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 번 글의 답장글: RE: 나의 허술한 패키지 |
| 글쓴이: darl |
글쓴날: 2001년 08월 30일 15시 56분 |
읽은수: 2407 |
: 나이 : 35세
: 성별 : 여자
: 결혼여부 : 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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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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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없는 패키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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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학졸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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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고졸이다. 이젠 나이가 좀 들었는지 몇학번이냐는 질문은 없다. 당연한 듯한 질문을 많이 받았으므로 포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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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결혼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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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인신고만 했다. 것두 살다보니 좀 불편해서 아무 생각없이 했다. 날짜도 물론 몇일인지 모른다. 언니들은 말한다. 이 담에 아이들이 왜 엄마 아빠 결혼사진은 없냐고 물으면 어떡할거냐구. 그래서 이 또한 목록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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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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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엄마로서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다. 감정이 기복이 심한 성격은 아이에게 제일 안 좋은 양육자이다. 게다가 엄청나게 게으르기까지 하니 애가 뭔 고생이겠는가. 늙어서 후회한다는 협박이야 늘상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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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장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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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 장롱? 흠... 이단짜리 헹거에 주렁주렁 걸어놓고 이부자리는 대충 구석에 접어놓고 산다. 가끔 별로 친하지 않는 방문객을 맞을 때는 좀 난처해 지기도 한다. 궁기가 쫄쫄... 열평짜리 낡은 아파트에 놓을 곳이 없다. 하기야 아랫집 윗집들 다 들여놓고 살고, 얘들까지 키운다. 결론은 게을러서다. 대충대충 살아는 지는데. 올봄에는 기어코 자그마한 놈을 들여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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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결혼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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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을 했어야 주고받지. 하기야 사소한 금반지 주고받자는 얘기는 둘이 했지만 것두 게을러서. 장신구에 흥미가 워낙 없어서 때깔나는 장신구류는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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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소하게 없는 것들이 그것 뿐이랴. 전자렌지도 없고, 김치냉장고도 없고, 냉장고도 내 어깨 높이 보다 좀 낮은 작은 것이고...
: 근데 점점 나이가 들수록 웬지 궁기가 쫄쫄한 느낌이 든다.
: 예전엔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적게 벌면 적게 쓰고 살면 된다고 믿고 살았는데.....
: 왜 그런지 아무나 대답 좀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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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에서야 궁기를 느끼시다니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패키지에 무엇이 없는지 말할 수 있으신 분이라면 스스로 남이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가지고 계신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자부심없이는 자신의 빈약한 패키지를 말할 수 없는 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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