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살다'라는 단어가 좋아질때가 있었어요.
자취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인데(실은 지금 70일쯤 되었습니다^^;) 그 파생어들의 느낌이 좋더라구요.
그 중 특히 좋아했던 건 '살림'과 '살게하다'
살림은 '살다'라는 추상어의 생생한 현현같아 만져질듯한 느낌이 좋았고,
살게하다는 나를, 내 삶을 지탱해주는 초월적인 존재가 있는 것 같아 좋았지요.('나 그를 사랑하여 나 그를 살게하리 나 그를 영원히 영원히 살게하리'란 성가를 참 좋아했지요)
오랜 기숙사 생활 덕분에 자취생활 역시 깔끔하게 해내리라 자신했었는데 간소하게나마 살림을 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쭈욱 기숙사에서 살다 방을 꾸렸으면 덜 외로웠을지도 모르죠. 기숙사나 자취방이나 외풍이 세고 시계 초침소리 크게 들리긴 마찬가지니까. 한학기를 집에서, 또 반년 조금 넘는 시간을 친척집에서 복닥거리며 살다 나와서 그런지 처음에는 안락하던 고요가 참 씁쓸하고 허망하더라구요.
세간살이 장만해주면서 엄마가, 작고 네모난 방을 둘러보시며 외할머니가 '한 사람이 살든 한 가족이 살든 모두 다 한 살림이다. 먼지 쌓이지 않게 상하지 않게 잘 꾸려라. 살림이 상하면 사람이 곯는다'라고 말씀하셨는데 두달 조금 넘긴 지금은 그 말이 몸으로 와 닿습니다.
그 즈음 업데이트된 살림.. 캬~ 정말 살에 와 닿는 글들.
작년 봄, 달딸을 발견한 뒤 쭈욱 읽던 글들 중 가장 구체적으로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었어요.
아들로 살아가는 딸로서 언제나 집안일에, 엄마가 꾸리는 살림에 눈과 손, 귀 기울이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엄마가 주는 평안함과 안락함을 당연시하며 살았다는 것. 여전히 집에만 가면 손 하나 까딱않고 누워만있다 돌아오면서... 가끔 들리는 친구들과 동생이 왔다갈때마다 깔끔하게 청소를 하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 가슴이 뜨끔합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집에 가서는 손하나 까딱하기 싫어요. 왜냐하면 나는 손님이 아니라 우리집 식구니까 엄마가 주는 이 안락함을 당연히 누려야돼 하는 나쁜 맘이 종종 솟구치거든요.
어쨌든 살림.. 나를 반성케하고 나를 살게하는 내 살림..
상하지 않게 곰팡이 나지 않게 먼지로 덮이지 않게 잘 꾸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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