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 번 글: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 |
| 글쓴이: 노른자 |
글쓴날: 2000년 02월 22일 10시 33분 |
읽은수: 3020 |
O양은 H와 섹시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기절초풍할 말을 듣는다.
H는 친구 X의 미팅에 들러리로 참여해 만나게 된 인간으로
판을 깨지 않기 위해( 요럴 때만 우정에 호소하는 X가 밉긴 하지만 ) 인내심을 발휘하던 중이었다.
먹는 행위를 소중히 여기는 그녀 , 웬만해선 먹이 앞에서 화내지 않는게 원칙이지만 도저히 묵과 할 수 없는 현실에 과감히 젓가락을 내려 놓는다.
문제는 H가 제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여자가 섹시해 보일 때를
꼽으면서 시작됐다.
그래요 ? 남자들은 단정하게 정장을 갖춰 입었을 때가 제일 섹시해 보이던데.... 그 어깨에 손 한 번 얹어 보고 싶어지지 ...
특히 넥타이를 약간 늦추는 동작 , 그거 정말 섹시해요...
쫄티를 입었을 때나 단추를 몇 개 쯤 풀어 헤쳤을 때가 가장 좋더라며
O양의 견해를 비웃던 친구 X를 의식하며 조용히 말하는 순간.
섹시하다는 건 여자들에게나 해당되는 말 아니예요.
남자가 여자를 섹시하다고 느끼는 거지 , 여자가 어떻게 남자를 그렇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가네요.
........... ?
니 바보가 . 니 미친나 . 나이 서른이 넘도록 니 머 했더노..... 라는 말이 총알처럼 튀어 나올 것 같아 일단 딱 벌어진 입을 황급히 닫는다.
서둘러 상대의 진위를 파악하던 그녀 , 오마나 세상에 ! 이 인간이
장난하고 있는 게 아닌 거다.
그럼... 으흐흠( 기가 막혀 목이 다 메인다 ) 여자는 남자를 섹시하다고
느낄 수 없다는 건가요 ?
약간의 융통머리를 발휘하긴 했으되 또 다시 들려오는 한심한 리바이벌.
아니, 그럼 ... 섹시함이란 궁극적으론 성적인 매력을 말하는 것인데
성에 있어 여성은 언제나 객체로 파악되야 하고
오로지 남성만이 그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는 건가요 ?
박진영을 그녀가 괜찮아하는 유일무이한 이유는 그 스스로
성의 주체인 동시에 객체일 수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 고맙게도 )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니던가.
친구 X 양의 눈짓에도 개의치 않고 성도 의사소통이요 ,
대화예요 를 부르짖던 O양
그 철벽같은 표정들에 지쳐 입을 다물고 만다.
말로만 듣던 유림도 아니고 , 나름대로 잘 나가는 엘리트임을 자처하는
것들 , 소위 말하는 오피니언 리더로 뻗어 나갈 것들이 이렇단 말이지.
We agree to disagree 를 씁쓸히 내 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O양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또 한번 뼈저리게 깨닫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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