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족님, 저는 님의 이번 글을 충분히 존중합니다. 저번 다른 글에서 이미 밝혔듯이 제 글이 많은 오해를 살 수도 있는 글쓰기였는가를 숙고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번처럼 서로가 이해와 공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글쓰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몇가지 오해에 대해서 다시 말씀을 드립니다.
1.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제 이야기를 잘못 이해하신 것 같은데... 저는 님의 글이 성의없이 썼다라는 의미 등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도 앞의 글 어디선가 이미 밝혔지만, 性적, 사회적 경험의 차이가 같은 사물과 현상을 다르게 판단하도록 만든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제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남자가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이 페미니즘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독해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앞에서 이미 밝혔습니다. 의사소통의 어려움 운운을 비아냥대는 정도로 이해하지는 마세요.
2. 가장 중요한 오해인데, 제가 노동운동에 주된 관심을 가진다고 하여 다른 운동의 진영을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거나 경시하고자 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는 이 사이트에 들어와서 이렇게 글을 올리지도 않습니다. 특히 이렇게 저를 드러내고자 노력하고, 제 입장을 궂이 정치하게 올리고자 힘들여 노력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정말 딴지나 걸려고 하겠지요.
저는 님이 어쩌면 떠올릴 지 모르는 환원주의자 내지는 근본주의자는 아닙니다. 노동운동을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는 모르겠지만, 노동운동에 관심있는 사람이 여성운동에 대해 무시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 관심이 그쪽인 관계로 제 글 속에 그런 부분이 나온 것이고, 또한 연대의 관점은 궂이 노동운동이 아니더라도 어떤 운동에서든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제가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면 그래도 저의 글에 이런 정도의 편견을 가졌을지. 노동운동에 대한 편견이 님께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 하고나니 좀 그렇기는 하네요. 제 글이 많은 오행의 소지를 않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것.
3. 아마 제 글중 가장 많이 비판받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지금의 운동이 상층여성운동적 방식이라고 주장했던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당연히 많은 비판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고, 따라서 그 주장이 잘못되었다면 적절한 비판을 통해 제 생각도 극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다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말 만으로는 제가 만족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 姓에 대한 집착으로 보인다는 것이 제 주장이었고, 그 이유는 이미 앞에서 얘기한 것입니다. 저는 지금의 운동이 저의 연대라는 관점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것이라면 그 부분을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정말 부탁입니다. 제가 보기엔 오로지 가능한 것은 가부장제에 대한 포괄적 정의를 통한 사회적 권위주의의 해체라는 형태가 가능하다고 보지만, 저는 그것이 姓을 폐지하자는 주장 역시 이것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너무나 비정형적인 효과라는 점에서 동의하기 어렵거든요.
4. 이것은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 궂이 말할 필요도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현재 국적법은 개정되었고(97년 말이던가) 외국인 남성이 한국여성과 결혼하는 경우와 외국인 여성이 한국남성과 결혼하는 경우는 동등하게 되었습니다.(2년의 국내거주요건 부여) 현재 국적법의 명문상으로 그런 조항을 찾을 수 없고, 뚜렷한 불평등조항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세부적인 적용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저 역시 인정합니다.
5. 저는 부모성 함께쓰기 운동의 유의미성만을 이야기한다면 결코 그것에 반대한 적이 없습니다.(이런 언급은 이미 제가 앞에서 2번 정도는 한 것 같습니다) 다만 보다 유효한 방식에 대한 저의 의견을 내어보는 것이고 따라서 이런 방식이 왜 더 유효한 가의 방식으로 논의는 전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6. "제도를 떠받치는 관념들에 상처내지 못하고, 제도만을 고칠 수 없다. 그래서, 부모성함께쓰기운동이 부르조아 여성들의 운동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 그 문제제기의 긍정성을 내 자신에서 보기 때문에..."라는 부분은 님의 전체적인 입장에 기본적으로 동의합니다. 제가 성의 폐지를 이야기할 때 그것의 방식이 함께쓰기 운동과 다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님 역시 제도화의 문제를 경시하는 의미에서 이렇게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입장의 차이라면 제 입장은 그런 운동방식이라는 것이 부르조아 여성들의 운동이 아니라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부르조아 여성운동 역시 관념들에 상처내는 운동들을 전개하지 못할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마지막 부분의 독해는 완전히 글자 그대로 독해했는데, 님의 의견에 대한 곡해가 아닌지... 부연을 부탁드립니다)
얼마간 짬이 나지 않을 것 같아 가능하면 빨리 쓰기 위해 짧게만 님의 글 관련 부분을 쪼개서 이렇게 쓰게 되었습니다. 전체적이지 못한 글이 참... 아쉽네요.
님의 글을 읽고 제 글이 얼마나 잘못 독해되고 있었는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님의 글을 일고 많은 부분 오해를 해소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후의 논의를 통해 오해와 편견을 극복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른 분들이 많이 참여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어쨌거나 종종 들어와보고 제 문제들과 비판들 겸손하게 숙고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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