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딸에 첨 들어와서 구경하다가
이 게시판까지 왔습니다.
몇 분이 계속 주고받은 논쟁에 외람되게 끼여들긴 좀 그렇지만,
평소 저도 부모 성 같이 쓰기에 대한 관심과 의문이 있던 터라
최근의 글들을 대강 훑어보았습니다.
그동안의 논쟁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끼여들 계제는 못되고,
아래 재언님의 글에 대해서만 몇 가지 제 생각을 얘기하고 싶군요.. ^^;
그런데 매버릭님은 의문이 풀리셨을지 모르지만,
저는 엄청 더 머리가 복잡해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여전히(....라는 건, 이 게시판에 글쓰긴 첨입니다만, 부모성
함께 쓰기는 진작부터 들어 알고 있다...라는 뜻입니다.. ^^;),
부모성 함께 쓰기의 문제제기 의의는 많은 부분 동감합니다만,
방법론에 있어서는 첫단추가 잘못 꿰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메꾸려고 자꾸 둘째 셋째 단추를 꿰면 꿸수록
끝없는 자기모순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즉, 부계 중심의 혈통주의를 공격하는 수단으로
물론 성씨는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만,
대안으로 부모성 함께 쓰기를 캠페인성 이벤트가 아니고
사회 제도, 관습으로까지 추진한다는 건
방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먼저 첫째로 김이영희와 강박철수가 결혼해 애를 낳으면
아버지의 부계성과 어머니의 모계성을 쓴다?
그러면, 아버지에게서 모계는 의미가 없고,
어머니의 부계도 의미가 없다는 뜻인가요?
결국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고,
2대 3대 내려가면서 김이강박윤희 이상으로 길어지는 이름을 피하기 위해
(배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사치기사치기사치뽀...가
생각나는군요........ ^^;)
어차피 양쪽에서 하나씩을 딸 수밖에 없는 '편의상'의 문제라면,
원칙이나 의미보다 편의가 더 우선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면,
애시당초에 편의상 가장 나은 건 그냥 기존의 성을 쓰는 겁니다.
그런데 둘째로, 사실은 이게 모두 다 부계니까,
아니, 나가서 뭐 갑오경장 이후에 급조된 성씨들도 많으니까,
성씨는 사실 의미가 없다, 집착하지 말고 그냥 편한 대로 쓰자?
부모성 함께 쓰기를 사회 제도, 관습으로 만들자고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고는
의미가 없다고 부정하는 건 또 다른 논리적 모순이 아닌가요?
굳이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법은 하나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 아니, 어쨌든 한국 여자들이
모두 이 시간부터 성을 하나씩 새로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부모성 같이 쓰기를 하는 겁니다.
기존의 성들은 모두 부계 성이니까, 기존에 없는 성을 만들어야겠죠.
기왕이면 한글성씨면 더 금상첨화일 거 같기도 하구요.
부모성 함께 쓰기를 하려면,
동시에 여자 성 새로 만들기 운동도
함께 벌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것도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군요.... --;;
전 지금 딸내미 하나를 키우고 있습니다만,
뭐 딸내미한테 새로 좋은 성씨 하나 만들어주는 건 좋은 일입니다만,
혹시 다시 아들을 낳게 된다면,
얘는 제 성을 물려받을 텐데,
남매간에 성이 달라지겠네요......?
여성운동이 그래도 앞서가는 서구에서는 어떻습니까?
탐 크르주와 니콜 키드만이 결혼해 제인을 낳으면
제인 크르주 키드만이 됩니까?
(참, 옆길로 새는데, 둘은 혼인 신고를 안했나보죠?
왜 니콜 크르주가 아닌지 모르겠네... ^^;)
결혼하면 남편 성 따르는 관습에 대해서는 많은 여성 운동가가
결혼하고서도 여전히 결혼 전의 자기 성을 쓰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던가,
일부에서는 2세에게 어머니의 성을 물려주는 경우도 보긴 했습니다만,
(재언님 말씀대로 사실은 결국 부계성이죠..... ^^;)
과문한 탓이겠습니다만, 말 그대로 성씨에 대해
그 이상의 심각한 의미 부여 하는 건 못 봤습니다...
(부모 성 함께 쓰기가 단지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으로서
호주제라던가, 하는 문제에만 국한돼서 의미를 지니는 것입니까?)
결론적으로, 성씨 속에 담겨 있는 부계주의의 허구를 폭로하는 방법으로
부모성 함께 쓰기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동의합니다.
그런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걸 캠페인성 이벤트가 아니라
정규 무기화(제도, 관습화)시키려고 하는 데서 무리가 벌어진다고 보여집니다.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아전인수식의 논리를 동원함으로써
결국은 운동 자체의 설득력이 떨어지게 되는 결과가 아닐까요?
차라리 이 캠페인은 다소 논리적 모순은 있지만,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부계혈통을 드러내고
문제의식을 고취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부모성 함께 쓰기를 주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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