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2(금) 20:05
"TV는 성희롱 聖域?性域?"..MBC 물의
“성희롱 부추기는 TV?” MBC TV ‘21세기위원회’(월 오후7시25분)가 성희롱을 부추기는 내용을 내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달 22일 방송된 이 프로그램 게임 코너에서 게임에 진 진행자 김용만은 ‘아무 여자 연예인’이든 뺨에 키스를 하거나 뺨을 맞고 오라는 벌칙을 받았다. 카메라가 뒤를 따르는 가운데 스튜디오를 나온 김용만은 ‘상대’를 찾아나섰다.
MBC 1층 여자 분장실로 들어간 김용만은 손으로 김지호의 뺨을 만지며 머뭇거리다 ‘실패’했다. 마침 함께 있던 이의정이 “오빠,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냐, 의정이 한테는 그럴 마음이 없다”며 돌아섰다. 김용만은 마침 복도에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던 가수 백지영을 발견하자 기습적으로 뺨에 키스를 시도했다.
한번 실패하자 다시 달려들어 기여코 ‘성공’을 거뒀다. 카메라는 김용만이 키스를 시도하는 장면을 느린 화면으로 잡아 자세하게 보여줬다. 백지영은 카메라 앞이란 걸 의식한 때문인지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그러나 김용만은 자기 행동이 부끄러웠던지 얼굴을 붉혔다.
이런 화면이 방송된 뒤 인터넷에는 여성에 대한 성희롱을 비판하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길거리나 회사에서 내기로 그런 짓 했다가는 경찰서 행이다. 방송이니까 괜찮다는 말인가.”(김범상) “우수한 프로그램이라고 자부하면서 기습 성희롱이나 일삼는 저질 프로가 된 것같다.”(박병구) 중학교 3학년이라고 밝힌 시청자는 “방송에서 과연 이런 내용을 방송할 수있느냐”(이지혜)고 비난했다.
TV 오락 프로그램에서의 ‘성희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탤런트 이영애에게 인터뷰를 한다고 속인 뒤 신체 일부를 만지는 게임 ‘터치 펀치’를 내보내 비난을 받았다. 가수 조성모와 구본승이 인터뷰 도중 이영애 몸을 만지면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을 벌였던 것. 두 사람은 서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이영애의 손과 어깨를 만지며 점수를 올렸다.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거나 비하하는 이런 방송 제작 풍토는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성추행을 부추킨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안수경 간사는 “방송사가 시청률 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재미만 추구하다보니 아무 비판 의식 없이 여성 성희롱 장면을 내보내고 있다”며 “이런 무책임한 TV 프로그램 때문에 청소년 시청자들이 성희롱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기철기자 : kich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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