 저편에 내가 저번에 나쁜 감정으로 바라보았던 애 엄마가 있다. 그 여자는 여전히 징글징글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저여자게 저기에 서 있는가?
그때 그 여자의 여러번 기워 너덜너덜해진 진한 회색빛 앞치마 속에서 한 아이가 튀어나왔다. 그리곤 곧장 우리를 가로질러 바의 어둔 주방으로 뛰어갔다. 검은빛 주방의 벽 앞에 놓여진 커다란 대야앞에 서더니 거기서 물어 불어터진 커다란 신발을 꺼내 먹었다.
사람들은 '우우' 야유를 보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제지하고 여기와 오징어 튀김을 먹도록 명령했다. 더럽게 그러한 것을 먹다니... 그런데 그런데
나의 귀여운 아이가... 이미 볼에 살이 붙고 분홍빛 홍조까지 띈 아이가 썩 나서 나의 눈치를 보았다.
그 눈빛 내가 증오하는 그러한 머뭇거림있다. 그리고 내 품을 벗어나 그 대야 앞에 나서더니 거기에서 커다란 신발의 끈을 주어 먹었다. 마치 국수마냥... 커다란 눈망울은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애 오른손에는 막 건져올린 신발의 앞꿈치 가죽이 있었다.
사람들의 야유는 더욱 거세졌다. 나는 당황했다. 얼어붙은 나의 발은 망연히 놀란 나의 눈빛을 받히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그 증오스런 눈의 애엄마가 나섰다.
"사람들이 하는데로 내버려두어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바꾸려 하지마라"
그 소리를 외치는 바라본 애엄마의 얼굴은 마을 어느 사람보다도 낯빛이 좋은 희고 붉어 고운 입술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꿈에서 깨어났고 베게에 얼굴을 묻고 울먹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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