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 번 글: 백수가 되고보니 |
| 글쓴이: 여니 |
글쓴날: 2001년 05월 18일 07시 32분 |
읽은수: 2570 |
회사에서 뛰쳐 나온지 이제 2달. 달나라 딸세포의 백수에 대한 내용을 보니 정말 공감이 많이 갑니다.
8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삭막한 사무실, 공기가 좋지 않아 모두 목 병에 걸리고 얼굴은 누렇게 뜬 상태에서 누군가에 눈치를 보면 야근 수당도 없이 야근을 하고, 그런 사람들 속에서 늦은 7시에 퇴근 하면서도(칼퇴근) 답답하고.
새로 들어온 상사는 자기 자리 잡기에 바빠서 나를 들들볶고, 사장에게 내 헌담하기에 바쁘고 아부떠느라 손금이 보이지 않고,
같이 들어간 동기도 술자리에서는 친해지다가도 회사에서는 보이지 않는 경쟁 심리가 작용하고.
모든 것이 싫어져버려 나와버린 회사.
정말 그 속에서 빠져 나온것이 시원하기만 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배우겠다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정말 경제적인 것은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기에 걱정이 되기도 해서 좀 갑갑한 실정.
하고 싶은 일이 있어 그걸 위해 노력하자 결심하고도 경제적인 걱정.
하지만 이런 경제적인 걱정이 회사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삭막함에 목졸려 죽는 듯한 느낌을 갖는 것보다 낫고, 정말 하기 싫은말 '여자가 여자의 적'(회사 상사도 여자였을 뿐더러, 같이 일하는 90%가 여자 였기에)이라는 말을 듣지도 하지도 않게 되어서 좋다.
그리고 백수가 되니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여유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어서 좋고, 낮 술을 마실 수 있어서 좋고, 텅빈 영화관에서 남의 머리 때문에 신경 안쓰고 영화 볼 수 있어서 좋고, 내가 편한 시간에 보고 싶은 영화 볼 수 있어서 좋고, 내가 하고 싶은일 할 수 있어서 좋고, 책 많이 읽을 수 있어서 무엇보다 좋다. 회사에 다니면 절대 할 수 없는 일.
회사에 같이 들어간 동기는 매일 회사를 박차고 나오겠다고 연락하고 있지만, 나오지 못하고, 사장이나 여러 사람들의 회유(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에 묻혀서 그렇게 그렇게 살고, 그러면서 맨날 한탄하고.그를 보면서 처음에는 너가 하고 싶은데로 해라. 그렇게 맘 상하고 몸 상하느니 나오는 것이 낫겠다고 했지만, 승진 시켜주자 바로 안주해 버린 그녀를 보고 하고 싶은 말은 그냥 그렇게 살다 살다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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