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면
-. 입시 준비할 때도 줄지 않던 잠이 준다.
-. 신혼 초에도 남편에게 주지 않던 아침밥, 아이에게는 눈감은 채로라도 주어야 한다.
-. 세끼 굶어도 초연하던 내가 아이가 잠든 틈이 나면 허겁지겁 밥그릇을 움켜쥔다.
-. 오밤중에 아이 한숨소리에도 잠이 깨는 반쪽짜리 소머즈가 된다.
...모유수유하느라 엄마는
-. 왼손, 오른손 할 것 없는 양팔 만능 가제트가 된다.
-. 발가락도 손가락 못지 않게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젖먹이는 엄마기계로 변신한 나에게 옆에서 지켜보는 시어머니는 말한다.
- (나는 함몰유두다) 어렸을 때 네 엄마가 젖을 안 짜주었나 보다. (함몰유두도 모양이 안 생겨 그렇지 자꾸 빨리면 젖을 물릴 수 있다) 애는 물고 싶은데 엄마 젖꼭지가 그 모양이니 애만 고생이잖니. (함몰유두, 이건 내 죄가 아니다. 처녀때 이런 거 신경쓰는 사람 있나? 그런데 아이 앞에 나는 기능불량 기계으로 전락한다.)
- 에구, 왜 넌 젖 색깔이 뽀얗지 않고 흐리니. 너 물젖이구나. 그러니 애가 노상 물구 있어도 배가 안 불러 보채잖냐. 배가 이렇게 올챙이 배 같은데도 자꾸 배고파하구. 물젖이야 물젖.
(의학적으로 물젖과 참젖은 없다고 하는데, 그냥 생리적인 차이일 뿐이라는데. 애의 식성과 양은 천차만별인기 마련인데. 아이 앞에서 나는 아예 하등품으로 찍힌다.)
- 물젖만 먹으니 애가 기저귀마다 똥묻히지. 아예 물똥이다. 누구는 하루에 한번 푸지게 싸더구만. (이건 보편적인 현상이건만 아이의 물똥마저 내 죄가 되고 만다. 불량기계의 하자로 인한 손상인 듯)
- (결정적인 것은 우리 아이를 보고) 나올 때 꽉 잡고 나오지 왜 그걸 삼신할미한테 뺐겨서 엄마 힘들게 만드니. (이번에 아들 나았으면 다시 힘들게 둘째 낳을 필요 없잖느냐는 말~ 꽥!)
결혼하기 전, 아니 아이를 낳기 전 이런 전문 용어들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고, 이런 말이 이데올로기적인 폭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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