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을 먹는데 이제 갓 학교에 들어간 일학년 짜리 조카 녀석이 "오전주의보 있잖아, 오전주의보가 오늘 있었대"란 소리를 앞니 다 빠진 소리를 내며 일학년 특유의 정리되지 않은 말투로 떠들어 대드라. 식구들은 모두 '오늘 오전에 무슨 발령주의보라도 났나. 시국도 좋은데 웬 주의보?'란 반응으로 생뚱맞은 조카의 말에 눈만 멀뚱멀뚱~ 웃을 수 밖에 없었지. 그러자 안달이 난 일학년 짜리 조카, 설명한답시고 하는 말이 "선생님이 그렇게 하랬어. 오전주의보 있으니까 오늘은 밖에 나가 놀지 말라고, 그렇게 과제공책에 써놨는걸?"이드라. 그제서야 식구들은 '아~ 오존주의보? 그러고 보니 오늘 하늘이 뿌연 것이 영 찝찝하긴 하더라.'라며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지. 자기 말이 드디어 씨가 먹혔나 싶었는지 조카는 "맞어, 오존주의보! 그거 때문에 선생님이 오늘은 밖에서 놀지 말라고 그랬어."라며 연신 벙글거리는데, 그 벙글거림에 왠지 벙벙해wu 조카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이 삼촌의 눈빛.
세상에... 오늘 할 일이 '밖에 나가 놀지 말기'랜다.
불쌍키도 하여라. 봄볕만 나면 겨울 내내 조용하던 동네 꼬마들이 개구리 물총쏘듯 튀어나오는 모냥 그렇게 골목을 점령했드랬는데, 학교를 파하면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책가방이며 신발주머니가 해질 때까정 그렇게 널부러져 있었드랬는데, 채 여름이 되기도 전에 '시골에서 농사짓다 왔냐?'는 괜한 놀림을 받을 정도로 어른들보다 일찍 까무잡잡했졌드랬는데, 그랬드랬는데, 오늘은 밖에 나가 놀지 말라니... 이건 영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할 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영 씁쓸헌 것이 말로 다...
선명한 하늘과 구름과 물빛과 산빛과, 그리고 그 속에 까르르르 쏟아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이웃집 토토로'가 너무도 보고자푼 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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