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5 번 글: 근황--달딸 언님들에게 |
| 글쓴이: 무넝이 |
글쓴날: 2002년 12월 10일 12시 16분 |
읽은수: 3742 |
며칠 전에 이사를 했습니다. 새 자취방은 그 전 방보다 훨씬 밝아서 아침이 되면 환합니다. 그 환한 빛 틈새로 오래 전의 남자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스무 살 무렵, 제가 누군가에게 온전한 찬탄의 대상이었던 시절이 기억난 거지요. 한동안 읽고 쓰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무척 의기소침했는데 빛이 환히 들어오는 창, 그리고 머리를 스치는 기억 때문에 "여기선 다 잘 될 거야."하고 중얼거렸습니다.
제가 자주 글을 올리는 게시판이 여기 말고도 두어개 되는데, 그 중 제가 가장 자주 들락거리는 게시판은 남자 친구들 너댓과 함께 꾸리는 그런 곳이랍니다. 그런데 우리들끼리 너무 잘 알아서인지, 아니면 그 녀석들이 남자여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걔들이 대단한 마초인 것도 아닌데 저절로 그렇게 되어버리더군요. 어쩌면 저 자신을 더 이상 그들 앞에 노출시키기 싫어진 것인지도 모르지요.
그동안 달딸 게시판의 "인기 필진"--스스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좀 계면쩍기는 하군요--이라는 것이 제 자랑거리였는데 이번에도 달딸에 기대서 피로하고 지친 제 책읽기와 글쓰기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요. 요즘 좀 지쳐 있어서 한동안 무엇을 열심히 쓰거나 번역을 하는 등의 일을 하기는 어렵겠지만요.
달딸 주인마님들의 일기도 잠잠하고 한데, 주인마님네들의 근황도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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